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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왜냐면] 합법화된 선거비용 보전비용 / 박재동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2.

등록 : 2013.02.11 19:24 수정 : 2013.02.11 21:24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하 곽노현)은 공직선거법 제232조 2항, 즉 곽노현이 박명기 전 서울교대 교수에게 준 2억원을 사후매수죄로 규정하고 처벌한 법에 대한 위헌심판을 요청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합헌으로 났고, 그 결과 곽노현은 수감중이다. 그 후 곽노현 사건은 이제 사람들에게서 희미하게 잊혀 갔다.

 

그런데 지금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헌재의 합헌 결정문 속에 이런 문구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정책연합을 위한 후보단일화 때의 선거비용 보전은 위법이 아니다’라는 문구다. 선거비용을 갚아 주는 일이 위법이 아니라니!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왜냐면 나는 ‘곽노현 2억 사건’의 본질을 후보단일화로 인해 일어난 선거비용 보전 문제로 보았고 그렇게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한 사람은 단일화를 위해 중도 사퇴한 탓으로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기회를 잃어 7억원이란 빚을 졌다. 또 한 사람은 선거에 이겨 35억원을 보전받았다. 빚을 진 박명기 교수는 그 고통에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 얘기를 들은 곽노현은 2억원을 내주었다. 그러고는 이 ‘사후매수죄’란 법망에 걸려 두 사람은 지금껏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것이 2억 사건의 핵심이다.

 

만약 헌재의 결정문이 그때 있었더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건이다. 그러나 그 당시는 선거비용 보전은 무조건 죄가 되는 상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왜냐면 곽노현의 2억원은 후보를 매수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자살을 막기 위한 선의의 부조이면서 동시에 선거비용 보전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그런가? 자살을 막자고 2억원 주기를 권한 곽노현의 친구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그의 행위가 선의의 부조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실행한 곽노현은 유죄가 되었다. 선의의 부조이지만 교육감직 보전이란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사후매수죄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이제 선의의 부조이면서 선거비용 보전이라고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선거비용 보전이란 증거가 있는가? 1심에서 재판장이 “선거와 관계가 없더라도 박명기 교수에게 2억원을 주었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곽노현은 선거와 관계가 없었다면 100만원 정도 줬을 것이다라고 말하며 선거비용과 관련된 사건임을 진술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이제 무죄가 가능한 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얄궂게도 실제로는 곽노현을 구속시킨 공선법 제232조 2항은 합헌이 되어버렸고, 대법원은 헌재의 이번 선거비용 관련 결정 이전에 이미 이 법으로 유죄를 선고해 버렸기 때문에 방법 없이 계속 수감중인 것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곽노현은 헌재에 재심을 청구했다. 곽노현이 재심 후 유죄가 될지 무죄가 될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이런 변화된 상황에서 유무죄를 다퉈 볼 권리는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마침 헌재도 2001년부터는 권리구제에 관한 건에 대해서는 재심의 길을 열어 놓았다니 이번 재심을 받아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선거비용 보전은 합법’이란 해석의 길이 열렸으니 이제 입법부가 이를 반영한 법 개정을 서두를 때다. 그래야 연이어 다가올 선거에 있을 혼란을 미리 막고 ‘정책연합’이란 새로운 선거문화를 건강하게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제 곽노현의 문제를 떠나 곧바로 현실의 문제이다.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