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시설과 맥 끊긴 동천, 조화 이루려면 도시 읽을 줄 아는 건축가 눈으로 봐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3-03-04 18:59:15
- / 본지 30면
거리마다 보이는 건축물들은 전체가 서로 매우 정교한 규칙에 의해 조율된 듯하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어울리도록 구시가지의 형상이 신시가지에 투영되어 있다. '라데팡스' 일대는 보는 각도마다 풍광이 다채롭다. 마치 '도시계획 콘서트'와 같다.
'라데팡스'에 대해 비판적 지적도 있지만, 도시공간을 입체적이고 유기적으로 만드는 도시설계 시각은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모듈로 동천을 바라보면 몇 가지 방향이 보인다.
첫째, 우리가 만드는 도시는 전체 토지이용계획과 필지별 건축계획이 잘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연계기능을 맡는 것이 지구단위계획이라는 것인데, 토지이용계획에 치우쳐 공동체의 가치나 건축적 입체성은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다. 개발업자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내용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천의 경우에도 어떤 형태로든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실행할 지구단위계획은 기존의 계획들에서 범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 도시계획시설인 동천과 주변의 도로는 동천 일대의 토지이용계획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동천의 현재 모습은 지자체의 행정부서 간 부조화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천 부서만이 오염원을 제거한다는 시각에서 동천 문제를 떠안고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셋째, 도시세포를 읽을 줄 아는 건축가적 심미안이 필요하다. 지금은 골목에 웅크리고 있지만 한때는 부산의 주거문화의 산실이었던 목공소 장인들의 시각으로 동천 재생을 바라볼 필요도 있다. 도시는 일순간에 형성되지도 않고, 건축물이나 나무 한 그루도 의미 없이 서 있지 않다. 도시에는 건축가적 시각으로 해석할 가치있는 소재가 정말 많다. 새로 만드는 대형 건축물의 일부를 공개공지 형태로 동천과 일체화되도록 설계하여 부족한 광장이나 보행도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건축구역이나 건축 협정을 통해 건축 규제도 완화하고 더 창의적인 공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동천을 일관성 있게 조정할 지휘자가 필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공간을 변화시켜야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이 계획의 원리이니 점·선·면 그리고 공간을 보는 설계적 감각이 필요하다. 공간에 스민 경제조직을 이해하고 살려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부족한 정부 재원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 중앙부처별로 나누어 지원하고 있는 재원을 장소 중심으로 모아서 집행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정부와 민간을 연결하고 갈등도 조정해야 한다. 어쩌면 이러한 종합적이고 복잡한 일은 잘 설계된 행정조직으로 하여금 담당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신망있는 공공건축가가 함께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시간만 지나면 대안만 무성해지고 사회적 갈등만 쌓이기 마련이다. 처음엔 솔깃해 보이던 대안도 비판거리가 되기 일쑤이다. 그렇게 소시민적 대화의 칼끝은 공공의 적인 정부와 정치의 잘못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도시문제는 지역사회 자체적으로 긍정적 사고를 가지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일을 종합적이고 일관성있게 추진할 '공공철학'을 가진 수퍼스타가 있으면 좋겠다. 지역사회 내부적으로는 공동체가 결속력도 갖고 동천에 대한 애정도 갖도록 유도해야 사업의 성공도가 높을 것이다. 동천 주변에 사는 것이 자랑스러운 날들이 오길 바란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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