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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동구

[동천재생 기획 시론] 동천 살리기, 물이 먼저다 /박원호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26.

맑은 물 흐르게 성지곡 수원지 활용…오염원 제거·관리 병행하면 효과적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3-02-25 20:43:50
  • / 본지 30면
   
'동천 재생 4.0'을 내건 국제신문의 새해 캠페인에 큰 박수를 보낸다. 아시다시피 동천은 산업화 역정(歷程)에 쓰러진 대표적인 희생양이다. 일제강점기 조선방직으로부터, 1970·80년대 소위 압축성장시대 산업화의 기수들, 제일제당, 락희화학, 경남모직, 동양고무, 동명목재 등이 모두 동천을 디딤돌 삼아 일어섰다. 말하자면, 나라 전체가 산업화에 매진하는 동안, 수출전진기지 부산의 중심 동천은 가장 낮은 곳에 엎드린 채 부산의 하수도 역할을 감내했던 것이다.

바야흐로 때가 무르익었다. 그동안 뜻있는 시민단체들이 동천 살리기 운동을 적극 펼쳐온 덕분이기도 하다. 물론 부산시도 손놓고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2003년 아시안게임(2005년)을 준비할 때부터 동천 살리기를 지속해 왔으니 말이다.

때맞춰 지난 15일 '동천 재생과 문현금융단지 활성화 세미나'가 열렸다. 동천의 미래 청사진과 시민들의 열기를 십분 확인할 수 있는 흐뭇한 자리였다. 뜬금없이 동천이 파리의 센강이나 런던의 템스강처럼 변한 듯이 잠시 황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심 비딱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만 마시고 있네….'

건설기술자로서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동천 재생은 물이 가장 먼저라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물을 맑게 하여 동천이 기운을 차리고 졸졸졸 노래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지상 과제는 복개 구간의 해체, 하천 유지용수의 확보, 오염원의 제거이다.

첫째, 동천의 숨통부터 틔워줘야 한다. 동천의 복개 구간은 전체길이(8.77km) 중에서 반 이상이다. 만약 '5개년 마스트플랜'을 마련한다면, 복개 구간의 단계별 해체가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한다. 복개 구간을 뜯어내면 기존의 교통량은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은 기우다. 서울의 청계천 복원 사례를 보자. 청계천의 복개 구간(고가도로 포함)에는 일일 15만 대 이상이 주행했지만, 이들 교통량을 흡수할 대체도로를 만든 적은 없다. 시민들께 미리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면, 부산 시민들은 기꺼이 불편을 감수할 것이다. 우선 간선도로가 아닌 이면도로인 부전천이나 전포천의 일부 구간부터 시작할 일이다.

둘째, 성지곡수원지 물을 활용하는 길이다. 당초 상수도원으로 개발된 성지곡수원지(1909 준공)는 1972년 공업용수로 전환되었다가 1985년 이후에는 이마저 중지되었다. 산업화의 사명을 완수하고 저수지로 돌아온 지 오래다. 이 물을 동천의 유지용수로 부전천으로 흘려보내는 일은 대단히 상징적인 일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성지곡수원지가 준공되던 시점부터 동천의 오염은 날로 심해졌던 것이다. 그때부터 동천은 상류의 청정수를 음용수로 빼앗기고(?) 생활오수와 공장폐수를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물을 동천에 되돌려준다고 해도 유지수량으로는 부족하겠지만, 아쉬운 대로 방류량을 조절할수는 있을 것이다.

셋째, 오염원의 제거와 관리 감독이다. 2013년 2월 현재, 동천에는 매일 3만 톤의 해수를 끌어와서 광무교 아래에다 방류함으로써, 당장에 악취를 줄이는 효과는 얻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퇴적물이 쌓여 있고, 잠재적 오염원(더 파크)의 등장도 우려된다. 해수 유입으로 오염 농도를 희석하는 일과 함께 오염원의 제거와 관리 감독도 병행되어야 훨씬 효과적이다.

한편 잘 모르는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온천천은 성공했는데 동천은 실패했다'고. 하지만 동천은 온천천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 어쩌면 청계천보다도 더 복잡할 수도 있다. 복개 구간의 교통과 다양한 이해 당사자까지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동안 오래오래 뜸을 많이 들여왔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전면 복원공사의 마스트플랜을 짜야할 시점이다.

'동천에 부산의 백년 미래가 달려 있다'. 그렇다! 동천을 살리지 않는 한, 부산은 산업화 시대의 그늘에 발목이 잡힌 채 언제까지나 과거의 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새삼 어릴 적 동요가 떠오른다.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갔다/ 버들개지 한들한들….' 동천을 되살리는 길은 보행교도 좋고 천변의 문화공간도 좋지만, 누가 뭐라 해도 물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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