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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국민연금 헐어 기초연금 충당 안 된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9.

등록 : 2013.02.18 19:21 수정 : 2013.02.18 20:13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월25일 기초연금 재원 문제와 관련해 “어디 다른 데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일부를 기초연금에 충당하는 방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자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014년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에서 1조~2조원가량을 기초연금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추라는 것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인수위 방안의 내용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하고, 국민연금 보험료 일부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는 것이 뼈대라고 한다. 현재 387조원가량 쌓여 있는 국민연금 기금에는 손을 대지 않되, 2014년부터는 기초연금 재원의 12% 혹은 22%를 그해 국민연금 보험료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도입할 경우 내년부터 4년 동안 해마다 9조7780억~10조750억원이 필요한데, 인수위 구상대로라면 1조~2조원의 국민연금이 기초연금으로 쓰이는 셈이 된다. 인수위는 600만명에 이르는 노인들을 소득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한 뒤 그룹별로 최소 4만~5만원에서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보고한 모양이다.

 

인수위가 이처럼 ‘국민연금 활용론’을 결정한 것은 궁여지책이다. 기초연금 재원을 충당할 뾰족한 수단이 없으니 400조원 가까운 국민연금 곳간을 이용하자는 셈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에게 노후에 일정액의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반면에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낸 사람이 혜택을 받는 사회보험이다. 그동안 국민연금에 꼬박꼬박 돈을 내온 사람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국민연금 보험료를 기초연금 재원으로 쓰겠다는 건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재원 고갈 문제가 만만치 않은 숙제다. 정부는 국민연금기금 고갈을 막겠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지급액(소득대체율)을 낮춰왔는데, 기초연금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충당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일괄지급하지 않고 차등지급하는 쪽으로 후퇴하면서 용두사미가 된 상태다. 여기에 국민연금 활용 방안까지 최종 확정될 경우, 가입자들의 엄청난 반발로 후유증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재정에서 기초연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리고 혼란을 극복할 방안으로 증세 등 조세 차원의 해법을 검토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