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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역습, 집값의 반란]집값 상승 기대 꺾였는데 정부 ‘부양책’에 집착… 전세난 불러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8. 22.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 ㆍ(1) 전세 왜 오르나

    51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전국의 주택 전셋값이 이달 들어 더욱 가파르게 뛰어오르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2%로 전주(0.12%)보다 상승폭이 더 가팔라졌다. 특히 서울은 0.42% 오르며 오름세를 주도했다. 지금의 ‘전세대란’은 부동산시장 변화에 눈감고 부양책에만 매달린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역습’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미 집값 하락 기조로 바뀌는 상황에서 과거 상승기의 처방을 하다보니 실패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21일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중개인이 상담을 하고 있다. |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부동산 이미 ‘저성장 시대’… 시장 변화에 눈감고 무리수
재개발로 전세 주택 급감… 공공임대도 줄여 공급부족


■ 정책 실패가 전세난 불러

이명박 정부 이후 부동산 부양책을 계속 편 것이 전·월세난을 가중시킨 셈이다. 이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꺾였는데 무리하게 부양책을 쓰다보니 부작용만 커졌다. 실수요자보다는 돈있는 사람, 특히 투기 가능성이 높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정책을 편 것이 문제였다.

2011년 ‘1·13 대책’ 이후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20여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정책은 모두 ‘부양’에 쏠려 있었다. 당시에도 정부는 처방의 초점을 ‘사람들이 집을 안 사는 게 문제’라는 것에 맞췄다. 각종 규제를 풀고 대출을 확대해 ‘빚내서 집을 사게 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떨어졌고, 대출에 대한 부담만 키웠다. 재개발, 뉴타운, 도시형 생활주택 지원은 월세 전환을 야기했다.

 

 

기존 전세 가구가 대거 철거되면서 전세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새로 들어선 원룸과 오피스텔은 월세로 임대형태를 바꾸면서 전세기조가 급격히 흔들렸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전·월세를 잡는다며 부양책을 폈다가 실패한 것을 봤으면 박근혜 정부는 다른 처방을 해야 하는데 똑같은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주택시장 자체가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좀처럼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을 줄인 것도 전세 공급 부족을 가중시켰다. 이명박 정부는 80만채를 짓겠다고 했지만 34만채를 공급하는 데 그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역대 정부는 자신들이 공약한 임대주택의 60% 정도를 공급하는 데 그쳤는데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공급 부족이 만성화됐다”며 “그중 이명박 정부 때가 최악이었다”고 말했다.

 


■ 집값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

 


저성장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는 꺾인 지 오래다. 2006~2007년 부동산 활황기 때 매입한 서울·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중에서는 1억~2억원가량 폭락한 곳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집값은 여전히 높다. 7월 기준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4700만원이다. 30대 맞벌이 부부가 집을 사려면 1억~1억5000만원 정도는 대출을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대출이자 부담이 있어도 집값이 상승하면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출이자에다 자산가치 하락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나마 전세라면 원금은 보장된다.

 

박기정 한국감정원 연구원은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주택가격이 가장 적정한 수준의 상승은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을 따라가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무리 저금리라도 대출을 해 집을 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을 기피하는 심리는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을 봐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통상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집을 살 것이라고 하지만 이 연결고리도 끊어졌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8월9일 기준으로 비수도권의 전세가율은 69.8%까지 올랐지만 전세 강세는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경기 이천, 군포, 화성, 광명, 안양, 수원시 등과 서울의 성북구 등은 전세가율이 60%를 넘었지만 매매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 월세 시장으로 바뀔까


최근 전셋값 상승을 월세로 넘어가기 직전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전셋값이 높아지다보면 오른 차액을 월세로 내자는 타협을 하게 되고, 결국 전액 월세로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전셋집에서 5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면, 인상분 5000만원을 월세로 전환하자는 타협안이 나온다. 이후 월세가 익숙해지면 전액 월세 형태로 바뀐다. 이 때문에 전세가율이 계속 치솟더라도 주택 구입에 대한 거부감이 계속되면 세입자들이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월세를 내며 버틸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기대처럼 ‘전셋값 상승→주택매매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임대시장이 월세로 전환되면 집값 하락의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5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없이 전부 월세 바꾸면 월 250만원 정도 되는데 이를 감내할 직장인은 드물다는 것이다. 월세를 더 높일 게 아니라면 집값이 떨어진다. 도쿄 시내 원룸가격이 월 100만원을 넘어섰던 일본이 이런 전철을 밟았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 금리가 연 2~3%니까 집주인들은 6% 정도 이율을 적용해서 월세를 받으려 할 텐데 집주인의 기대 이자율을 낮출 수 없다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는 양립할 수 없는 목표인 전·월세 안정화와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