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정치권의 반발 속에 임기 말 특별사면을 강행한 가운데 사면 대상자에 이 대통령의 측근뿐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부순 뉴라이트 인사 등도 끼워넣은 것으로 나타났다. 측근 챙기기에 이어 ‘자기편’ 챙기기라는 이번 사면의 속성을 고백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6회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상정된 사면안을 심의·의결했다. 총 55명의 특별사면 명단에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대통령의 비리측근이 포함됐지만, 거론되지 않아온 인물들도 다수 포함됐다. 각별한 눈길을 끄는 이들은 조선일보 출신 3인과 뉴라이트·보수단체 3인이다.
법무부가 공직자로 분류한 김효재(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연광(전 청와대 정부1비서관), 언론계로 분류한 김종래(전 주간조선 출판국장)은 3명 모두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임헌조 뉴라이트 전국연합 사무처장,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이갑산 범시민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뉴라이트와 극우 성향의 보수단체 인사다. 서씨는 2009년 6월24일 고엽제전우회 회원들과 대한문 앞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혐의로 약식기소돼 2011년 11월 벌금 80만원형을 받았다. 이갑산 공동대표는 무상급식 등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해온 인사다. 법무부는 뉴라이트 단체 소속인 임씨를 ‘정치인’으로, 서씨와 이씨를 ‘시민단체’ 몫으로 분류해 각각 특별복권했다.
노동운동으로 수감되지 않은 인사를 ‘노동계’로 분류해 특별사면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명단에 포함된 이해수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의장은 지난해 직원 수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부산시로부터 억대 보조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09년 쌍용차 정리해고 뒤 파업 등 투쟁 과정에서 노동자 98명이 구속되고 40명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사면 대상에는 이 대통령의 사돈인 조현준 효섬섬유 사장도 포함됐다. 그는 이 대통령 사위의 사촌형이다. 법무부는 “(조씨는) 국민 정서상 인척으로 이해되지만 법적으로 인척이 아니어서 대통령의 ‘주요 친인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09년 1월 벌어진 용산참사 관련 수감자 6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도 사면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형량 만기를 몇 개월 남겨둔 상황이어서 ‘여론 눈치보기로 용산참사 관련자들을 임기말 사면대상에 끼워넣은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더구나 2015년 1월에 형량이 만기되는 남경남 전 전국철거인연합회 의장은 “망루 농성을 배후 조종하고 형 집행률도 낮다”는 이유로 사면에서 제외했다.
사면 대상자 명단이 공개되자 시민사회는 ‘국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사면’이라고 비판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결국 예상대로 자신의 측근을 다수 포함한 특별사면을 단행했군요. 우리 역사상 최악의 ‘불통 대통령’으로 영원히 남겠네요. 의리나 보은이라는 건 조폭사회에서나 높이 평가되는 기준 아닙니까?”라고 탄식했다.
이재화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자신의 트위터(@jhohmylaw)에서 “특별사면자 명단 보니 기가 막힌다. 측근들과 수꼴들만 우글거리고, MB 비판한 정봉주 전의원, 시국사건 관련자들, 노동계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원칙도 명분도 없는 참으로 고약한 ‘장난사면’”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길 전 의원(@KwonYoungGhil)은 “MB의 툭별사면은 ‘꼼수사면’이고 용산참사 희생자에 대한 ‘명예훼손 사면’이다. 측근 비리인사 사면이 목적이면서 용산 희생자 등을 끼워넣기 식으로 처리, 희생자들을 두 번 짓밟았다”고 규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서 특별 사면안을 의결하면서 ‘국민과의 약속한 대로 원칙에 입각한 것’이라며 ‘민생사면’위주라고 자화자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 출범시 사면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고 재임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사면은 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 노력했다”며 “이번 사면도 그러한 원칙에 입각해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명하고 법과 원칙에 맞는 사면을 위해 처음으로 민간 위원이 다수 포함된 사면심사위원회를 통하는 등 진일보한 절차를 거쳤다”며 “우리 정부에서 사면은 민생사면을 위주로 하고 정치사면은 당초 약속대로 절제해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적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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