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3.26 19:13 수정 : 2013.03.27 10:42
김선주 언론인 |
배우 김혜수씨가 석사학위를 반납했다. 석사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자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쿨하게 반납 결정을 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김혜수씨가 석사학위를 가진 배우인지 몰랐다.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나 섹시함에 매력을 느꼈었다. 두말없이 사과하고 석사학위를 내던진 김혜수씨는 역시 멋있는 점이 있구나 싶었다.
표절 논문으로 학위를 주는 것과 관련해 제일 부끄러워할 사람은 김혜수씨보다는 그의 지도교수이고 그가 다녔던 대학이다. 오래된 일이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미술전인 국전에서 대상을 받은 화가의 작품이 표절로 드러나면서 제일 먼저 나온 이야기는 심사위원의 자질 문제였다. 여러 가지 변명과 불가피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은 망신을 당했고 다시는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었다. 국전의 권위도 땅에 떨어졌다. 글 쓰는 사람이나 학자, 예술가들은 표절을 도둑질보다 더 창피한 일로 여긴다. 심사를 잘못했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대학의 박사논문이나 석사논문이 철저한 검증을 받지 않고 있다는 시비가 인 것은 오래되었다. 표절 시비가 나오면 본인의 잘못으로 돌릴 뿐 어느 대학도 어느 지도교수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제일 부끄러워해야 할 집단이면서도 학위 반납을 받고 조용히 입 닫고 있는 게 대학이다. 실제로는 논문이 중요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름이 필요했기 때문에 논문의 내용은 아무래도 좋았는지 모른다. 논문 심사가 까다로운 교수는 학생들이 기피하니까 대학 쪽이 적당히 심사하라고 지도교수에게 종용했을 수도 있다.
대학은 이제 아카데미즘을 추구하는 곳이 아니다. 학문적 권위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대학진학률이 80%를 넘는 시대에 대학 장사는 한계에 이르렀다. 지금은 석사, 박사 장사를 한다. 유명인사를 장학금을 주어 유치하고 대학 홍보에 이용한다. 대중의 스타인 운동선수나 연예인 유치에 사활을 건다. 전문적 식견과 경험이 필요한 학문이나 대중문화 종사자들에게 학위의 급에 따라 강사료를 책정하는 것도 대학의 또 다른 학위 장사라 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을 방문, 직거래장터에서 판매 중인 감자를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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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시장에서 감자를 사면서 냄새를 맡는 사진이 화제에 올랐다. 생선이면 몰라도 감자를 살 때는 어느 누구도 냄새를 맡지 않는다. 싹이 나왔는지 썩었는지 햇감자인지 묵은 감자인지를 용도에 따라 살핀다. 감자를 살 때 생선을 살 때 딸기를 살 때 고기를 살 때 점검해야 할 부분이 다 다르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흠결은 아니다. 시장을 본 적이 없거나 음식을 해본 적이 없구나 웃어넘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사람을 쓸 때는 다르다. 화려한 스펙 뒤에 감춰진 내용을 봐야 하는 것이다. 썩었는지 온갖 비리의 싹이 무성한지 총체적인 검증을 하게 하고 추천한 인사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주지시켰어야 한다. 낙마나 자진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라 사후에도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첫 인사가 온갖 잡음을 일으키고 국민들을 창피하게 만든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 온갖 종류의 껄렁한 인생을 살아온 것으로 판명된 인사들을 보면서 국민들은 그들을 조롱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창피하다. 국민들을 부끄럽게 만들어 놓고 그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책임이 없을 뿐 아니라 부끄럽지도 않다는 게 말이 되는가.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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