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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중구

이야기 공작소 <4-1> 부산 중구 스토리텔링- 프롤로그: '재미난 중심'을 찾아서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29.

부산사람들도 가고 싶어하는 곳 … 꿈틀대는 매력, 살아있네!

   

 

- 반달·소라·40계단 ~ 인쇄골목 등
- 자원·매력 갖춘 훌륭한 문화상품
- 예술성에다 인문학 향기도 가득

- 국제시장 '종 다양성' 최대·최고
- 먹자골목 등 속닥속닥·시끌벅적
- 업주·점원 한명 한명이 이야기꾼

- 시범가로 조성·트리축제 덕에
- 품격·전통의 광복로 '르네상스'

- 감흥 제대로 담아낸 스토리텔링
- 자갈치 킬러콘텐츠 개발 등 과제

부산 중구는 인구 5만이 채 안되는 '미니구(區)'지만, 그 어느 곳보다 역동적이고 재미가 있는 곳이다. 그 재미의 본질은 사실 부산 사람들조차 잘 모른다. 인구는 2012년말 기준 4만9407명으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으나, 거리와 상가들은 놀라우리만치 활력이 있다.

이곳의 활력은 멋지게 단장돼 있는 광복로를 걸어보면 대번에 확인된다. 지난 26일 '중구 스토리텔링 TF팀'은 중구 활력의 상징인 광복로 일대를 답사했다. 답사에 참가한 작가 김하기(54) 씨는 "살아 있네!"라는 말을 연발했다. "살아 있네"는 요즘 뜨고 있는 유행어다. "바로 이게 옛날 광포동(광복동·남포동을 함께 일컫는 말) 분위기야. 1970~80년대엔 이곳이 늘 이랬어요. 화가들은 돌체에서 음악을 듣고, 시인 작가들은 저쪽 양산박에서 술을 펐지…." 작가는 인파 속에서 잠시 회상에 젖었다. 광포동이, 살아서, 확실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중구 골목투어

   
부산 중구 비프광장은 호떡과 오뎅,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을 사 먹으려는 사람들로 늘 북새통이다.
골목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정책'이 발견해낸 문화상품이다. 골목투어는 과거 영남대로가 지나간 대구 성밖걸 투어가 가장 유명하지만, 부산 중구도 그에 못지않은 확실한 자원과 매력을 갖고 있다.

백문이 불여일보(不如一步). 중구 스토리텔링 TF팀은 직접 걸어보기로 했다. 출발지는 부산역에서 접근이 쉬운 중부경찰서 옆 반달계단. 아래서 보면 반달 형태이고, 위에서 보면 갑판 위에서 바다를 보는 형상이다. 반달계단을 타고 올라 동광동 인쇄골목 쪽으로 간다. 소라계단이 나타난다. 어라? 소라계단을 타고 오토바이 한 대가 팔팔하게 올라온다. 소라처럼 생긴 원추형 곡면 계단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이어 40계단과 40계단 문화관을 만나고, 본격 인쇄골목으로 접어든다. 인쇄골목은 인쇄 출판 관련 200여개 업소가 몰려있는 부산 인쇄업의 본산.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거리 갤러리 행사가 열렸다. 그 성과가 지금 골목 곳곳에 벽화로, 그림으로, 조형물로 전시돼 있다. 거리 갤러리 덕에 삭막한 도심이 푸근해졌다.

백산기념관을 지나 타워호텔 뒤편 용두산 입구에 약조제찰비 안내판이 서 있다. 17~19세기 초량왜관이 있던 때 한일간 교역 질서를 잡기 위해 세워졌던 비석이다(실제 비석은 부산박물관에 가 있음). '경계를 넘는 자, 암거래를 하는 자는 모두 사형에 처하고 효수한다'는 대목이 섬뜩하다. 바로 옆에는 왜관의 우두머리가 있었다는 관수가 터(부촌식당 자리로 추정)가 있고, 일제시대 초기에 놓여진 '37계단'이 세월을 견뎌내고 있다.

■속닥거리는 골목과 시장들

사실, 중구 골목투어를 제대로 하려면 하루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중구 일대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가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감이 넘치는 골목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곳이 국제시장 일대다. 골목들이 촘촘히 얽혀 있고 14개 주제별로 특화돼 있다. 가방골목, 그릇골목, 부품골목, 갈비골목, 꽃골목, 먹자골목, 문구거리, 보세골목, 신발골목, 안경골목, 전자골목, 조명골목, 족발골목, 팥죽·팥빙수골목…. 이곳의 골목은 '종 다양성'면에서 아마 전국 최대 최고일 것이다. 길을 잃어도 이쪽 저쪽을 돌다보면 통한다.

