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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2013재보선

[클릭! 취재 인사이드] 안철수 후보 아직 샴페인 터뜨리기는 이르다… 왜?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4. 19.
  • 홍영림·여론조사팀장
  • 입력 : 2013.04.19 03:03 | 수정 : 2013.04.19 09:20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홍영림 여론조사팀장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마한 4·24 서울 노원병(丙) 보궐선거가 임박하면서 그 판세가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모든 선거가 그렇지만 특히 투표율이 높지 않은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인 노원병 선거는 승패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해 대선 판을 뒤흔들었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전국적으로 높은 인지도가 강점이고, 2012년 총선에서 이 지역에 출마해 40%에 육박하는 득표율(39.6%)을 기록한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바닥’을 탄탄하게 다져온 게 상당한 강점입니다.


    그동안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는 들쑥날쑥합니다. 이달 17일 KBS가 발표한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안 후보(44.7%)가 허 후보(29.6%)를 15.1%포인트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틀 전인 15일 조원씨앤아이가 발표한 조사 결과는 허 후보(40.7%)가 안 후보(38.8%)를 오차범위(±4.0%포인트) 내에서 1.9%포인트 앞섰습니다. 두 조사는 비슷한 시기에 실시됐지만, 결과 차이는 20%포인트 정도나 됩니다.


    그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26일 JTBC·리얼미터 조사는 안 후보(38.2%)가 허 후보(32.8%)를 오차범위 내인 5.4%포인트 앞선 접전이었지만, 곧이어 3월 30일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선 안 후보(40.5%)가 허 후보(24.3%)를 16.2%포인트 차이로 앞섰습니다.

    
	악수 나누는 안철수·허준영 후보 /뉴시스
    악수 나누는 안철수·허준영 후보 /뉴시스


    투표율 낮을 경우 ARS 조사 정확성 높아

    또 4월 3일 JTBC와 중앙일보 조사팀의 조사에선 안 후보(40.0%)와 허 후보(38.3%)가 박빙의 승부를 다투고 있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달 14~15일에 실시한 중앙일보 조사팀과 엠브레인의 조사에선 다시 안 후보(43.6%)가 허 후보(25.5%)를 18.1%포인트로 크게 앞섰습니다. 그동안 언론에 발표된 노원병 여론조사들을 보면 판세가 안 후보 쪽으로 기울어진 것인지, 아니면 허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종잡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노원병 여론조사 현황

    
	[클릭! 취재 인사이드] 안철수 후보 아직 샴페인 터뜨리기는 이르다… 왜?
     이런 현상은 왜 그럴까요? 노원병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접전을 벌였던 조사들은 모두 ARS(Automatic Response System) 조사였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ARS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미리 입력된 음성으로 질문을 하면, 응답자가 직접 전화기 버튼의 번호를 누르면서 설문에 응하는 방식입니다.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앞섰던 조사는, 전화면접원이 직접 응답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서로 대화를 하며 조사가 이뤄지는 방식이었습니다.

     

    ARS 조사는 전화면접원 조사에 비해 인건비 등이 적게 투입되기 때문에 비용이 매우 저렴한 게 매력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훈련된 전화면접원들이 조사를 실시할 경우 응답 성공률은 20% 안팎인 반면, ARS 조사는 5% 이하인 게 단점입니다. ARS 조사는 기계음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응답자가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ARS 조사는 또 성실한 응답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거짓 혹은 부실 응답을 방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41개 여론조사회사들이 가입한 한국조사협회에서는 2007년 3월 각 언론사에 공문을 발송해 “ARS 조사가 마치 과학적인 여론조사인 양 보도되어 자칫하면 조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전달한 적도 있습니다. 현재 ARS로 조사를 실시하는 여론조사 회사들은 대부분 한국조사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회사들입니다.

     

    하지만 ARS 조사가 재·보궐 선거처럼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전화면접원 조사에 비해 투표 결과에 더 근접하는 조사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ARS 조사에는 상대적으로 선거에 관심이 많은 고연령층의 응답 비율이 높기 때문이란 것이죠. 최근 노원병 여론조사도 ARS 조사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의 지지층이 많은 고연령 유권자의 의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됐고, 이들이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지지층에 비해 투표율이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 투표 결과에 더 근접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선거 사상 처음 도입되는 ‘사전투표제’ 변수

    어쨌든 노원병 선거는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ARS 조사처럼 지금 판세가 접전(接戰)이라면, 평일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의 특성상 적극 투표층이 주축이 된 조직표(票)가 강세인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가 유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전화면접원 조사처럼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15~20% 포인트 앞선 게 맞다면, 허 후보의 추격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관건은 허 후보가 이 지역에서 45% 안팎에 달하는 새누리당 지지층 즉 집토끼를 얼마나 자신의 지지자로 결집시킬 수 있느냐일 것입니다.

     

    미디어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노원병에 거주하는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허 후보에 대한 지지는 50% 정도일 뿐이고, 30%는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고, 20%는 부동층입니다. 허 후보가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새누리당 지지층만 끌어 모아도 초박빙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부 변수들도 허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각각 유·불리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으로 안보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노원병 보궐선거 열기가 생각보다 뜨겁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투표율이 낮아질 경우 젊은층의 지지세가 약한 허 후보가 유리하다는게 정치권의 통상적인 선거 공식입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통합선거인명부제도(사전투표제), 즉 유권자들이 별도의 신청없이도 선거 전인 19일과 20일 이틀간 미리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는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면서 안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안 후보는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부터 노원병 선거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굉장히 힘든 선거”라고 했습니다. 역대 선거에서 야권이 강세를 보여온 서울 노원병을 그가 출마 지역으로 선택할때부터 나왔던,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합니다.

     

    노원병 보궐선거가 안 후보에게 ‘굉장히 힘들어 의외 결과가 나온 선거’인지 또는 ‘너무 손쉬운 선거’였는지는 오는 24일 저녁 투표함 뚜껑이 열려야만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