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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우리는 ‘통비법’과 싸운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2.

등록 : 2013.03.01 19:36 수정 : 2013.03.01 22:25

 

 

엑스(X)파일로 불리는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와 그 녹취록 등을 입수해 공적 내용을 보도한 죄, 엑스파일에 ‘떡값’을 받은 것으로 나오는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죄,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비밀회동 대화록을 보도한 죄.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기소당한 이상호 전 문화방송 기자(왼쪽부터),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 최성진 <한겨레> 기자가 지난 2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삼성 X파일-정수장학회 비밀회동 폭로
노회찬·이상호·최성진의 ‘죄’를 따져보니…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전 국회의원’으로 만든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개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영교 민주통합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52명이 지난 2월4일 통비법 위반자에게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유승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는 5일께 불법 감청이나 녹음 등을 통해 생성된 정보라도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공익성을 갖출 경우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노 대표는 2005년 8월 ‘삼성 엑스(X)파일’ 사건 당시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통비법 위반)로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두 건의 통비법 개정안은 이 법의 처벌규정 손질 및 예외조항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행 통비법은 위반자에 대해 벌금형 없이 무조건 실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노 대표 사건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 임무 수행이어서 선고유예가 마땅하나 민주화운동 전과 때문에 선고유예가 불가하고 통비법에는 벌금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2011년 역시 삼성 엑스파일을 보도한 이상호 전 <문화방송>(MBC) 기자에게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서영교 의원 등의 개정안이 이 법에 위반되는 비밀의 공개나 누설행위라 할지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위한 언론기관, 국회의원의 정보공개 행위라면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라면, 유승희 의원의 개정안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와 같은 경우 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의원은 1일 “현행 통비법은 통신의 비밀 보장과 표현의 자유, 언론자유 등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통신의 비밀만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자유의 가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과 진보정의당 소속 의원 80명과 6만여명의 누리꾼은 각각 ‘노회찬 전 국회의원 삼일절 사면 촉구 결의안’과 온라인 특별사면 청원 서명운동 등의 방식으로 노 대표 사면을 요구했으나 이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