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상가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시세표가 붙어있다. 이날 정부와 새누리당은 당정회의를 열어, 전세 폭등에 대한 대책으로 각종 규제 철폐와 세제 지원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뉴스1 |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책
“당정 매매활성화 대책은
서민 아닌 여유층에 혜택
임대료 인상제한 준공공임대와
세입자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을”
최근 심각해진 전월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오는 28일 ‘전·월세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매매시장 침체로 전월세난이 촉발됐다고 보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비롯한 매매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매매 활성화가 일정 부분 필요하기는 해도 그것이 서민들의 전월세 문제를 푸는 열쇠는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매매 활성화를 위한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는 전세로 거주하고 있지만 집을 살 구매력이 있는 상대적 여유 계층에게 혜택이 집중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선 저렴한 임대료를 받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민간 임대시장에도 계약갱신청구권과 월세 상한제 등을 도입하는 등 실제 임차인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적으로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늘리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공공이 보유한 임대주택 확충이야말로 임대시장의 ‘안전판’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행정학과)는 “박근혜 정부가 대학생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철도부지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20만가구 건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원 부족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임대는 단기간에 늘릴 수 없기 때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시 산하 에스에이치(SH)공사 등이 미분양주택, 다가구·다세대 등을 매입하거나 임대해 저렴한 임대로 내놓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에스에이치공사는 다음달 2일부터 서울시내 전용 85㎡ 이하의 기존주택 1000가구를 전세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4·1 부동산대책’에서 추진하기로 한 민간 준공공임대주택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전월세난 완화를 위해 서둘러야 할 과제로 제기된다. 준공공임대는 민간 임대사업자가 보유 주택을 준공공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10년간의 의무임대기간 동안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대신 임대료 인상률을 연간 5% 이내로 제한받도록 한 것이다.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관계자는 “연내 준공공임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등록 절차, 임대료 수준 등 관련 규칙을 서둘러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대료 상승폭을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와 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권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임차인에게 1~2회 계약갱신 청구권을 부여하고 재계약 때 전월세 가격 인상폭은 연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는 전세시장에 충격을 줘 집주인들이 미리 전셋값을 올리고 전세 물량이 줄어드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따라 전세보다는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월세에 초점을 맞추어 임차인 보호망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전세와 달리 월세 인상률 상한제는 부작용 걱정이 덜해 도입이 어렵지 않다. 독일도 3년간 월세 인상률을 20%로 제한해 임대가격 안정을 꾀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종훈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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