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28 19:04
노동자들의 ‘죽음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 한진중공업의 복직 노동자 최강서, 울산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운남, 서울의 청년활동가 최경남, 경기 용인의 외국어대 노조 간부 이호일·이기연씨 등 18대 대선 이후에만 전국에서 5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돌연사했다. 이 시대의 절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보여주는 안타까운 행렬이다.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명하다. 간접적 살인이나 다름없는 정리해고,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 비정규직 차별, 일터를 잃고 난 뒤의 극심한 생활고, 악랄한 노조탄압, 대선 결과에 따른 낙담 등이 죽음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고통에 대한 우리 사회의 외면도 이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게 했다. 노동자들의 죽음 앞에서 산 자들이 한없이 죄스럽고 부끄러운 이유다. 이 시간에도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는 74일째 철탑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용역깡패들이 공장으로 쳐들어온 유성기업 홍종인 지회장은 70일째, 쌍용자동차 한상균 전 지부장은 4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그렇지만 노동자들의 처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막는 일보다 더 화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앞장서서 죽음의 행렬을 저지해야 한다. 박 당선인은 줄곧 ‘100% 대한민국’과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다. 그러나 고공에서 칼바람에 떠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한 채 대통합을 거론하는 건 말장난일 뿐이다. 박 당선인도 노동자들의 죽음을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이 대한문 앞 농성촌 등의 노동자들을 직접 찾아가 눈물을 닦아준다면 더없이 좋은 일일 터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더라도 “더 이상 죽지는 말라”는 메시지만큼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노동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쌍용차 국정조사 등 시급한 노동 현안을 풀기 위한 새누리당의 즉각적인 행동도 촉구해야 마땅하다. 노동자들의 죽음의 절규에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박 당선인이 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자 대통합의 진정한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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