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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동구

[동천재생 기획 시론] 2013년 동천을 생각한다 /신성교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9.

물길의 만남은 '공간'…하천 상부 다리놓아 물과 사람이 만나는 수상 문화 함께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3-02-18 20:22:55
  • / 본지 30면

 

   
5월의 어느 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싱그러운 강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잔을 마신다.

휴양도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방문한 인구 220만 명의 미국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시의 리버워크에서의 경험이다. 1930년대 샌안토니오 강의 홍수방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한 건축가의 제안으로 조성된 '리버워크'는 세계 수많은 도시의 하천 사업의 모델이 된 하천조성 프로젝트이다. 마을로 새로운 물길을 내어 만든 인공수로에 나무를 심고, 주변 건물은 수로를 정원으로 이용한다. 자연히 수로 주변엔 사람이 모이고, 음식점과 문화시설이 생겨난다.

리버워크에서 하천을 생각한다.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다 만든 인공수로일 뿐인 리버워크에 왜 시민들이 모여들고 열광할까? 진화심리학자인 전중환 교수는 "인류는 수백만년 동안 생활해 온 사바나 초원에 대하여 선천적으로 마음이 이끌리도록 진화해 왔으며, 특히 물이 부족한 사바나에 살던 사람들은 물에 대한 미적 쾌감과 고요한 느낌을 갖도록 진화해 왔다"고 얘기한다. 이는 최근 20년 동안 전국적으로 불었던 하천살리기 운동을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수영강에서 동천을 생각한다.

15년 전 센텀시티의 최초 개발 구상안은 수영강에서 단지 중심부까지 인공수로를 내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이후 토지가격 등 경제적 이유로 단지 내에 수로를 만드는 구상은 취소되고, 대신 수영강 주변에 APEC나루 공원을 조성하여 수변가치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 수변공원이 센텀시티의 가치를 이 정도로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긴 했지만, 처음 계획대로 센텀시티에 수로를 만들었다면 지금 모습과 크게 달라져 있을 것이다.

다시 동천을 생각한다.

서면은 부산의 역사 터다. 그 중심에는 동천이 흐른다. 동천은 조선방직에서 문현금융단지까지 부산 사람의 먹거리 터이고, 조방 공터서 열리던 서커스공연에서 동보극장을 거쳐 시민회관까지 부산의 문화 터다. 또한 고고장과 디스코장을 거쳐 클럽까지 젊은이들의 아지트다. 이곳은 과거의 추억, 현재의 기쁨과 미래의 꿈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리버워크와 같이 동천 주변에 인공 수로를 만들고 이를 도시재생 사업의 계기가 되게할 수 없을까? 결론적으로 그 꿈을 실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동천 주변 우리의 삶이 너무 각박하다. 물길을 내주기도, 옆에 두기도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물길과 만나야 한다. 물길이 우리 눈에 들어올 때 하천 수질에 관심도 가질 수 있고, 그래야 하천 수질도 살아나고 그때서야 동천이 비로소 시민 하천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동천에서 물길 만남 공간을 생각한다.

이도 저도 어려우니 하천에서 공간을 잠시 빌려 보면 어떨까. 이 공간은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 아닌 물길을 찾는 인간의 본성을 일깨울 수 있는 문화의 공간이다. 하천의 상부에 다리를 놓아 물과 사람이 접하는 수변공간을 구성해 보자. 이 다리는 자동차가 지나는 다리는 물론 아니다. 사람이 통과하는 다리도 아니다. 사람이 모이고 즐기기 위한 다리이다. 이 다리에는 큰 나무가 있고 만나고 즐길거리가 있는 그런 수상공간이다.

동천 하류부에 복개가 되지 않은 구간을 대상으로 문현금융중심지 주변이나 시민회관 주변에 아름다운 문화의 다리를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5년 전 부전천 하류에 복개된 구간을 서울의 청계천과 같이 복원하는 계획을 수립한 적이 있다. 부전천은 청계천과 다르고 부산이 서울과 다르니 청계천 모습을 닮은 부전천의 복원된 모습에 누구도 감동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복원의 꿈을 잠시 접었다.

이제 다시 부전천을 생각해 본다. 부전천의 복개된 700m 구간의 절반은 하천으로 복원하고 나머지 절반은 물과 시민이 만날 수 있는 수상 문화공간으로 빌려 보자. 이곳이 어떤 곳인가. 부산의 수많은 남녀노소가 다양한 목적으로 찾는 곳이다. 이들이 이렇게 조성된 수상공간에서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불어오는 강바람에 커피 한잔을 마시는 전경을 머리속에 그려본다.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