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료 인하경쟁 북항,신항 다 위태 '기업' 위상 갖추고 BPA주도 협상해야
올해가 저물어갑니다. 그래서 해양·항만 분야를 곰곰이 되돌아봤습니다. 올 한 해 지면에 무얼 많이 썼는지 말입니다. 한곳으로 쏠리네요. 부산항의 빛과 그림자입니다. 빛은 신항이고, 그림자는 북항입니다. 그림자로 표현했지만, 내용은 암울합니다.
사실 올해 부산항은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이 6m짜리 컨테이너 기준으로 1700만 개를 넘어설 것 같습니다. 사상 최대치입니다.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항만의 위상도 다지게 됩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정말 선전했습니다. 환적화물을 많이 유치한 덕분이지요.
문제는 이게 거의 신항 몫이라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신항의 물동량 처리 비중이 부산항 전체의 70%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북항은 내리막길입니다. 급기야 2년 전만 해도 부산항에서 가장 '잘나가던' 신선대부두의 운영사 CJ대한통운(KBCT)이 물량 급감에 따른 경영난을 내세워 최근 시쳇말로 '배 째라'를 선언했습니다. 일부 선석은 반납하거나 이게 여의치 않으면 컨테이너 전용에서 일반화물 부두로 바꿔주고, 남은 선석의 임대료도 낮춰달라고 부산항을 운영·관리하는 부산항만공사(BPA)에 요구했습니다.
신선대부두 얘기가 나온 김에 '막 돼 먹은' 하역요율이 떠오릅니다. 부산항의 하역료는 외국의 경쟁항만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습니다. 중국 상하이항의 '반값'입니다. 부두 운영사가 너무 많은데다, 시설과 장비 등에서 월등하게 나은 신항에 물량을 뺏기지 않으려고 북항에서 하역료를 경쟁적으로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터라 선사 측이 하역료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고, 선사가 하역료를 공개입찰에 부치는 경우도 전 세계 컨테이너 항만 중 부산항이 유일합니다.
북항만 죽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신항도 패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외국 해운선사가 '꽃놀이패'를 쥐면 신항도 사정이 달라집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얼마 전 항만 분야에서 30년간 공직 생활을 했던 이로부터 '해법'을 듣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입니다. 그는 옛 해양수산부 해양정책과장, 부산해양수산청장, 지금의 국토해양부 물류정책관과 물류항만실장을 지냈습니다.
곽 이사장은 부산항의 하역료 문제의 정답은 다원화돼 있는 부두 운영권을 회수해 일원화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역료 인하 과당 경쟁을 막으려면 민간이 임대한 부두 운영권을 항만공사에 스스로 반납해야 하고, 외국처럼 항만공사가 운영사가 돼 외국 선사와 직접 하역료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주주 참여 방식의 부두 운영사 통합'은 별 실익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형식적인 통합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지요.
북항과 신항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두 항만 간 정시성을 갖고 운항하는 해상셔틀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부산항의 연간 물동량 1600만 개 중 100만 개 정도가 신항에 오가는데, 이걸 육상교통으로 하면 한계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해상운임이 육상운임보다 비싸면 BPA가 보전해주는 게 낫지, 육상운송 비용을 보전해주는 지금의 인센티브제로는 '거꾸로 정책'을 면하기 어렵다는 일갈도 있습니다.
이는 BPA의 위상과 직결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BPA는 예전 러시아 나홋카 항만 개발(물론 사업 파트너 때문에 무산됐지만)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자체적으로 이끌어갈 능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2014년이면 BPA도 출범 10년째를 맞습니다. 항만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 '내공'을 가질 때입니다. BPA가 민자 유치를 통해 항만을 건설·개발할 수 있는 근거를 항만공사법 개정안에 담는 등 '기업'의 위상을 제대로 갖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BPA의 '손'과 '발'을 만들어주는 일을 새삼 생각해봅니다. 언제까지 싱가포르 PSA 인터내셔널 같은 '선진 항만'을 쳐다보고 부러워할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배운 것을 실천에 옮겨야지요.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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