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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진작 위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6. 26.

등록 : 2013.06.25 21:23 수정 : 2013.06.26 15:19

 
남재준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25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를 들으며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정보위 출석

박 대통령 개입·지시여부 추궁엔
“3번 만났다”면서도 관련성 부인
야 위원들 “국익 내팽개쳐” 질타

“야당이 자꾸 공격하니까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 (대화록을 공개)했다.”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공개)했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25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국정원장 스스로가 국가기밀을 유출할 수 있느냐”는 야당 정보위원들의 추궁에 이렇게 답했다. 남 원장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지난 3월20일 회의가 소집된 이후 무려 97일 만에 다시 열린 이날 정보위에서는 지난 대선 때 벌어졌던 국정원의 선거개입 사건과 국정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에 대한 질의가 쏟아졌다.

 

남 원장의 답변에 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 야당 위원들은 “국정원의 명예,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가 국가이익, 국가기밀보다 더 중요한가. 남 원장이 홧김에 공개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몇몇 위원들은 “국정원의 명예가 어디 있냐. 국정원이 (정치개입으로) 만신창이가 됐는데, 그것을 위해 국익을 내팽개쳐도 되는지 자질이 의심스럽다. 남 원장이 사퇴하는 게 낫겠다”며 자진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명예와 직원의 사기를 앞세운 남 원장의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에 남 원장은 “내 나이 70이다. 홧김은 아니다”고 답했다고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자질 부족을 이유로 사퇴하라는 야당 요구에 남 원장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정 의원은 밝혔다.

 

야당 정보위원들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원 전 원장은 국익상 대화록 공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는데, 왜 남 원장은 대화록을 (여당에) 전달했느냐”고도 캐물었다. 이에 남 원장은 “원 전 원장의 국익과 본인이 판단하는 국익은 다른 것 같다”고 답했다.

 

야당 위원들은 남 원장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 국정원장이 그런 내용을 봤다면 확인해 달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남 원장은 “답변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하다, 의원들의 추궁이 거듭되자 “의원님들이 직접 확인해 보시라. 제가 답변할 사항은 아니다”며 ‘공’을 의원들에게 다시 넘겼다.

 

대화록 무단 공개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이나 지시 여부를 캐묻는 야당 위원들의 질의에는 “(박 대통령을) 세번 만났다”면서도 이번 공개와의 관련성은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남 원장은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이스라엘의 모사드(정보기관) 같은 정예부대로 만들라고 주문했다”는 말을 했다고 여야 정보위원들이 전했다.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대화록이 국정원에 보관된 과정에 불법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정보위 산회 뒤 기자들과 만나 “다른 정상회담 기록은 대통령기록관에만 있는데 왜 유독 2007년 기록만 국정원에 있는가. 이는 대단한 불법”이라며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자체 생산해 국정원에 뒀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