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심혈을 기울여 시행 중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예산 삭감이라는 벽에 부닥쳤다. 3차년도인 내년 예산이 시의회 내부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해 원안에서 13억 원 이상 잘렸다. 예비심사 때 32억 원이 삭감됐던 것에 비하면 나은 편이긴 하나 사업 자체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 같아 안타깝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칼질'이 매년 늘고 있으니 과연 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는 단순한 개발정비사업이 아니다. 역사성과 장소성이 어우러진 '부산성'을 되살리는 시대적 과업이다. 부산의 산복도로는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진 명소다. 일제시대에는 막노동자들의 거주지로, 해방 후에는 귀환 동포들의 정착지로,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살았던 애환 어린 장소였다. 성장 위주의 경제개발에 발버둥칠 때도 집없는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기능했었다.
따라서 이 사업은 낙후된 원도심을 살리는 것은 물론, 부산 유일의 풍경을 재생하며 지역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등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의 관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명품도시의 품격을 드높여줄 확실한 자산인 것이다. 그런데 예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사업비가 깎이면서 셔틀버스 운행 지원과 마을 용역 등 필수적인 일들을 할 수 없게 됐고, 야간경관 조성 및 집수리 예산 등은 반토막났다. 이러면서 산복도로의 활력을 어찌 되찾을 수 있으며, 부산다움을 논할 수 있겠나.
거듭 강조하거니와 산복도로 르네상스는 일부 지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니다. 부산지역 전체의 과업인 것이다. 산복도로는 숱한 애환과 숨결이 간직된 스토리텔링의 보고이며, 역사성이 풍부하다.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풍광도 자랑한다. 이런 뛰어난 자원을 갈고 닦아 부산성을 대표하는 보석으로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 시의회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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