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어제 국회를 찾아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저지 로비를 벌였다. 지난주 공동성명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데 이어 정치권을 직접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경제단체들이 국회 통과를 막으려고 하는 법안들은 이미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와 본회의 처리만 앞두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제단체들의 공개적인 행동은 입법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도를 넘은 일이다.
경제단체들이 국회에 낸 ‘최근 경제·노동 현안 규제 입법에 대한 경제계 의견서’에서 법안의 신중한 처리를 당부한 법안들은 하나같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예컨대 구미 불산가스 유출 후속 대책 차원에서 마련된 유해화학물질 사고 처벌 강화법은 그동안 사고가 나도 영업정지는 고사하고 몇백만원의 벌금으로 사건이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것이다. 개정안은 화학사고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매출액의 10분의 1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위반행위에 대한 책임을 영업자에서 취급자로 확대하며, 화학사고 환경평가제를 도입해 업체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관련 상임위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에 대해 벌금이 무겁다고 저지 로비를 벌이는 것은 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방치하자는 것과 같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려는 법안에 반대하는 경제단체라면 존재할 필요가 없고 해체해야 마땅하다는 질타가 나올 수밖에 없다.
경제단체들이 반대하는 대체휴일제 도입법, 정년연장법 등도 세계적인 기준과 추세에 맞춰 여야가 추진중인 법안들이다. 경제단체들은 대체휴일제 도입으로 인한 손실이 연간 3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하지만 공공기관이나 여당에서도 근거가 잘못됐고 과다 추정됐다고 지적한다. 정년연장법이 장년층의 고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청년층 채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실증적 근거가 약하다.
경제민주화 입법은 적정한 소득 분배, 시장지배력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 조화를 꾀하자는 것이다. 기업활동과 투자를 옥죄자는 뜻이 결코 아닌데 막강한 자본권력을 가진 쪽에서 경제가 거덜날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다. 경제단체들이 과거 주 5일제 도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는 법안이 논의될 때마다 상투적인 대국민 협박을 해왔지만 실상은 달랐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경제단체가 사회적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추구에만 몰두하다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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