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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주민참여예산제가 성공하려면 / 이은영[한겨레]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27.

등록 : 2012.12.26 19:27

 

지난 13일, 서울시의회에서 통과된 2013년도 서울시 예산의 특징은 올해 처음 도입된 주민참여예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이 예산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재정운영의 투명성, 재원배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의 관심도를 반영하여 정책의 상향적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기여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추구하고자 하는 근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예산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좀더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제반의 재정운영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만약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민참여예산제도를 운영할 경우, 기존 사업과의 중복에 대한 우려가 높고, 기존 예산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여 창조적인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기보다는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이번 서울시예산안 심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기존 사업과 중복·유사하거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 단순히 자치구의 예산 확보를 위한 사업, 그리고 특정 이익집단이 개입된 사업까지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결과적으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처음 도입된 제도인 만큼 그 취지를 살리자는 데 더 큰 무게중심을 두면서 애초 예산의 대부분이 반영됐으나,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과정에서 전체 주민참여예산의 39.9%인 199억원이 삭감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서울시의 주민참여예산은 시행 첫해를 맞아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어느 정도 안착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도 운영 과정에서 상당부분 미숙한 점이 발견되었듯이, 향후 주민참여예산 사업의 타당성 및 실효적 성과를 위해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예산심의 및 집행 과정에 이르기까지 좀더 구체적이고 면밀한 검토를 통해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예산편성 과정에서는 예산편성의 최종 권한을 가진 시장이 기존 사업과의 유사·중복을 걸러주고 사업의 타당성 및 계획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시의회와의 소통을 통해 이어지는 예산심의 과정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시의회의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주민예산이라 할지라도 예산심의권이 의회의 고유권한인 만큼, 타당성이 낮은 사업에 대하여는 과감한 감액조정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집행부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소관 실·국 차원의 수차례에 걸친 검토와 예산부서 사정 등을 고려한 여러 단계의 검토 과정을 거치는 것에 반해, 주민참여예산은 상대적으로 계획수립 및 집행절차에 대한 구체성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집행 과정에서는 실효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은영 서울시의회 입법조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