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민주공원의 내년 예산이 절반으로 뭉텅 잘릴 처지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13년 부산시 예산안을 최종심의하면서 민주공원 위탁운영비를 당초 11억800만 원에서 5억1500만 원으로 무려 52.7%나 삭감했다고 한다. 아예 민주공원의 문을 닫고 사업을 접어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과도한 인원과 인건비 지출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여러 모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의회가 시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여지는지 따지는 것은 본연의 일로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민주공원 예산삭감은 그 규모나 방식이 상식을 벗어난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예결특위가 정규직 18명, 비정규직 5명은 다른 수탁기관에 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인원이라고 문제 삼았으나, 시민을 대상으로 한 복합문화 공간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정규직 1인당 인건비 역시 연간 3121만 원으로 다른 기관과 비교해 볼 때 현저하게 낮다는 게 민주공원 측의 반론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해당 상임위까지 통과한 예산안을 무리하게 깎아낸 데에는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수탁기관과 달리 민주공원만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도 표적이라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예결특위의 조치를 "시민을 위한 예산감시가 아니라, 권력을 이용한 민주세력 죽이기"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999년 개관한 민주공원은 그동안 민주화운동의 체험장, 민주시민 양성의 교육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양질의 문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는 41개 사업을 펼쳐 8만 명 시민이 참여했다. 시의회가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예산을 깎아 사업에 심대한 지장을 줘서야 될 일인가. 광주 5·18기념재단이나 서울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비해 턱없이 낮은 예산과 인원으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온 민주공원의 노력이 외면 당해서는 안 된다. 본회의에서는 원상복구된 예산안이 통과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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