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졸속, 밀실 심사, 쪽지 예산과 같은 문제가 드러났다. 해마다 연말연시에 항상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이슈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후진적 관행들이 되풀이되는 이유를 두고 국회의원들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의원들에게 좀더 높은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 몇 가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예산 심의 기간을 늘려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미국은 240일, 영국은 120일 동안 예산을 심사한다. 미국은 사실상 토론·평가·분석하는 데 약 1년을 투자한다. 이에 견줘 우리나라는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헌법 제54조’는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 예산 심사 기간이 60일에 불과한 것이다. 국민들은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도 모른 채 예산안이 통과되는 것이다. ‘뒷북’을 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충분한 토론을 위해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둘째, 예산 심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선 토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예산 심의 기간이 짧다 보니 지금까지 국민들의 참여는 거의 배제되었다. 이른바 ‘쪽지 예산’도 사업상 필요보다는 당에서 한 자리 차지하는 사람들 위주로 책정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예산을 받지 못한 지역구 의원들은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무능한 의원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하지만 의원들은 단순한 지역구 의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지역 주민보다는 국민 전체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국민 전체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토론장을 주기적으로 마련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지역 간 균형도 맞춰야 한다.
셋째, 미국의 회계감사원(GAO)이나 영국의 감사원(NAO)처럼 ‘독립된 회계 검사 기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감사원이 있지만, 심의 기간이 짧아 국회와 연계가 되지 않고, 예산 심의가 감사원 감사와 연결되지 않아 부실한 측면이 많다. 또한 의회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회계 검사 기구를 확보하지 못해 회계검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시검사체제도 아니고 재정집행이 완료된 다음 사후 승인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의 부족한 예산 심의 기능을 보강하고 감사원의 부족한 감사 능력을 해결하기 위해선 독립 기구가 절실하다. 더불어 미국의 회계감사원처럼 해마다 작성한 사업평가서를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감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국민의 대표자가 국회의원이라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의원이 얼마나 될까. 국회의원들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박선빈 서울시 성북구 동선동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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