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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한겨레신문 왜냐면] ‘백수 증명서’를 아시나요? / 이윤배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9.

등록 : 2013.02.18 19:33 수정 : 2013.02.18 19:33

지난 몇 해 동안 제자들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영광스런 대학 졸업장 대신 ‘백수 증명서’를 들고 대학 문을 나서는 제자들의 얼굴을 스승으로서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정부·민간 합동의 ‘스펙 초월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하고 해외 취업 장려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멘토제를 통해 취업시장에 강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기대는 크지만 실효성이나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청년실업 대책은 늘 시늉에만 그쳤다. 정부의 실업 대책도 급여가 턱없이 낮고 단기적인 인턴사원 등 비정규직이 주종을 이루었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은 정부와 기업의 몫인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한술 더 떠 대학 구조조정을 무기로 청년취업을 대학에 떠넘기며 횡포를 부려 왔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부실대학이나 대출제한대학을 피하려고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취업률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 복지나 장학금으로 쓰여야 할 막대한 예산이 알게 모르게 낭비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20대 취업률은 겨울 강추위처럼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고용 동향을 보면 20대 취업자 수는 7개월째 감소하고 있으며, 주 취업 연령대인 20대 후반 고용률도 6개월째 하락 추세다. 실업률도 2009년 8.1%, 2009년 8.0%, 2011년 7.6%로 악화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취업 걱정으로 졸업을 미루고 있는 대학생도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청년실업의 증가가 내수 침체를 부추겨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어떤 학자는 청년실업으로 사장되고 있는 유휴인력의 잠재력을 10조원 이상으로 평가했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년들이 삶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희망과 꿈을 상실했을 때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 갈 원동력 역시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청년실업자가 넘쳐나는 한, 그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된 정부의 실업 대책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다. 따라서 박근혜 새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고용 확대를 위한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대기업·재벌 중심의 사회·경제적 구조의 틀을 바꿔 일자리 창출이 좋은 중소·중견 기업을 키우고자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그 어떤 실업 대책도 성공할 수 없다. 제조업만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분야를 적극 개발하고, 정부와 기업이 강한 파트너십을 갖고 대학과 일터를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의 원스톱센터나 영국의 직업센터와 같이 구직자와 기업을 직접 연결해 주는 취업 알선 프로그램의 운영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이윤의 사회환원 차원에서 경제가 어렵고 침체될수록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해야 경제도 살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청년들 역시 화이트칼라·대기업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낮추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젊음이란 끊임없는 도전과 창조 때문에 아름다운 까닭이다.

 

 

이윤배 조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