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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거정당행정자료

"곽노현에 돈 받으면 위법인줄 알았지만 직선제 유세 자금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6.
  • 최종석 기자
  •  

    입력 : 2013.03.06 03:02

    출소한 박명기 前교수 단독 인터뷰… "나도 서울교육감 직선제의 희생양"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가 3일 오후 서울 반포동 자택에서 출소 후 처음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태경 기자

     

     

     

     

     

     

     

     

     

     

     

     

     

     

     

     

     

     

    "저도 (교육감) 직선제의 희생양입니다." 지난 3일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박명기(55) 전 서울교대 교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 때 후보 사퇴 대가로 곽노현 전 교육감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지난달 21일 출소했다.

    박 전 교수는 당시 투표를 2주 앞두고 사퇴했지만 선거 비용으로 7억원 넘게 썼다고 했다. "온 가족이 명함을 120만장 뿌렸어요. 그런데도 사람들이 제가 누군지 몰랐어요. 막막했죠."

    그는 "당시 후보 사퇴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위법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계약해 놓은 유세 차량과 홍보물에 대해 위약금도 줘야 하고… 경제적 압박감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에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는데, 그때는 학교운영위원들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치러져 큰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운영위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수도 없었고 유세도 지역별로 한 차례 씩 공동으로 진행해 홍보물 만드는 데 500만원 정도만 들었다는 것이다. 선거 기탁금 600만원도 돌려받았다. 박 전 교수는 출소 후 서울 반포동에 있는 누나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다. 살던 아파트를 팔았지만 아직도 빚 1억원이 남아 있다고 했다. 추징금 2억원은 아직 한 푼도 내지 못했다.

    박 전 교수는 "현재 교육감 직선제는 선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정파 간 편 가르기와 이념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도 다분하다"며 "학부모와 교사가 교육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진보 진영이 곽 전 교육감을 살리려고 나를 단일화를 미끼로 돈을 뜯은 파렴치범으로 만들었다"며 "나는 그렇게 부끄러운 짓을 하지는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감 중 곽 전 교육감이 자신을 '하느님도 칭찬할 사람'이라고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헛웃음이 나왔다"며 "그는 선거와 재판 과정에서 철저히 나를 기만하고 바보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곽 전 교육감은 단일화 협상 당시부터 선거 비용 보전 등을 포함한 합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교수는 그러나 "곽 전 교육감도 결국 피해자"라고 했다. "재판 과정에서 곽 전 교육감이 선거 비용을 마련하려고 친척들에게도 돈을 빌리러 갔지만 잘 안 됐다고 했어요. 그도 직선제의 피해자인 셈이지요."

    박명기 前 서울교대 교수는

    서울교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 2010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진보 진영 후보로 출마했다가 곽노현 전 교육감과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후보직을 사퇴했다. 그러나 선거 후 후보 사퇴 대가로 곽 전 교육감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간선제로 치러진 200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도 출마해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