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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18대 대선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3) “그냥 박정희·박근혜가 좋아서 투표”

by 부산중구마중물 2012. 12. 25.

[50대는 왜 투표장에 몰려갔나](3) “그냥 박정희·박근혜가 좋아서 투표”

강홍균·김정훈·강주일·박순봉 기자 khk5056@kyunghyang.com

 

입력 : 2012-12-24 22:00:03수정 : 2012-12-25 16:01:35

 

ㆍ“독재니 뭐니 해도 업적 있잖냐… 박근혜, 아버지 닮아서 믿음직”

50대 유권자들이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당선인을 선택한 데는 ‘고도성장’으로 상징되는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도 큰 몫을 했다. 부정부패 의혹 없이 오랫동안 안정적 정치 경륜을 쌓아온 박 당선인에 대한 신뢰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50대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오산시에서 사업을 하는 조모씨(59)는 “박 전 대통령이 독재를 했다고 하지만 그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경제가 제대로 됐겠느냐”고 말했다. 조씨는 “한국에 고속도로가 없었다면 경제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속도로를 만들 때 야당은 모조리 반대했는데, 그때 무리수를 둬서라도 고속도로를 안 깔았다면 지금도 부산까지 내려가는 데 12시간, 20시간 걸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황모씨(59·직장인)는 “어린 시절 보리밥만 먹고 자라다 새마을운동 시작하면서 수돗물이 나왔고 마을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다”며 “유신독재니 뭐니 해도 박 전 대통령의 업적에 비하면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박 당선인이 아버지를 닮은 딸이라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제주에 사는 한모씨(55)는 박 전 대통령이 제주에 베푼 은혜를 생각해 박 당선인을 찍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박 전 대통령이 도로사정이 열악하던 제주도에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한 시간에 오갈 수 있는 5·16도로를 만들었고 먹는 물이 부족하던 시절에 한라산 입구에 수원지를 파 수돗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해줬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의 김모씨(54·공무원)는 “내가 고교 1학년 때 육영수 여사가 돌아가시고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사망했는데 그때 많이 울었다”며 “박 당선인이 혼자서 힘든 세월을 보낸 것에 대한 연민의 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 “어린 시절 새마을운동 후 수돗물도 나오고 발전”
대전 직장인 59세 황모씨


▲ “가족 잃고, 결혼도 안 해 비리 없는 대통령 기대”
서울 자영업 59세 김모씨


지난 18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인의 유세장에서 한 지지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50대는 정치인 박근혜에 대해서도 신뢰감을 표시했다. 특히 친·인척 비리로 얼룩졌던 과거 대통령들과 달리 박 당선인은 가족이 없어 측근 비리도 없을 것 같다고 말한 50대가 많았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김모씨(58·회사원)는 “박 당선인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 후 상당 기간 갈고닦으며 자기 입지를 굳혀와 믿음이 갔다”며 “소신있게 세종시를 지지하는 등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점도 박 당선인을 지지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식당을 하는 김모씨(59)는 “박 당선인은 부모를 비극적으로 잃고, 남편도 없이 꿋꿋하게 살아왔다”며 “박 당선인이 어머니의 검소함과 아버지의 강함 등 좋은 점만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주부 전모씨(53)는 “지금까지 대통령들은 가족이 있다보니 모두 친·인척 비리나 측근 비리도 많았다”며 “박 당선인은 가족이 없어 측근 비리도 나올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박모씨(51)는 “박 당선인이 인사탕평과 국민대통합을 주장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며 “현 정권만 봐도 고대나 소망교회 출신 아니면 뭐 해볼 수도 없었지만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을 큰 공약으로 내걸었으니 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표를 한 사례도 많았다.

경기 동탄시에 사는 보험영업직원 김모씨(51)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원했다.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순간이 아니냐”고 말했다. 김씨는 “서로 자기만 옳다고 주장하는 기존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육영수 여사의 온유한 품성을 닮은 박 당선인이 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주부 권모씨(59)는 “박 당선인이 여성의 입장을 반영해줄 것 같아 찍었다”며 “물가가 끝없이 올라 장보기가 겁이 날 정도인데 박 당선인이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해 물가를 안정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주부 나모씨(57)는 “박 당선인의 인상이 엄마같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있다”며 “결혼도 안 하고 혼자 힘으로 힘들게 살아온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기도 해 이번에는 찍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