국제시장 옆 창선동 먹자골목은 수십년 간 먹는 문제를 '시장 논리로' 해결해 온 곳. 주인도 손님도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서 먹을거리를 즐긴다. 바로 옆의 깡통시장은 한국전쟁 직후 미제 군용 물자와 함께 온갖 상품들이 밀수입되면서 형성된 시장. 부평동시장의 죽집골목은 잣죽 깨죽 호박죽 팥죽 녹두죽 콩죽 수수죽 흰죽 등 뭍에서 나는 거의 모든 죽을 파는 골목이다. 당연히 세상의 죽 이야기가 여기에 다 모인다.

시장 하면 자갈치 시장이 빠질 수 없다. 자갈치는 가장 부산답고, 부산같고, 부산스러운 시장이다. 자갈치를 말하지 않고 중구를, 부산을, 대한민국을 얘기할 순 없다. 부산MBC의 고발 프로그램 '자갈치 아지매'와 27년 역사의 극단 '자갈치'는 '자갈치'란 이름이 이미 사회화 되었음을 말해준다. 남은 과제는 자갈치 스토리텔링을 통해 킬러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광복로 르네상스

'광복로가 살아났다'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그 속의 이야깃거리는 계속 뉴스가 된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맞은편의 광복로 일대를 걷다 보면 유럽의 어느 도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해운대 센텀시티와 마린시티가 좋다고 하지만, 그곳에서 찾을 수 없는 묘한 매력이 광복로에 있다. 아마 도시의 품격과 재미, 전통 때문일 것이다.

광복로 부활의 신호탄은 지난 2007년 광복로 시범가로 조성사업. 거리의 얼굴인 간판이 바뀌자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지난 2009년에는 동아대 부민캠퍼스가 들어서 '젊은 손님'들이 가세했고, 거가대교 개통과 더불어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문을 열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연말 열린 광복로 트리축제에는 연인원 500만 여명이 찾았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대박이다. '광복로 문화포럼' 김태곤 사무국장은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에 밀려다닐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다"면서 "대략 1800억 원의 경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자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광복로 일대의 땅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고도 했다.

광복로 부활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광복동과 남포동의 등록면허세 부과 현황(2012년 1월 기준)을 보면, 1년새 건수로 5.5%, 14.3%가 각각 늘어났고, 점포 공실률은 5%대로 낮은 편이다.

하한준 중구 관광진흥계장은 "중구의 자갈치 축제와 트리축제 등은 이미 전국화 되어 고정팬이 생겨났을 정도"라고 전했다.

■희망도시 스토리텔링

부산 중구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은 '밝은 미래가 있는 희망도시'다. 좋은 말인데도 큰 감흥이 일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중구 스토리텔링 TF팀'은 광복로의 한 커피숍에서 답사 정리를 겸한 '작전 숙의'를 했다.

"중구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많고, 우리 부산사람, 특히 젊은이들이 가장 찾고 싶어하는 재미있는 곳이잖아요."(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이정은 간사)

"중구는 재미가 살아있는 곳이야. 살아있다구!"(김하기 작가)

바로 이거다 싶었다. '부산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 재미가 살아있는 중구'. 슬로건을 이런 식으로 바꾼다면, 부산 사람은 물론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


# "이승기도 먹고, 박근혜도 먹고 갔다 아이가"

- '승기호떡' 김노미 할머니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서 원조 승기호떡을 만드는 김노미(오른쪽) 씨는 하루에 보통 2000개 정도를 판다고 했다.
젊음의 물결이 넘실대는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영화의 거리)으로 가면 줄을 서야 사 먹을 수 있는 별미가 있다. 일명 씨앗호떡, 승기호떡이라 불리는 길거리 음식이다. 그런데 단순한 호떡이 아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포장마차에 줄이 20~30m 정도로 길어진다. 부산사람도, 서울 사람도, 일본 관광객도 줄을 선다.

