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2.20 14:02 수정 : 2013.02.20 14:10
“수천억 팔면서 미국 쇠고기 안 먹겠다건 상식에 안 맞아
나하나 욕먹고 별소리 다했으나 나라가 커진 거 아니냐”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낮 청와대 영빈관에서 출입기자단 송별 오찬 행사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마지막 소회도 밝혔다. 같은날 오전 20여분 동안 진행된 퇴임 연설에서 담지 못한 이 대통령 개인의 소회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이 헤드테이블에서 편하게 말한 대목과, 오찬 행사 마지막에 마이크를 잡고 얘기한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소 길지만, 이 대통령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많다.
나하나 욕먹고 별소리 다했으나 나라가 커진 거 아니냐”
이 대통령은 헤드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몇가지 일화를 소개해줬다.
- 안경을 쓰면서 인상이 좋아졌다는 얘기가 있다. =이 대통령 :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 잘 두고 다닌다. 그래서 수행 비서 보고 하나 더 갖고 다니라고 했다. 안경을 쓰니 인상이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 청와대 건물을 현대건설이 지었다고 하는데 = 이 대통령 : 청와대는 본관도 현대건설이 지었지만 숙소와 관저, 영빈관도 지었다. 지하벙커도 현대가 지은 것이다. 청와대 상량식 때 회사 대표 자격으로 처음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봤다. 내가 나중에 있게 될 줄 알았으면 좀 더 잘 지을 걸 그랬다. (웃음)
현대건설이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맡게 된 것은 알려진 대로 태국에서 공사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기구에서는 한국에 고속도로가 필요 없다면서 차관을 거절했다. 그래서 우리 돈으로 해야 했다. 당시 다른 서울시 공병대 건설부 등 세 곳은 모두 700억~800억원의 공사비를 써서 냈지만 현대건설은 380억원이면 되겠다고 했다. 420억 원이 들었는데 그 차이는 도로가 마을을 관통할 때 양쪽을 지나다닐 수 있는 수백 개의 굴다리 건설비를 생각 못해서 발생한 비용이다.
- 퇴임 후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가 = 이 대통령 : 맹형규 장관이 자전거 타고 자전거길 가자고 해서 가려고 한다. 전국이 연결됐으니 날씨 따뜻해지면 가려고 한다. 은퇴한 사람들에게 자전거가 좋다. 퇴직한 사람들에겐 레저가 없다. 공원에 가거나 등산을 하는데 등산이 노인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거든. 자전거 타서 노인들이 건강해지면 정부 의료비가 줄면 정부 재정이 좋아지고 개인 삶도 달라진다. 4대강 주변 곳곳에 ‘바이크텔’을 지어야 해. 모텔처럼 숙박을 할 수 있게. 이미 4대강 주변 개발을 지자체가 시작했지. 퍼블릭 골프장 등으로 쓰면 되거든. 싸게 해서. 우리 강산이 매우 아름다운데 국민들은 우리 것 잘 못 본다. 알프스 산이 얼마나 못생겼는데.
- 운동을 좋아하시는데 = 이 대통령 : 바쁜 사람이 놀 줄도 안다는 게 내 지론이다. 테니스, 스키, 골프 이런 것 잘 한다. 시간이 많은 사람은 내일 해야지 하면서 잘 못 논다. 서울시장 하면서 2년간은 정치부 기자도 안 만나고 정치권 사람도 안 만났다. 그러던 중 기자들과 곤지암에 골프를 한 번 했는데 그때 79타를 쳤지. 그래서 같이 간 기자들이 싱글패를 만들어줬는데 오타가 생겨 ‘생글패’로 됐더라. (웃음)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비판적 언론 보도에 대해 “일을 안 해 본 사람”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은 앞으로 어디서 만나도 내가 어느 대통령 있을 때 청와대 출입했단 것을 갖고 살 것이고, 나도 많은 기자들 만날 일 생길지 모르나 그래도 내 임기 중에 만난 기자들이라 하면 특별한 감회 가질 거라 생각한다. 나는 우선 대통령으로서 편안한 마음으로 물러나는 것을 행복하게 생각한다.
