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소득이 있었던 영화 스태프의 평균 임금은 연 1107만원이었다고 한다.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임금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충격적인 것은 3년 전 조사 때보다 114만원이나 줄었다는 사실이다. 그사이 한국영화는 관객 1억명을 돌파했지만, 무대 뒤 스태프의 삶은 더 찌그러졌다. 오죽 안타까웠으면 홍콩 배우 런다화(‘도둑들’ 출연)는 “한국영화에 다시 출연할 기회가 오면, 내 개런티를 쪼개서라도 스태프들을 챙기겠다”고 말했을까.
실태를 더 들여다보면 스태프의 삶만이 아니라 한국영화 자체가 암울할 정도다. 열에 넷은 영화 일로 벌어들이는 연간 소득이 불과 500만원 밑이었다. 1년에 5개월 정도 실업 상태이지만, 실업수당을 받는 고용보험 가입자는 열에 셋뿐이고, 법정근로시간(주당 40시간)을 초과하는 75시간을 근무하지만 초과근무수당을 받은 사람은 열에 한 명도 되지 않는다. 일에 대한 만족도는 보통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열에 넷은 전직을 희망한다. 생계비 이하의 소득과 장래에 대한 불안감을 그 원인으로 꼽은 사람이 열에 아홉이다. 실제 영화제작을 떠받치는 30대 중반의 전문적 스태프들이 영화계를 떠나고 있다. 한국영화의 한 축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톱스타 캐스팅과 홍보선전에 쏟아붓는 비용을 생각하면 스태프의 일할 맛은 더 사라진다. 제작비가 마련되면, 캐스팅 비용, 광고선전비 및 섭외비가 먼저 책정되고, 마지막으로 책정되는 게 스태프 인건비다. 개런티가 많아지고, 홍보선전비가 늘면 자연 인건비는 줄어든다. 제작비 10억원 미만의 영화를 제외하면 한국영화 편당 평균 제작비는 50억원 수준. 순제작비는 33억원 정도이며, 이 중 10억원이 인기배우 개런티라고 하니, 평균 100명에 이른다는 스태프 인건비를 웃돈다.
영화는 배우는 물론 촬영, 편집,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 미술, 사운드믹싱, 조명 등 수많은 스태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조연과 스태프를 기아선상에 버려둬서야 좋은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다. 이제 제작자와 투자자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영화계 노사정 위원회라 할 영화산업협력위원회는 2011년, 4대보험 가입, 초과근무수당 지급, 계약기간 명시 등을 담은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들었다. 최소 수준의 내용을 담았지만 이를 따르는 제작사는 거의 없다. 정부는 물론 투자·배급사도 나서야 한다. 제작사로 하여금 표준에 따르도록 감독하고 지원도 해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스태프는 물론 제작, 투자, 배급사 모두 불행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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