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30대 남성)는 스마트폰 채팅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을 만나는 일이 취미였다. 그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20대 여성 B씨에게 ‘솔깃한’ 제안을 하게 된다. “나와 한 달 동안 5번만 만나서 잠자리를 하면 200만원을 줄 게.” 목돈이 필요했던 B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A씨의 요구대로 5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하지만 가진 돈도 없고 돈을 줄 의사도 없었던 A씨는 B씨와 연락을 끊었다. 화가 난 B씨는 A씨를 고소했다.
남녀가 돈을 주고 잠자리를 하는 일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법적으로는 어떨까.
우선, 성매매는 대한민국에서 불법이다. 처벌을 받는다는 뜻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거나 수수하기로 약속하고 성교행위 또는 유사성교행위를 하거나 그 상대방이 되는 것을 말한다. 성매매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직업 여성’과 ‘업소’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성매매를 했을 때만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A씨처럼 누군가에게 대가를 지불하기로 하고 잠자리를 했다면 현행법상 처벌을 받게 된다.(성매매의 상대방도 처벌대상이지만 이 사건에서 B씨는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매매 대가로 돈을 줄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고, 실제로 돈이 오가지 않았을 때가 있다. 이 때는 어떻게 될까. 법 조항의 해석상 성행위가 있었다면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하기로 약속한 것만으로도 성매매가 성립하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B씨에게 주기로 한 200만원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A씨가 떼어먹었으니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거래이니 무효로 보아야 할까.
이와 비슷한 사건을 놓고 2001년 법정에서 치열한 유무죄 공방이 이뤄졌다.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C씨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지갑을 주웠다. 지갑 안에는 신용카드가 들어있었다. 그는 신용카드를 들고 주점을 찾아갔다. 술과 안주를 마음껏 먹은 노씨는 술집 여종업원에게 모텔에 가자고 꼬드겼다. 카드로 20만 원을 결제해주겠다고 속인 뒤 잠자리를 함께 한 그는 돈을 떼먹었다.
C씨가 화대를 떼먹은 것은 죄가 될까 안 될까. 1심과 2심 법원은 죄가 안 된다는 쪽이었다. 무죄 이유는 2가지였다. 첫째 여성의 정조는 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둘째 화대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경제적 이익이다. 따라서 돈을 주겠다고 속여서 잠자리를 했더라도 적어도 사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엄연히 죄가 된다는 판단이었다.
일반적으로 부녀와의 성행위 자체는 경제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부녀가 상대방으로부터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성행위를 하는 약속 자체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나, 사기죄의 객체가 되는 재산상의 이익이 반드시 사법(私法)상 보호되는 경제적 이익만을 의미하지 아니하고, 부녀가 금품 등을 받을 것을 전제로 성행위를 하는 경우 그 행위의 대가는 사기죄의 객체인 경제적 이익에 해당하므로, 부녀를 기망하여 성행위 대가의 지급을 면하는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도2991 판결)
결론적으로, 여성을 속여 잠자리를 하고 화대를 떼먹은 것도 재산상 이익을 얻은 것이기 때문에 사기로 봐야 한다는 말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성관계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판례가 굳어졌다.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광주지법은 지난 2월 15일 A씨에 대해 사기와 성매매처벌법 위반죄를 적용,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B씨를 꼬드겨 성매매를 하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했다는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통한 은밀한 거래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까지 손길을 뻗고 있다. 참고로 19세 미만 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최고 징역 10년 또는 벌금 5천만원까지 처할 수 있는 중범죄이다. 또한 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하여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행위만으로도 최고 징역 1년형을 받을 수 있다.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돈을 주고 받고 성(性)을 거래하는 일이 빈번한 현상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용국의 눈치코치법치 연재칼럼[펌.201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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