모든 게 떠날 때 보면 여러 감회가 많겠으나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고, 내가 이제 그만두면 뭘 어떻게 했는지를 쓰려는 마음도 있고, 며칠 전에 전문하는 컨설팅 회사에 CEO가 와서 이리저리 국제사회에 했으면 좋겠단 리포트 가져와서, 자발적으로 가져온 거 보고 고맙게 생각했다.
조금 전에 동영상에 나온 거에 보니 내가 스타일이 좋다니 고맙다. 나는 따로 비결이 있는 건 아니고 내 체중이 5년 전에 들어올 때와 떠날 때 체중이 똑같다. 체중이 똑같으니 보는 사람들 스타일도 똑같겠지.
나는 건강관리라고 하는 건, 아주 바쁘면 건강을 해칠 시간이 없다. 바쁘게 살면. 제일 나쁜 건 잡념이 많을 때 건강을 해친다. 그런데 잡념 가질 시간 없이 살았으니까. 정신적 문제 때문에 건강 해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생각이 머릿속에서 꽉 차 있고 할 때가…. 나는 잡념 없이 살았다.
일찍 일어나니까 신문을 매일 보고 방송 모니터링 하면서 비교적 본다. 일찍 일어나니까, 밤 12시 되면 여기저기 틀어본다. 나쁜 기사 보면 기분 나쁘지 않냐 하는데, 이런 생각한다. 내가 기분 나쁘다고 해서 상대에 전달되지 않고 나만 속상하다. 이 친구는 이렇게 썼구나, 저 친구는 저렇게 썼구나 생각하는 거지, 하나하나 감정을 나타내면 나만 손해다. 그러니 나는 감정 안 가지고, 그렇다고 해서 기분 좋았다고 하는 건 가식이고, (웃음) 또 이 친구들 이렇게 썼구나 하지. 이렇게 쓴 사람들도 세월이 흘러서 뒤돌아보면 그땐 그랬는데 아니었단 걸 느낄 거라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불쾌한 게 있어도 참는다. 어느 시기 가면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지금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 정부, 사람들 보면 그런다. 일을 해보면 안다. 일을 한 사람은 우릴 이해할 거다. 일을 안 해본 사람, 모르는 사람은 우리를 많이 비판할 거라고 수석들에 격려한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고 한다. 모르는 것들이 꺼덕댄다. 일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일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내가 돌림자 안 쓴 건, 내가 ‘상’자 돌림인데, 나는 우리 어머니께서 태몽을 꿨는데 큰 보름달을 치마에 안아서 주위가 훤하게 비췄단다. 보름달을 치마에 안았다. 그걸 이야기했더니 이름 짓는 분이 그게 아깝다고 밝을 명, 넓을 박, 그 이름을 꼭 쓰라고 해서 밝을 ‘명’, 넓을 ‘박’ 그것을 쓰게 됐다. 뭐 이름 그대로 되었다. 대통령선거 때 보니까 ‘명박’ 이러니 일본식이라 누가 비판하는데 그런 뜻이 아니고 태몽 때문이다.
기자들 관한 질문했는데, 나는 출입하는 기자들도 개인적으로 가까운 기자도 많다. 20, 30명은 나와 오래 역사를 함께 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기자다, 아니다 그런 관점보다 가깝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내가 임기 내에 나와 출입을 같이한 것도 굉장한 인연이라 생각한다.
한국은 이제 우리끼리 머리 맞대고 우리끼리 싸우던 대한민국이 아니다. 고개를 들고 세계를 보면서 살아가야 할 나라가 됐다. 이제까지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고 머리 맞대고 경쟁하고, 우리끼리 하지만, 어느덧 대한민국은 세계를 향해, 세계 1등 이렇게 됐다.
