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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오바마 “미-러 핵무기 3분의 1 감축” 제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6. 20.

등록 : 2013.06.19 22:26 수정 : 2013.06.19 22:26

 
18일 독일 베를린 테겔공항에 도착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내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기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오른쪽)의 영접을 받은 뒤 리무진에 오르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틀 일정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베를린/AP 뉴시스

2010년 ‘신전략무기감축협정’ 이어
“보유 핵탄두 1000기로 더 줄이자”
나토와 유럽핵 감축 협의 뜻 밝혀

푸틴, 오바마와 양자회담서
미사일방어체계 선협상 요구
미 공화당 반대 등 ‘산 넘어 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9일 러시아를 향해 현재 보유한 핵무기의 3분의 1을 감축하자고 제안했다.

 

취임 뒤 처음으로 독일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탈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서 연설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를 각각 1000기 수준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는 오바마 1기 행정부 때인 2010년, 핵탄두 보유 수를 각각 1550기로 줄이자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맺은 바 있다. 지난 3월1일 기준으로 러시아의 핵탄두가 1480기, 미국은 1654기에 이른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유럽에 배치한 전략 핵무기를 감축하는 방안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핵무기 경쟁을 뛰어넘어야 진정한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며 자신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국에서 핵안보 정상회의를 다시 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이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적했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에 비해 더 많은 핵무기를 유럽 지역에 배치해 놓고 있는 러시아는 테러리스트의 위협 등을 이유로 이 지역의 전략 핵무기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17~18일 영국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감축안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에 앞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대한 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이 전했다.

 

미국 내부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미 상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신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합의한 규모를 넘어서는 추가 핵무기 감축은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국제사회의 핵무기 통제에 따르지 않는 북한과 이란 등의 대응도 변수다. 특히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야심찬 구상을 밝히기 직전에 핵무기 운반체로 쓰일 수 있는 장거리로켓을 발사해 재를 뿌린 바 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정보수집 논란과 관련해 “테러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를 하는 휴대전화의 번호를 딸 수 있을 뿐, 통화 내용을 엿들을 수는 없다”며, 전 국가안보국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이메일 감청에 대해서도 “테러와 연관된 단어가 있는 이메일에서 해당 문장만 읽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메일을 읽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행위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