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러진 4·24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의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를 큰 표차로 누르고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지난해 대선에서 후보 자리를 양보함으로써 미완성으로 끝났던 안철수의 새 정치 실험이 이번에는 다시 원내에서 이뤄지게 됐다. 안철수식 새 정치의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야권 판도는 물론 전체 정치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초선 의원으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안 당선자는 유세 과정에서 자신의 새 정치를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 민생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정치, 말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정치로 규정했다. 이는 여야의 대다수 정치인들이 정치의 본령으로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실제 정치 과정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안 당선자의 새 정치 실험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안 당선자가 앞으로 신당을 창당할지 여부는 초미의 관심이다. 그가 신당을 만들어 올해 하반기 재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둔다면 정계는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당선자가 원내로 들어온 이상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며 그의 파괴력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을 보는 유권자의 차가운 시선을 고려하면 안철수식 새 정치의 가능성을 애써 무시하기도 어렵다.
안 당선자의 원내 진입으로 야권에서는 잠재적인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안 당선자가 신당을 창당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안 당선자 진영과 민주통합당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국면이 됐다. 앞으로 양쪽은 서로 해치는 경쟁이 아니라 야권 전체의 힘을 키우는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양쪽은 제대로 된 정당, 합리적인 정책들을 만들기 위해 경쟁함으로써 대선·총선 패배로 침체에 빠진 야권을 재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규모가 크지 않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졌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크지는 않다. 다만, 수도권에서 안철수 당선자가 새누리당 후보를 비교적 큰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민심을 어느 정도 짐작게 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처음으로 사전투표가 실시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국회의원 3개 선거구의 사전투표율이 예년의 부재자 투표율보다 훨씬 높은 6.93%를 기록했고, 3곳의 전체 투표율 역시 41.3%로 40%를 넘긴 것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더욱 폭넓게 모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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