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행태를 고발하는 보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이 후보자와 함께 지냈던 헌법재판소와 법원 내부 사람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라는 게 특징적이다. 며칠 전 헌재 관계자는 “이런 분이 소장이 되면 헌재 위상에 문제가 생긴다”고 대놓고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있다. 어제는 이 후보자가 대전지법 부장판사 시절 함께 근무했던 직원이 “(이 후보자가)재판에 들어가기 전이나 끝난 뒤 사무실에서 양팔을 벌리면 여직원이 법복을 입히고 벗겨줘야 했다”고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렸다.
이쯤 되면 이 후보가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청문회에 서더라도 망신만 당하고, 최악의 후보자라는 오명만 뒤집어쓸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남아있는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려면 더 늦기 전에 자진 사퇴하는 길 밖에 없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줄잡아 20여건에 이른다. 이 사례들을 보면 이 후보자는 공인의식이나 공직자윤리는 안중에도 없고 ‘나랏돈은 눈먼 돈이니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생철학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공무상 출장을 명목으로 사적인 여행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후보자는 2008년부터 9차례나 외국으로 공무상 출장을 떠났는데 이 중에서 5차례를 부인과 함께 갔다고 한다. 다른 재판관들은 일 년에 한 번도 갈까 말까 한데 3배나 더 많이 다닌 것이다. 2010년 프랑스·스위스 출장 때는 공식 수행한 헌법연구관을 9일 먼저 귀국시키고 문화시찰 명목으로 니스 안시 등 관광지로 유명한 도시들을 다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배우자 동반은 ‘관행’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런 관행을 용납할 국민은 없다. 또 재판관 시절 업무추진비의 18% 정도인 405만원을 공휴일에 사용했고, 평일에 집 근처 음식점 등에서 쓴 적도 여러 차례라고 한다.
어제 공무원노조 법원본부가 전국의 판사 54명과 직원 등 68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판사의 92%, 전체의 89%가 이 후보자가 헌재소장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답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후보는 어제, 6년 전 청문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음해한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당시 청문회는 전효숙 소장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 공방에다 6명 재판관을 한꺼번에 하는 바람에 겉핥기 식으로 진행된 게 사실이다.
당시 절차 문제 등을 트집 잡아 본회의장 점거까지 하며 전 후보자를 낙마시켰던 새누리당으로선 이 후보자를 지켜줄 명분도 없어 보인다. 이 후보자 스스로 잘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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