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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4대강 떠드는 야당, 강에 처박아야지…왜 가만히 있나”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6. 15.

 

등록 : 2013.06.14 19:57 수정 : 2013.06.15 10:21

 
여당 선거기구’ 전락한 국정원
‘대통령·정부 반대하면 종북’ 판단
“그런사람들에 대한 대비 철저해야”
2012년 사이버팀 4개 70명으로 늘려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다시 정권을 잡으려 하는데, 금년에 확실히 대응 안 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 “야당이 되지 않는 소리 하면 강에 처박아야지. 4대강 문제라 이렇게 떠들어도 뭐.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2012년 2월17일)

 

원세훈(62)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 전체 부서장회의 또는 내부 전산망(‘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서 한 발언을 뜯어보면, 도무지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사람의 말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종북좌파’로 매도해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들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막는 일을 ‘국정원장의 기본 임무’로 착각했다. 국정원을 ‘여당의 선거기구’쯤으로 이해한 것이다. 그의 이런 사고 방식은 재임 기간(2009년 2월~2013년 3월) 내내 지속적으로 국정원 직원들에게 ‘지시’됐고, 직원들은 충실히 실행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직원들을 풀어 인터넷상에서 선거 및 정치 개입을 한 배경에는 2008년 광우병 촛불 사태의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검찰은 봤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원 전 원장은 2008년 촛불 사태 당시 치안 사무를 관할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반정부 선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방해하고 국정을 흔드는 것은 종북세력들이 대한민국에 반대하려는 일련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국정원도 이에 맞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설명대로면, 원 전 원장은 ‘대통령·정부 정책 반대=종북세력’이란 그릇된 판단을 갖고, 국정원장 취임 이후 이들이 선출된 권력으로 나서는 것을 막고자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직원들을 동원했다. 그는 취임 다음달인 2009년 3월 심리전단을 독립 부서로 만들며 사이버팀을 2개로 확대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인 2010년 10월에는 사이버팀을 3개로,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에는 4개팀(70여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원 전 원장의 지시는 한달에 한번 열리는 전체 부서장회의와 일일 아침 브리핑, 내부 전산망의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을 통해 전달됐다. ‘원세훈 원장→이종명 3차장→민병주 심리전단장→사이버팀장→팀원’의 수직 구조로 지시가 하달되면, 하부에서는 구체적인 대응 논리를 개발해 인터넷상에서 활동했고, 그들의 활동 내역은 다시 원 전 원장에게 보고됐다.

원 전 원장의 각종 발언에는 그가 ‘종북좌파’로 내몬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그는 2010년 1월 “지방선거가 이제 있는데, 좌파들이 북한 지령 받고 움직이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야 한다”고 했다. 2011년 5월에는 “지난 재보선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인물이 강원지사에 당선됐다”고 말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재보선에서 서울은 비정당, 비한나라당 후보가 시장이 됐다. 이런 쪽에 있는 사람이 시장이 됐는데 우리가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 나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협심해 덤벼드는 것이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의 이런 지시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평시에 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해 지지 또는 반대하는 게시글을 올린 것은 정치 개입 행위(국정원법 위반)에 해당되고, 선거 시기에는 선거 개입(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귀결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