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보고서> 주진우, 김어준 “우리가 도망갔다고?”<나는 꼼수다>의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가 ‘귀국 보고서’를 보내왔다. 그동안 그들은 국제단체들과 공동 기획을 추진하고 몇몇 스위스 은행 계좌를 조사했다고 밝혔다.
주진우 기자 | ace@sisain.co.kr
주:그동안 유럽에서 뭘 했는지 좀 풀어보자.
김:느리게 바빴다. 일상의 템포가 지난 2년과는 완전히 달랐으니까. 그러면서도 분주했지. 먼저 언론인·국제단체들과 유대 맺고 한국 상황을 이해시키고. 예상보다 그런 작업이 쉬웠다. 프랑스만 해도 사르코지 때 우리 가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으니까. 사르코지도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 대표를 임명하고, 자기를 비판하는 스테판 기용이란 인기 연예인을 퇴출시키고, 자기하고 친한 대기업인 프랑스 텔레콤에 <르몽드>를 팔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하고. 다른 나라에선 가카가 한국판 베를루스코니라고 하면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사르코지 정권이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케이스다. 물론 정도는 다르지만. KBS와 MBC에 자기 특보를 사장으로 앉히고, 김제동·윤도현 등 맘에 안 드는 연예인은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김:우파에겐 이익이 이념이니까. 그들의 자전축은 남극과 북극을 잇는 게 아니라 현찰과 수표 사이를 잇지(웃음).
주:우파 매체 <르피가로>의 소유주는 무기 상인 세르주 다소니다. 프랑스 방송사 TF1은 토건 대기업인 부이그 소유이고. 프랑스 언론도 점점 자본에 의한 지배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사르코지를 극복하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우린 또다시 새누리당이 집권했다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김:또 있지. 베를루스코니는 재판에 회부되었고, 사르코지 역시 비리가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고.
주:현 정부가 어려움을 겪으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주변을 잡아 터닝 포인트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서 저질러 놓은 사건이 너무 많다. 국제단체들과 열심히 만나던데 무슨 일을 했나?
김:‘국경없는 기자회’ 같은 국제단체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고, 지금은 밝힐 수 없는(?) 조사와 취재도 하고. 미국·영국에서도. 근데 주 기자는 왜 그렇게 스위스를 자주 다녔나?
“스위스 은행 계좌 몇 개, 싱가포르로 이동”
주:스위스 은행 소녀 하이디와 자주 만났다(웃음). 의심이 가는 스위스 은행 계좌 좀 찾고. 주인을 꼭 찾아주고 싶다.
김:프랑스도 비밀 계좌 때문에 최근 난리가 났지. <미디어파트>라고 <르몽드>에서 독립한 언론인들이 만든 매체에서 카우작 예산장관의 비밀 계좌를 찾아냈거든. 처음엔 부인했지만 최근 자신의 계좌인 게 밝혀져 사퇴했지. 그 계좌 찾아낸 기자의 취재 뒷이야기가 아주 재밌더라.
주:그 노하우가 이번 취재에 도움이 됐다.
김:근데 취재 갈 때는 왜 꼭 가죽점퍼를 입고 가나?
주:전투복이다. 뭘 잡으러 갈 땐 가죽이 제격이다. 김 총수의 유럽 패션, 특히 체크무늬 바지를 사람들이 봤어야 하는데. 패션 디자인 공부는 진짜 할 건가? 내가 혼자 취재하러 갔을 땐 뭐하고 지냈나?
김:나야 늘 하던 대로 아침에 카페 가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며 유럽·미국 뉴스 훑고, 알아둘 기사 있으면 그쪽 기자에게 연락해 뒷이야기 듣고, 관계 맺고 자료 조사하고, 구상하고. 그런 거지. 그 결과는 차차 풀 것이고. 스위스에서는 뭐 좀 건졌나?
주:계좌 몇 개. 큰 계좌 몇 개가 싱가포르로 옮겨졌다.
김: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비밀 계좌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에서 싱가포르로 옮기는 추세니까. 이번에 걸린 카우작 장관도 싱가포르로 옮긴 게 걸린 거지. 싱가포르엔 대리인 제도가 있어서 완전히 합법적인 차명 계좌가 가능하니까. 우리가 또 그쪽은 좀 알잖아(웃음).
