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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조선일보 사설] 이웃집 車 열쇠 구멍 막고 타이어 펑크 낸 판사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7. 1.
입력 : 2013.07.01 03:03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위층 주민과 다투다 그 주민의 자동차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지난주 사표를 내고 물러났다. 이 전 부장판사는 지난달 초 아파트 주차장에 있던 위층 주민 자동차의 열쇠 구멍에 접착제를 발라 잠금장치를 망가뜨리고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고 한다. 그는 2011년 페이스북에 이명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가카새끼 짬뽕'이라는 그림을 올렸었다. 2012년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실제 주인공인 대학교수가 낸 복직 소송과 관련해 법률로 공개가 금지된 재판부 내부 합의 과정을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이 전 판사는 이 소송의 주심을 맡았었다.

남의 잘잘못을 가리는 것을 임무로 삼는 판사는 재판 과정에선 물론이고 사생활에서도 남다른 절제력과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열쇠 구멍에 접착제를 바른 이 전 판사의 행위는 일반 시민으로서도 최소한의 양식을 가졌다면 저지를 수 없는 짓이다.

헌법에 법관은 탄핵이나 금고(禁錮) 이상 형(刑)을 받은 때를 제외하고는 파면할 수 없게 돼 있다. 아울러 헌법은 법관 임기를 10년으로 하고 연임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법관 신분을 보장하되 임용 이후 10년마다 자질과 능력을 평가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법관은 재임용에서 탈락시키기 위해서다. 법원조직법은 법관의 심각한 신체·정신 장해, 근무 성적 불량, 품위 손상을 재임용 거부 사유로 정해 놓았다. 그러나 그동안 재임용 심사는 유명무실했다. 대법원이 1988년 민주화 이후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법관은 2012년까지 5명뿐이다. 이정렬 판사도 2007년 재임용을 통과했다.

일부 법관들은 법정에서 막말을 해대고 SNS에서 정치적 주장을 쏟아내거나 천박한 언행을 해 사법부를 제 손으로 해쳤다. 그런 모습들을 두 눈으로 보아 온 국민으로선 법관 2700여명 가운데 탈락한 5명을 빼고는 근무 성적 불량, 품위 손상 같은 재임용 거부 사유에 해당하는 법관이 없다고는 믿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은 재임용 심사와 재임용 판단의 근거가 되는 평소 근무 평정을 엄격히 해 부적합 법관을 과감히 탈락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