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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동구

동천 재생 4.0 부산의 미래를 흐르게 하자 <3-3> 신 문화창조의 거점- 동천 지류와 우암선 철로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7. 6.

물길 따라 달린 철길…그곳에 가면 과거가 도란도란 말을 건다

국제신문 김용호 기자 kyh73@kookje.co.kr

  • 2013-04-23 19:43:53
  • / 본지 6면
   
우암선과 동천이 만나는 동천삼거리. 6·25 때 개통돼 30년 전 폐선된 우암선 일부 구간이 남아 있다. 김용호 기자
- 부전역~감만항 5.8㎞ 화물철도
- 도시화 밀려 기차 운행중단 30년
- 좁은 철길이 골목길로 변했다가
- 다시 자동차 도로로 바뀌었지만
- 서민 옛 삶의 흔적들 오롯이 간직
- 마음속 철마는 아직도 '칙칙폭폭'

우암선 철길은 폐선됐다. 그것도 30년 전인 1984년에. 당연히 기차도 다니지 않는다.

우암선은 6·25 때 개통됐다. 당시 참전했던 16개 우방 연합국으로부터 받은 군수물자를 더욱 빠르게 전선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부전역~감만리항구(우암동) 5.8㎞ 구간을 잇던 화물 철도였다. 하지만 도시화의 물결에 밀려나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우암선이 살아날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 수는 없다. 물건을 나르던 화물철도로는 몰라도, 세상을 이어주는, 삶을 연결하는 통로라면, 가능할지도.

■ 침목은 남아 있다

우암선 철로를 따라 걸었다. 부전역에서 시작. 역대합실에서 부산시청 쪽을 바라본다. 왼쪽으로 시민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계단으로 내려가 범전치안센터와 범전동주민센터 이정표를 따라갔다. 6층짜리 범전아파트가 있다. 이곳이 과거 우암선 선로가 지나가던 자리다.

범전로 32번길. 차량 2대가 비켜가기 어려울 만큼 좁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철길이 지나갔다는 게 상상이 잘 안 된다. 범전경로당 앞에 우암선 선로의 흔적이 있다. 철교다. 한때는 5t짜리 화물차도 거뜬하게 지나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초라한 다리다. 폐선의 흔적이라야 철교 상판 위에 남은 침목이 전부다. 철교 아래로는 동해남부선이 지나간다. 범전경로당 어르신들은 기차가 멈춘 지 30년이 된 아직도 그때를 기억한다. "코앞으로 기차가 휙 지나갔제. 어떤 날은 하루에 한 번도 안 지나가는 날도 있었고. 많을 때는 서너 대씩 지나갔어."

철교를 지나면 부산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중앙대로와 만난다. 예전에는 중앙대로를 가로지르는 육교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송상현광장 조성공사로 육교는 끊겼다. 지금은 송상현광장 주택가 철거가 진행 중이다.

■ 우암선의 추억들

   
우암선의 흔적(점선)이 드러난 문전교차로.
중앙대로를 가로질러 부산진구 전포2동으로 들어섰다. 우암 폐선은 본격적으로 주택가를 가로지른다. 티코 승용차도 겨우 지나갈 것 같은 좁은 길을, 기차가 달렸다. 지나가는 노인에게 우암선의 추억을 물었다. "늙은이 이름은 알아서 뭐할 거야" 하고 톡 쏘면서도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따지고 보면 이 동네는 크게 변한 게 없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좁은 골목길이 철길에서 자동차 도로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그때는 기찻길을 따라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많아 조금 위험하긴 했다"고 말했다.

동성로112번길을 따라 걷는다. 단층 아니면 2층의 주택가가 이어진다. 골목은 양팔을 벌리면 손끝에 닿을 듯하다. 부산에 이런 길이 또 있을까 싶다. 아름다운 해변과 산책로가 이어지는 갈맷길이 대세라지만, 여기는 사람 사는 곳이다. 부산의 과거가 살아 있고, 현재의 삶이 고스란히 숨 쉬는 곳이다

   
우암선이 지나갔던 남구 문현동 부산골프클럽 앞 굴다리.
서면한신아파트를 지나 항도중학교 뒤쪽에 이르자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길이 확 밝아진다. 대궐이 나타나서가 아니다. 부산여대 아동미술보육과 학생들이 주택가 담벼락을 산뜻하게 칠했다. 녹색 파랑 주황 노랑 하늘색 등 갖가지 색으로 단장한 담장에는 화분이 놓이고 꽃이 피었다. 전깃줄이 어지럽고, 빨래가 너풀거리는 여전히 오래된 주택가. 좁은 골목이지만 사람 냄새가 확 풍긴다.