주:그래서 찾기가 어렵다. 그 재산들을 주인에게 정말 찾아주고 싶다(웃음). 우리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할 가능성은 제로니까. 기사를 써도 수사를 안 할 텐데…. 그래 김 총수의 유럽 구상은 뭔가?
김:나꼼수 이후 다양한 팟캐스트가 언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 단일 방송보다 중요한 게 그런 다양한 시도들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본다.
주:국민방송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김 총수가 조종하는 것 아니냐고.
김:전혀. 국민방송의 형식·시기 등등에 대해선 생각이 많이 다르니까. 그래서 우리 둘은 참여치 않기로 했던 거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거니까 잘 되겠지.
주:그 외 구상들에 대해서도 좀 풀어놓아라.
김:뭐 다 알면서 모른 척 묻나.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완성되면 알 거고. 그나저나 입국하면 검찰청 열심히 출근하겠네(웃음). 고소·고발이 몇 건이냐. 나보다 많잖아.
주: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고소한 거 외에 박지만씨가 고소한 건수는 하도 많아서 몇 건인지 나도 모른다. 지만씨 건만 해도 6건인지 8건인지. 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거 같다.박 대통령 주변에서 건 것도 있고. 여기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나만큼 소송 많이 걸린 기자는 없더라. 누구 덕에 소송으로는 세계적인 기자가 됐다.
김:우릴 자기들 트로피의 받침대로 쓰려는 거지(웃음).
주:대통령부터 집권 여당과 국가의 정보기관까지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모두 우리를 고소하는 것은 좀 웃긴다.
김:그렇게 말했더니 국경없는 기자회가 무척 가깝게 지내고 싶어하더라(웃음). 우리에 대한 고소를 전형적인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 단언하면서. 우리를 입 닥치게 만들고 소송에 끌려 다니며 지치게 만들고 고소 자체로 불법 이미지를 씌우고.
주:선거 끝나면 선거기간 중 소송을 취하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나꼼수 관련 고소는 취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김:박근혜 진영의 불소통과 불관용 특성상 우릴 반드시 죽이려 하겠지. 그러니 여기까지 와서도 우릴 따라다니며 감시하지. 근데 자기들은 투명인간인 줄 알더라고. 우리가 이 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닌데. 선수들끼리 존중이 부족해!(웃음)
주:검찰이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김: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게 아니라, 기소는 기정사실로 한 채 공을 세우려 혈안이겠지. 유럽 안약 좀 사다드려야 할까봐. 검찰이 충성한다고 지지율 오르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임명한 첫 번째 총리가 낙마하면서 시작했는데. 아, 담당 검사 직급은 오르겠구나(웃음).
주: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면서 우리 보고 도망갔다고나 하고. 검찰과 출석을 조율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도 출석 일정을 알고 있었다. 알겠다고 답도 했고. 그런데도 언론플레이를 한다.
김:진짜 도망갔으면 좋겠나봐. 우린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는데(웃음). 그리고 트로피 받침대 되어드릴 생각, 없다.
주:박근혜 정권은 출범부터 50% 이하 지지율이다. 이렇게 낮은 지지도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보나.
김:당선되자마자 공약 안 지키겠단 말부터 했잖아. 복지가 공동체의 사회적 염치가 아니라 불우이웃돕기인 줄 아는 거지. 자기 공약의 시대정신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정치철학의 진공상태다. 아버지에 대한 제사와 효도에 무슨 이념과 철학이 필요해. 그래서 인사도 다 아버지와 연결되는 거고. 관료 후보를 처음 내세울 때부터. 비서실장은 아버지 시절 비서실에서 일한 사람이고,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버지 경제정책을 입안한 실무자고, 국토해양부 장관은 아버지 쿠데타에 참여했던 군인이자 국방부 장관이었던 사람의 아들이고.
“민주당 행보, 멍청하기 짝이 없어”
주:통일부 장관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가재건최고회의 고문을 지낸 쿠데타 주축 세력이었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휴대전화에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걸고 다니고 법무부 장관은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표현하고. 그러다가 버티고 계속 낙마하고 사퇴하고.
김:정치철학이 들어서야 할 자리를 아버지에 대한 제사와 효도가 대신하고 있으니. 아버지와의 인연이 어떻게 국정을 맡을 자격이 될 수 있나. 국민은 왜 그 제사 앞에 불려 나와야 하고. 박근혜 정권의 주요 득표 기반은 어르신들의 노스탤지어와 측은지심이다. 노스탤지어로 영화나 소설을 만들 순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순 없는 거다.
