국제신문
- 강동수 수석논설위원 dskang@kookje.co.kr
- 2013-04-29 19:36:52
- / 본지 31면
지난 200년을 통틀어 세계를 뒤흔든 문건으로 첫손 꼽히는 건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1848년 발표한 '공산당 선언'일 게다. '하나의 유령이, 공산주의라는 이름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로 시작돼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로 끝나는 그 글이 인류사 미증유의 격동을 몰고 왔음은 다들 아는 바다.
인류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단정한 마르크시즘은 오랫동안 변혁의 철학으로 받아들여졌다. 마르크스는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이렇게 말했다. "철학자는 지금까지 세계를 해석해 왔다. 문제는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마르크시즘이 레닌의 혁명 이론과 결합돼 러시아 혁명에 성공하자 세계 피압박 민족 해방의 복음으로 여겨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소련의 해체와 동구권의 몰락으로 마르크시즘은 혁명철학으로선 파산선고를 받았다.
"젊을 때 마르크시스트가 아닌 사람은 뜨거운 심장이 없고, 어른이 돼서도 버리지 못하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 칼 포퍼의 말. 마르크스 스스로도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마르크시스트가 아니다." 자신의 사상을 '장님 코끼리 만지듯' 멋대로 해석하는 후학에 대한 환멸이 시킨 말일 터.
마르크스는 어느샌가 먼지 쌓인 책장으로 쫓겨났다. 지난 2008년 서울대에서도 마르크스경제학이 폐강됐던 터다. 그러나 자본주의 분석의 틀로서 효용까지 폐기된 건 아니다. 그가 '자본'에서 그려냈던 자본주의의 해부도는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지구적 규모로 휩쓸고 있는 지금 학문의 도구로선 재활용의 여지가 있다.
다음달 10~12일 서강대에서 제6회 '맑스코뮤날레'가 열린다. '마르크스+코뮨+비엔날레'의 합성어.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유일의 마르크스주의 학술 행사. '세계 자본주의 위기와 좌파의 대안'을 주제로 3개의 전체회의와 33개의 분과회의가 마련됐다. 논문 발표자만 104명. 현대 자본주의의 지평을 총체적으로 살핀다는 게 주최 측의 의욕.
지난해 총·대선 패배로 '멘붕'에 빠진 진보진영의 자기 반성의 자리를 겸해야 할 터.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대안의 모색은 좌우를 막론하고 학계의 의무 아닌가.
'사설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60세정년 ‘사설’ 비교해보니… (1) | 2013.05.21 |
---|---|
[사설] 재계의 도 넘은 경제민주화 입법 저지 로비 (1) | 2013.04.30 |
한-미 원자력협정, 대국민 사기극을 멈추라! / 장정욱 (0) | 2013.04.25 |
[왜냐면] 한정위헌결정 시비 유감 / 이종수 (0) | 2013.04.25 |
[한겨레사설] 원내로 진입한 안철수의 새 정치 실험 (1) | 2013.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