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첫째로 강하게 드는 의문은 국정원에 계속 대공수사권을 주는 것이 옳으냐는 점이다. 국정원의 수사권이 존속돼야 할 근거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남북대치라는 특수 상황에서의 국정원의 전문적 수사능력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수사 내용을 보면 전문성도, 특수한 수사 능력도 찾아볼 수 없다. 내부 제보자를 통해 입수한 녹취록에 나오는 과격한 발언 정도를 갖고 엉성하게 덤벼들고 있는 게 고작이다. 여기에다 무리한 법 적용, 마구잡이 피의사실 공표, 언론플레이를 통한 여론몰이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의 연속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검찰 등에 사건 수사를 맡기고 국정원은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나 넘기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 수집 기능과 수사 기능의 분리는 세계 대부분의 정보기관이 공통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으로, 국정원 개혁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국정원이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마저 우습게 여기고 있음도 잘 드러났다.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포장만 잘하면 정치사찰도 문제될 게 없고, 국민의 여론도 얼마든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무단공개에 이어 이번 사건으로 정치의 물꼬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렸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국민의 통제, 감시와 견제 시스템 필요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국정원의 ‘셀프 개혁’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제 정치권은 국정원의 정치개입 근절과 개혁이라는 화두를 다시 붙잡아야 한다. 국내 정보 수집권과 수사권 폐지, 국회의 통제 기능 강화, 감시·견제 시스템 정비 등 시대적 과제 앞에는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특히 새누리당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이석기 의원 사건의 정치적 활용에만 골몰할 때가 아니다. 그것은 결코 새누리당이나 이 정권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역시 이번 사건의 여파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국정원 개혁을 뒷전에 미뤄놓고 계속 국정원과 여당에 끌려다니기만 해서는 제1야당의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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