주:그런 상황에서 아버지에 불손한 언론을 그냥 둘 리 없다. 좀 으스스하다.
김:박근혜 정권 지지율은 임기 내내 낮을 거다. 이명박을 학습한 시민들이 그 퇴행을 수용할 리 없다. 여당으로부터도 제대로 지지받기가 쉽지 않을 거다. 아무도 진심으로 신뢰하지 않고 누구와도 대등하게 교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정치적 동지라 여기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언론 장악의 필요를 느낄 거다. 잘하고 있다는 프로파간다가 절실히 필요할 테니까. 이명박 정권하의 언론이 이익과 소송에 의해 통제됐다면, 박근혜 정권은 진공철학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할 거다. 그래서 국제단체들도 한국 상황을 집중 모니터하겠다고 한 거고.
주:대선 후유증이 큰 사람들이 많다. 뉴스 안 본다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김:어떤 대선 때보다 감정이입이 컸으니까. 정말 투표를 하고 싶어서 투표를 했으니까. 그래서 민주당의 대선 직후 행보는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차기 주도권을 잡겠다며 대선 패배의 원인분석이란 명분을 앞세워 지난 대선의 모든 걸 부정해버리면 야권 지지자들은 자신의 투표 자체를 부정당한 꼴이 되는 거다. 어떻게 마음을 줘. 대선 결과 중 수용할 대목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수용할 대목은 그것대로 반추해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차근차근 되짚어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돌아가서 차차 풀어낼 이야기가 산더미니까.
[ 289호] 승인 2013.04.01 03:01:17
지난 대선이 끝나고 외유에 나섰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두 멤버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귀환했다. 그들의 행적을 두고 인기만큼이나 뒷소문도 무성했는데, 프랑스 파리를 떠나기 직전인 3월28일 두 사람이 그간의 행적과 심경을 담은 ‘귀국 보고서’를 보내왔다. 자유로운 대담 형식으로, 주진우 기자가 정리했다.
주진우(주):우리가 출국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김어준(김):둘이 앉아 이러니까 상당히 웃긴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웃음). 출국 이유로 영구 도피설부터 임시정부 설립설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더라. 대선 직후 출국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우고 있었는데.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여러 일이 있었으니까. 덕분에 떨어져 객관적으로 한국 상황을 볼 수 있었지.
ⓒ조우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사진 오른쪽)와 주진우 <시사IN> 기자(왼쪽)가 프랑스 파리 거리를 걷고 있다. |
주:그동안 유럽에서 뭘 했는지 좀 풀어보자.
김:느리게 바빴다. 일상의 템포가 지난 2년과는 완전히 달랐으니까. 그러면서도 분주했지. 먼저 언론인·국제단체들과 유대 맺고 한국 상황을 이해시키고. 예상보다 그런 작업이 쉬웠다. 프랑스만 해도 사르코지 때 우리 가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으니까. 사르코지도 공영방송 프랑스 텔레비지옹 대표를 임명하고, 자기를 비판하는 스테판 기용이란 인기 연예인을 퇴출시키고, 자기하고 친한 대기업인 프랑스 텔레콤에 <르몽드>를 팔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하고. 다른 나라에선 가카가 한국판 베를루스코니라고 하면 자동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주:사르코지 정권이 이명박 정부와 유사한 케이스다. 물론 정도는 다르지만. KBS와 MBC에 자기 특보를 사장으로 앉히고, 김제동·윤도현 등 맘에 안 드는 연예인은 방송에서 퇴출시키고.
김:우파에겐 이익이 이념이니까. 그들의 자전축은 남극과 북극을 잇는 게 아니라 현찰과 수표 사이를 잇지(웃음).
주:우파 매체 <르피가로>의 소유주는 무기 상인 세르주 다소니다. 프랑스 방송사 TF1은 토건 대기업인 부이그 소유이고. 프랑스 언론도 점점 자본에 의한 지배가 심해지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사르코지를 극복하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우린 또다시 새누리당이 집권했다는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김:또 있지. 베를루스코니는 재판에 회부되었고, 사르코지 역시 비리가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고.
주:현 정부가 어려움을 겪으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주변을 잡아 터닝 포인트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서 저질러 놓은 사건이 너무 많다. 국제단체들과 열심히 만나던데 무슨 일을 했나?