벽화거리의 끝에서 오거리를 만났다. 철로가 직선으로 뻗었을 것이란 가정 아래 우암선의 흔적을 찾지만 쉽지 않다. 정면의 두 길이 다 기차가 지났을 것 같다. 두리번거리다 '작은 박물관'을 찾았다. '일신사'. 문을 닫은 양복점이다. 유리창 너머로 재봉틀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마치 어제까지 양복을 만들었던 것 같다. 백발의 주인이 나타났다. 양복점을 기웃거리고 있으니 "손님이 없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문을 닫은 지 몇 년 된다고 한다. 우암선 철길이 어디로 지나갔는지 물었다. 붐비나 상회 뒤쪽 길이란다. 계속 걸었다.

골목길 끝에 동성로가 나왔다. 가로질러 직진. 전포대로와 만났다. 전포동 부산은행 사거리를 지나 걸었다. 골목길은 끝났다. 우암선은 전포대로를 따라 내려갔다. 하지만 도시철도 2호선 공사 등으로 철로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 녹슨 선로·철교…문전교차로 등 곳곳 기차 다닌 자국 선명

우암 폐선의 흔적은 전혀 없는가. 황령대로와 전포대로가 만나는 문전교차로에서 뜻밖의 횡재를 만났다. 교차로 교각 아래로 철로가 드러난 것이다. 아스팔트 도로포장이 벗겨지면서 선로가 군데군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전역에서 출발해 문전교차로까지 오는 사이 우암선 철길을 발견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국제금융센터 쪽으로 붙어 계속 직진한다. 도시철도 2호선 문전역을 지난다. 우암선은 GS칼텍스 주유소 뒷길로 지나갔다. 대로를 벗어나 골목길로 다시 접어든다. 성동중학교 뒤편을 지나면 동서고가도로 교각 아래를 통과한다. 얼마 안 가 오른쪽에 부산시민회관이 보인다. 자유평화로 60번길.

드디어 동천과도 가까워진다. 철길은 사라졌으나 길은 골목으로, 골목으로 계속 이어진다. 굴다리를 통과한다. 부산골프클럽 앞에서 온전한 철길이 나타난다. 드디어 우암선이다.

이곳은 우암선이 폐선 된 이후에도 연탄 수송을 위해 기능을 일부 유지했다. 지금도 연탄공장이 남아 있다.

연탄공장에서 농협 바이오사료공장을 지나면 동천삼거리에 닿는다. 우암선과 동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문현교차로에서 내려온 길은 감만동, 8부두 방면과 태종대, 5부두 방면으로 갈라진다. 동천이 부산항과 만나는 최하류이기도 하다.


# 왜 우암선인가

- 옛 우암선 역사성·추억 살려 새로운 광관명소로 활용 가능
- 부산시, 산책로 조성 등 추진

'동천 재생 시리즈'에 왜 뜬금없는 우암 폐선인가. 이유는 충분하다.

동천의 지류인 부전천에는 부산시민공원이 내년 1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 중이고, 부산진구 전포동 삼전교차로~양정동 송공삼거리 구간 3만4740㎡에는 송상현광장(길이 700m, 너비 45~78m)이 조성된다. 동천 하류에는 문현금융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부산시민회관도 마찬가지. 동천 하류는 또 북항재개발 사업지역과도 가깝다. 동천과 그 지류가 부산의 미래가 달린 상징적 공간을 대부분 관통하는 셈이다.

동천과 지류의 물길을 따라 우암선도 비슷하게 흐른다. 우암 폐선은 부산시민공원~송상현광장~문현금융단지~시민회관~북항을 관통한다. 물론 옛날에 그 길을 따라 우암선이 달렸다는 데서 의미를 찾자는 단순함은 아니다. 우암선의 기억을 더듬어 실제로 걸어보면, 새로운 부산을 만나게 된다. 화려한 도시와는 또 다른 이면을 보게 된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소 칙칙하게 보일 수도 있고, 20~3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 도시민들이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다. 산복도로가 명소로 탈바꿈하고, 감천문화마을에 외국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부산시는 송상현광장을 조성하면서 '우암선 스테이션'을 장기 계획으로 잡고 있다. 중앙대로를 경계로 단절된 전포동과 범전동 골목길을 연결해 관광명소로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다.

부산시 도로계획담당관실 최병우 주무관은 "우암선 옛길을 활용해보자는 제안은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초기 비용 문제로 당장 하기는 어려워 장기계획에 포함한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또 어린이대공원과 시민공원 송상현광장을 연결하는 산책로를 추진한다. 우암 폐선 구간도 일부 포함돼 탈바꿈이 기대된다.

후원: (주)협성종합건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