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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한겨레사설] 대화록 실종, ‘수사’로 진상 밝혀야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7. 21.

등록 : 2013.07.21 21:21 수정 : 2013.07.21 21:21

여야는 21일 경기도 성남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을 찾기 위한 마지막 검색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이날은 기존의 키워드 검색 방식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을 구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화록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화록이 없다고 아직 100%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여야가 정한 마감시간이 종료되면서 점차 ‘실종’ 쪽으로 굳어져 가는 양상이다.

 

사초(史草)의 실종을 접하는 심정은 참으로 부끄럽고 참담하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도 아닌데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우리 조상들은 전쟁 등 숱한 내우외환의 풍파를 겪으면서도 조선왕조실록을 잘 보존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켰다. 그런데 후손들은 사료를 멋대로 누설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그것도 모자라 어디에 두었는지도 모르고 헤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이지원 구동을 통한 검색 등이 시간상으로 너무 빠듯한 점을 고려해 검색 기간을 좀더 연장하는 방안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이에 반대하므로 결국 정치권은 손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면 검찰이든 특별검사든 전문 수사인력을 동원해 문서 추가 탐색 및 실종 경위 수사를 병행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어쨌든 대화록의 실종 경위를 철저히 밝히고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일은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화록 실종을 두고 ‘이해가 가지 않는 미스터리’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따위의 말이 나오지만 틀린 말이다.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고, 세상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란 있을 수 없다. 참여정부가 대통령기록물을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고의 또는 실수로 누락했는지, 아니면 이관이 차질없이 이뤄졌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문서를 없앴는지를 현시점에서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결국 누군가의 잘못이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학적 수사기법을 동원해 철저한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는 일이다. 전자문서의 특성상 문서의 수발에서부터 로그인과 열람 기록 등 여러 가지 흔적도 남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야 정치권은 ‘참여정부 폐기론’이니 ‘이명박 정부 삭제론’이니 하는 정치적 기선잡기 싸움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인지, 아니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특별검사를 도입할 것인지를 빨리 숙의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국민의 궁금증을 한시바삐 풀어주기 위해서도 불필요한 논쟁으로 시간을 끌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