김:‘국경없는 기자회’ 같은 국제단체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진행하고, 지금은 밝힐 수 없는(?) 조사와 취재도 하고. 미국·영국에서도. 근데 주 기자는 왜 그렇게 스위스를 자주 다녔나?
“스위스 은행 계좌 몇 개, 싱가포르로 이동”
주:스위스 은행 소녀 하이디와 자주 만났다(웃음). 의심이 가는 스위스 은행 계좌 좀 찾고. 주인을 꼭 찾아주고 싶다.
김:프랑스도 비밀 계좌 때문에 최근 난리가 났지. <미디어파트>라고 <르몽드>에서 독립한 언론인들이 만든 매체에서 카우작 예산장관의 비밀 계좌를 찾아냈거든. 처음엔 부인했지만 최근 자신의 계좌인 게 밝혀져 사퇴했지. 그 계좌 찾아낸 기자의 취재 뒷이야기가 아주 재밌더라.
주:그 노하우가 이번 취재에 도움이 됐다.
김:근데 취재 갈 때는 왜 꼭 가죽점퍼를 입고 가나?
주:전투복이다. 뭘 잡으러 갈 땐 가죽이 제격이다. 김 총수의 유럽 패션, 특히 체크무늬 바지를 사람들이 봤어야 하는데. 패션 디자인 공부는 진짜 할 건가? 내가 혼자 취재하러 갔을 땐 뭐하고 지냈나?
김:나야 늘 하던 대로 아침에 카페 가서 에스프레소 한잔 마시며 유럽·미국 뉴스 훑고, 알아둘 기사 있으면 그쪽 기자에게 연락해 뒷이야기 듣고, 관계 맺고 자료 조사하고, 구상하고. 그런 거지. 그 결과는 차차 풀 것이고. 스위스에서는 뭐 좀 건졌나?
ⓒ조우혜 파리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김어준 총수 |
주:계좌 몇 개. 큰 계좌 몇 개가 싱가포르로 옮겨졌다.
김: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비밀 계좌는 스위스와 룩셈부르크에서 싱가포르로 옮기는 추세니까. 이번에 걸린 카우작 장관도 싱가포르로 옮긴 게 걸린 거지. 싱가포르엔 대리인 제도가 있어서 완전히 합법적인 차명 계좌가 가능하니까. 우리가 또 그쪽은 좀 알잖아(웃음).
주:그래서 찾기가 어렵다. 그 재산들을 주인에게 정말 찾아주고 싶다(웃음). 우리 검찰이 알아서 수사를 할 가능성은 제로니까. 기사를 써도 수사를 안 할 텐데…. 그래 김 총수의 유럽 구상은 뭔가?
김:나꼼수 이후 다양한 팟캐스트가 언로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지금은 어떤 단일 방송보다 중요한 게 그런 다양한 시도들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본다.
주:국민방송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김 총수가 조종하는 것 아니냐고.
김:전혀. 국민방송의 형식·시기 등등에 대해선 생각이 많이 다르니까. 그래서 우리 둘은 참여치 않기로 했던 거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거니까 잘 되겠지.
주:그 외 구상들에 대해서도 좀 풀어놓아라.
김:뭐 다 알면서 모른 척 묻나.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어떤 내용인지는 완성되면 알 거고. 그나저나 입국하면 검찰청 열심히 출근하겠네(웃음). 고소·고발이 몇 건이냐. 나보다 많잖아.
주: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고소한 거 외에 박지만씨가 고소한 건수는 하도 많아서 몇 건인지 나도 모른다. 지만씨 건만 해도 6건인지 8건인지. 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거 같다.박 대통령 주변에서 건 것도 있고. 여기 기자들에게 물어봐도 나만큼 소송 많이 걸린 기자는 없더라. 누구 덕에 소송으로는 세계적인 기자가 됐다.
김:우릴 자기들 트로피의 받침대로 쓰려는 거지(웃음).
주:대통령부터 집권 여당과 국가의 정보기관까지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자들이 모두 우리를 고소하는 것은 좀 웃긴다.
김:그렇게 말했더니 국경없는 기자회가 무척 가깝게 지내고 싶어하더라(웃음). 우리에 대한 고소를 전형적인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 단언하면서. 우리를 입 닥치게 만들고 소송에 끌려 다니며 지치게 만들고 고소 자체로 불법 이미지를 씌우고.
주:선거 끝나면 선거기간 중 소송을 취하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나꼼수 관련 고소는 취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게 다른 점이다.
