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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공소사실 부인하고 반성 기미 안보인게 역효과?
선고 뒤 눈가를 손으로 훔치기도…정두언 곧장 구속
법원이 24일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56) 새누리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금품 제공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혐의를 끝까지 부인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게 나란히 실형을 선고하면서 건전한 정치활동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행태에 다시 한번 엄벌 의지를 보였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은 이 형이 확정되면 10년 동안 공직선거에 나설 수 없게 돼 정치 활동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과 검찰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임석(51·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57·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진술 신빙성’ 여부가 쟁점이었다. 이 전 의원은 임 회장과 김 회장, 코오롱에서 모두 7억57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정 의원은 임 회장한테서 이 전 의원과 함께 받은 3억원 외에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샀다.
검찰은 임 회장, 김 회장, 관련자들의 진술,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 등을 유죄의 증거로 제시했으나,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은 검찰 조사는 물론 법정에서까지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극구 부인했다. 돈이 전달될 당시 객관적으로 상황을 진술해 줄 제3자가 동석하지 않았던 만큼, 일관되게 부인하는 전략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방어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코오롱에서 받은 돈에 대해선 자문료 성격이었다며 불법 정치자금의 성격이 아니었다고 버텼다.
법원은 그러나 핵심 쟁점과 관련한 임 회장과 김 회장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데다 객관적으로 수긍이 간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아예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나 관련자 진술 등과 대조해 검토한 결과 주요 부분에서 임 회장과 김 회장의 진술이 모두 부합했고 이들이 처음 돈을 줬다고 진술할 당시 자신들의 범죄로 수사를 받던 시기였기는 하지만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을 상대로 허위진술을 할 동기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코오롱에서 받은 돈이 자문료였다’는 이 전 의원은 주장에 대해선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이 만든 회계보고 내용에 관한 진술과 코오롱 쪽의 회계처리 형태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제로는 이 전 의원실 운영경비로 사용됐고 자금의 사용 관계를 이 전 의원이 용인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정 의원 입장에선 검찰의 공소사실에 ‘부인 전략’을 쓰면서 오히려 재판부에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 양형 등에서 역효과를 낸 셈이다. 실제 재판부는 이날 불구속 상태에서 법정에 나온 정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예상을 깨고 곧장 법정구속했다. 지난해 7월 현역인 박주선 의원(무소속)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구속된 적이 있으나, 현역 의원을 법정구속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정 의원은 선고 말미에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어서 구속영장을 집행한다. 추가로 소명할 사안이 있는가”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의원은 고개를 숙인 채 일어서서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듣다가, 자신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자 휘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변호인이 이 전 의원을 위로하기도 했다. 선고가 끝난 뒤에 이 전 의원은 눈가를 손으로 훔쳐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구속 피고인 통로로 법정을 빠져 나갔다.
김정필 박태우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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