남포동의 승기호떡은 지난 2010년 12월초 KBS 2TV '해피 선데이-1박 2일'에서 부산을 찾은 이승기가 사 먹은 뒤 명물로 떠올랐다. 호떡이 약간 특이하다. 구운 호떡의 가장자리를 가르고 그 안에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견과를 넣어 만드는데, 짭쪼롬하고 달콤한 게 맛이 그만이다. 값은 개당 1000원.

'1박2일 원조 승기호떡'을 파는 사람은 김노미(72) 할머니. 지난 26일 마치 불난 것 같은 포장마차 호떡집에서 인터뷰를 했다.

-누가 누가 먹고 갔나요?

▶다 먹고 가. 일본, 중국 관광객도 많아. (이)승기도 먹고, 박근혜(대통령 당선인)도 먹고 갔다 아이가. 돈은 좀 벌지만 힘들어. 하루 12시간 서서 일해 봐. 그냥 돈 버는 게 아니야.

-혼자서 다 하세요?

▶어떻게 혼자 해? 4~5명이 함께 구워서 팔아. 저쪽은 우리 손자야. 얼마나 잘 굽는지. 기특하지.

-하루 얼마나 파나요?

▶모르지. 안 셀라 봤다. (손자를 쳐다보며) 한 2000개쯤 파나?

-언제부터 호떡을 팔았습니까.

▶한 사십년 됐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여기서 팔았어. 누구도 내만큼 맛을 못내.

후덕한 표정의 김 할머니는 이야기 중에도 쉼없이 반죽을 떼내 호떡을 빚었다. 승기호떡은 한 방송사의 스타 마케팅 결과가 아니라, 40년 간 한 우물을 파온 김 할머니의 음식 노하우와 뼈골 빠지게 일해온 부지런함이 일군 개가였다. 이것이야말로 승기호떡의 진짜 스토리텔링일 것 같았다.


# "힘들 땐 자갈치로 오세요…삶이 펄떡펄떡 뜁니다"

- 김은숙 부산 중구청장

- 공동어시장 등 힐링명소·활력의 원천
- 용두산·국제시장, 국제적 명물 추진

   
지난 주 중구 스토리텔링 TF팀의 현장답사땐 김은숙(사진) 중구청장이 잠시 동행했다. 김 청장은 약사출신답게, 건강과 힐링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공동어시장 새벽 경매 모습 보셨어요? 한번 가 봐요. 얼마나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지 몰라요. 보고 있으면 힘이 확 솟아나요."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장은 규모나 역동성에 있어 국내 최고다. 가장 부산스럽고 부산다운 핵심 풍경이 여기서 연출된다. 공동어시장에서 경매에 붙여진 고기들은 유통망을 타고 전국으로 배송된다.

"또 한곳은 자갈치예요. 난 힘들고 처질 때 자갈치로 갑니다. 거기 가면 금방 활력을 얻어요. 펄떡펄떡 뛰는 생선처럼 삶이 펄펄해져요. 요즘 화두가 힐링이라는데 자갈치 만큼 확실한 힐링 장소가 어디 있어요?"김 청장은 긍정적 기운을 얻는 것이 치유의 핵심이라고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여야 후보들이 앞다퉈 자갈치 시장을 찾은 것도 그런 기운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광복로가 되살아난 때문인지, 김 청장도 요즘 활력이 넘쳐 보였다.

"영도다리가 머잖아 재개장 됩니다. 영도다리는 사실 중구와 영도구가 반반인데, 영도구가 가져가게 놔 두려고 해요. 영도다리가 살아나면 결국 중구가 덕을 보니까요. 여기 오는 사람들이 노는 곳은 광복동 남포동 아니겠어요. 이게 상생 아닐까요."

중구의 최고 스토리가 무엇이고, 어떻게 텔링하면 좋을지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용두산과 국제시장이죠. 노래에도 나오듯이 용두산 일백구십사 계단은 하나하나가 사연 아니겠어요. 그리고 국제시장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게 저의 희망이에요. 걸림돌이 없지 않지만 정말 국제적 명물 시장으로, 희망의 명소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스토리텔링을 잘 하면 꿈이 앞당겨 질 것으로 봐요."

대답에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가 곧 '자갈치 아지매'란 생각이 퍼뜩 스쳐갔다.


■중구 스토리텔링 TF팀

▷김하기(소설가) ▷최원준(시인) ▷송유근(부산 중구 관광문화과장) ▷박창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상임이사) ▷이정은(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부산 중구,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