김:박근혜 진영의 불소통과 불관용 특성상 우릴 반드시 죽이려 하겠지. 그러니 여기까지 와서도 우릴 따라다니며 감시하지. 근데 자기들은 투명인간인 줄 알더라고. 우리가 이 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닌데. 선수들끼리 존중이 부족해!(웃음)
ⓒ조우혜 일과를 마치고 파리의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탄 주진우 기자 |
주:검찰이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김: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게 아니라, 기소는 기정사실로 한 채 공을 세우려 혈안이겠지. 유럽 안약 좀 사다드려야 할까봐. 검찰이 충성한다고 지지율 오르나.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임명한 첫 번째 총리가 낙마하면서 시작했는데. 아, 담당 검사 직급은 오르겠구나(웃음).
주:자기들 앞가림도 못하면서 우리 보고 도망갔다고나 하고. 검찰과 출석을 조율하고 있었기 때문에 검찰도 출석 일정을 알고 있었다. 알겠다고 답도 했고. 그런데도 언론플레이를 한다.
김:진짜 도망갔으면 좋겠나봐. 우린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는데(웃음). 그리고 트로피 받침대 되어드릴 생각, 없다.
주:박근혜 정권은 출범부터 50% 이하 지지율이다. 이렇게 낮은 지지도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보나.
김:당선되자마자 공약 안 지키겠단 말부터 했잖아. 복지가 공동체의 사회적 염치가 아니라 불우이웃돕기인 줄 아는 거지. 자기 공약의 시대정신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정치철학의 진공상태다. 아버지에 대한 제사와 효도에 무슨 이념과 철학이 필요해. 그래서 인사도 다 아버지와 연결되는 거고. 관료 후보를 처음 내세울 때부터. 비서실장은 아버지 시절 비서실에서 일한 사람이고, 기획재정부 장관도 아버지 경제정책을 입안한 실무자고, 국토해양부 장관은 아버지 쿠데타에 참여했던 군인이자 국방부 장관이었던 사람의 아들이고.
“민주당 행보, 멍청하기 짝이 없어”
주:통일부 장관 아버지는 박정희 정권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가재건최고회의 고문을 지낸 쿠데타 주축 세력이었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휴대전화에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 걸고 다니고 법무부 장관은 군사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표현하고. 그러다가 버티고 계속 낙마하고 사퇴하고.
김:정치철학이 들어서야 할 자리를 아버지에 대한 제사와 효도가 대신하고 있으니. 아버지와의 인연이 어떻게 국정을 맡을 자격이 될 수 있나. 국민은 왜 그 제사 앞에 불려 나와야 하고. 박근혜 정권의 주요 득표 기반은 어르신들의 노스탤지어와 측은지심이다. 노스탤지어로 영화나 소설을 만들 순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순 없는 거다.
주:그런 상황에서 아버지에 불손한 언론을 그냥 둘 리 없다. 좀 으스스하다.
김:박근혜 정권 지지율은 임기 내내 낮을 거다. 이명박을 학습한 시민들이 그 퇴행을 수용할 리 없다. 여당으로부터도 제대로 지지받기가 쉽지 않을 거다. 아무도 진심으로 신뢰하지 않고 누구와도 대등하게 교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정치적 동지라 여기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더욱 언론 장악의 필요를 느낄 거다. 잘하고 있다는 프로파간다가 절실히 필요할 테니까. 이명박 정권하의 언론이 이익과 소송에 의해 통제됐다면, 박근혜 정권은 진공철학과 일방통행으로 일관할 거다. 그래서 국제단체들도 한국 상황을 집중 모니터하겠다고 한 거고.
주:대선 후유증이 큰 사람들이 많다. 뉴스 안 본다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김:어떤 대선 때보다 감정이입이 컸으니까. 정말 투표를 하고 싶어서 투표를 했으니까. 그래서 민주당의 대선 직후 행보는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차기 주도권을 잡겠다며 대선 패배의 원인분석이란 명분을 앞세워 지난 대선의 모든 걸 부정해버리면 야권 지지자들은 자신의 투표 자체를 부정당한 꼴이 되는 거다. 어떻게 마음을 줘. 대선 결과 중 수용할 대목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수용할 대목은 그것대로 반추해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은 차근차근 되짚어야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이제 돌아가서 차차 풀어낼 이야기가 산더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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