우리 젊은 사람들이 참 놀라운 건 목표가 세계 1등이란 것이다. 나도 스포츠를 좋아해 자주 찾아가는데, 동계스포츠 연습하는 데 가 보면 스피드스케이팅 가 보면 이상화 선수가 1등 했는데 목표가 올림픽 1등이다. 우리 옛날 자랄 땐 그런 게 없었다. 기업도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1등이고 세계를 석권한다. 모든 게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고, 거기에 맞춰가야 한다. 여러분들이 하는 언론도 글로벌한 경쟁의 시대로 가야 한다. 난 늘 불만이 그거다. 기사가 너무 국내적인 기사로 닫혀져 있다. 자세히 보면 발전에 도움이 좀 덜 된다. 글로벌한 걸 가지고, 이 과제에 대해선 세계는 어떻게 보는지,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취급하는지, 여기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나는 쇠고기 파동 때 왜 확고한 생각을 가졌냐 하면, 우리가 세계에 수천억불 물건을 파는데 미국 쇠고기 안 먹겠다고 하고, 우리는 물건을 팔겠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맞는 것이다.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 안하겠다 그런데 미국에 자동차를 팔아야겠다는 경우는, 초등학교 학생도 그 정도 룰은 지킨다. 물론 거기에 따른 보건, 건강, 위생 그런 것은 기초고, 그건 따져야 한다.
그러나 크게 보면 우린 글로벌한 대한민국이다. 이명박대통령, 이명박정부가 대한민국을 중심국가로 만들어보겠다, 우리 역사에서 늘 어디 나오면 변두리, 발언권도 없고 차례 돌아오면 한마디 하는 정도의 나라로는 더 이상 클 수 없단 생각을 가졌다.
왜냐 하면 평소에 해외를 많이 다녔고, 온 세계를 다니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나라를 그레이드업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상품 값도 올라가고 나라도 대우받고, 여러분들 잘 모르겠지만 난 젊을 때 나가면 한국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일본 사람이냐고 묻고, 그 다음에 중국 사람이냐고 묻고는 끝이다. 한 번도 한국 사람이냐 들은 기억이 없다. 지금 여러분들 어디 가면 다 물어볼 거다. 일본 사람이냐 하는 것보다 한국 사람이냐고 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려면 생각이 글로벌해야 한다.
대한민국 영토가 작지 않나. 사람들이 우리를 작은 나라로 취급한다. 우리는 강대국,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였다고 생각하지만, 난 우리가 강대국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5천만, 2만불 소득이면 세계 7번째 나라다. 이게 왜 약소국가냐,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도 아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겠나. 물론 땅덩어리는 좁다. 그러나 그 좁은 땅에 사는 사람 생각이 크고 글로벌하면 거기 맞춰 클 수 있다. 생각이 작으면 늘 작은 국가다. 우리가 우리끼리 따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가지고 갑론을박하면 작은 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스위스나 노르웨이가 왜 큰 나라냐. 노르웨이는 인구가 500만이나 인도네시아 인구가 2억5천되는 나라에 기후변화 대비한 산림에 대한 연구 하라고 10억불을 노르웨이가 인도네시아에 주기로 약속을 했다. 2011년이다. 인구도 대단히 적고 영토도 작지만 생각이 크니 큰 나라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생각해 보면 자질구레한 우리끼리 작은 거 가지고 싸운다. 그러면 우린 작은 사람밖에 될 수 없다. 우린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미국 쇠고기, 미국 FTA를 그렇게 본거다. 안하면 그만이지, 아이고 집어치우자, FTA 반대하면 하지말자, 이렇게 5년을 보냈으면 지금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가 됐겠나. 나하나 욕먹고 별소리 다했으나 그래도 나라가 커진 거 아니냐. 그러니 우리 상품이 어디가면 한국산이라 그러면 좋아한다. 그만큼 우리가 커진 것이다. 커진 만큼 그에 걸맞는 정치, 사회, 경제문화, 언론, 이런 것들이 돼야 된단 말이다. 다른 사람은 잘 모르나 청와대 출입기자는 그렇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
지난 5년간 동고동락한 우리 청와대 출입기자 한 분, 한 분 고맙고, 어디서 만나면 반갑게 소주라도 한 잔할 수 있는 좋은 관계가 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분 개개인이 발전했으면 한다. 개개인의 발전, 더 큰 생각 가지고 고개 들고 멀리 보면서 살아가길 바란다. 나는 눈이 작아서 멀리 본다. 눈 큰 사람도 멀리 보려면 눈을 작게 뜬다. 난 항상 멀리 보면서 살고 있다. 선택해야 될 때 좋은 선택하면서 발전하길 바란다. 고맙다. (기자들 박수)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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