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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역사

개항 성공한 일본, 실패한 조선…"인재를 길러냈는가"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4. 2.

 

 
 
 
운요호 사건 또는 강화도 사건으로 불리는 조선과 일본 간의 교전도. 일본은 이미 국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조선의 못난 개항/문소영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세계 최강인 줄 알았던 청나라가 19세기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무너지자 조선과 일본은 깜짝 놀랐다. 서양 세력은 파죽지세로 밀려들었고, 청나라에 갖가지 불평등한 조약을 요구했다. 서구의 무력에 눌린 청나라는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영토까지 할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청나라가 서양 세력에 무참하게 휩쓸리자 조선과 일본은 나라의 빗장을 더욱 단단히 걸어 잠갔다.(쇄국정책 강화) 서양 세력이라는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보자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외세의 압박은 계속됐고, 조선과 일본은 어쩔 수 없이 개항을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은 1853년 미국 페리함대에 의해, 조선은 1876년 일본에 의해 개항했다.

 

두 나라 모두 자기 의도와 관계없이 개항했지만 앞날은 달랐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에 성공하면서 단숨에 동아시아 강국으로 부상했고, 조선은 개항 이후 34년간 좌충우돌하며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개항과 동시에 일본이 구질서를 일소하고 새로운 정치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고, 조선이 좌충우돌하다가 식민지로 전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19세기 근대화 당시 일본의 성공과 조선의 실패에 대한 분석은 많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분석은 주로 외세의 성격, 즉 일본을 개항시킨 미국의 의도와 조선을 개항시킨 일본의 의도가 전혀 달랐다는 점, 또 일본과 조선의 개항시기의 차이(20여 년)에 따른 세계정세의 변화에 주목한 것들이다.

 

이 책 ‘조선의 못난 개항’은 19세기 조선의 근대화 실패와 일본의 성공을 외세의 성격이나 개항의 시기가 아니라 양국 내부에서 추적한다. 구제도 철폐를 위한 양국 지식인의 움직임, 조선의 신지식인과 일본 신지식인의 차이, 일본의 하급무사와 조선 유림의 성격, 비주류가 주류를 전복한 일본과 무능한 주류가 존속한 조선, 조선의 김옥균과 일본의 사카모토 료마,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 등을 비롯해 일본과 조선의 문화와 경제적 차이 등에서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일본의 근대화가 내부혼란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 1853년 개항 이후 일본도 40년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구체제인 도쿠가와 막부를 축출하고 왕정복고를 이루는 과정에서 기득권층인 막부파와 신세력인 존왕양이파의 갈등, 메이지 정권과 막부 정권 사이의 보신전쟁, 칼 착용을 금지하는 폐도령에 반발해 무사들이 일으킨 게이신토의 난, 개화론자들 사이의 갈등으로 발생한 세이난 전쟁 등 피비린내와 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심지어 조선을 강제개항(1876년 강화도 조약)시킨 이후에도 일본 내부의 혼란은 여전했다. 그러나 일본은 이 같은 혼란을 수습하고 개혁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 지은이는 국민의 역량을 통합하고 도도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조선과 일본은 지도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한다.

 

이 책 ‘조선의 못난 개항’은 조선의 실패와 일본의 성공을 12가지 주제로 분류해 흥미롭게 설명한다. 12가지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일본은 대체 어떤 지도력이 있었기에 그토록 혼란한 와중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나라를 일으켜 세웠는가’ ‘그런 지도력을 갖춘 인재를 어떻게 길러냈는가’ ‘일본의 인재들과 조선의 인재들은 어떤 차이가 있었는가’ ‘수백 년 동안 양국에 누적된 사회 경제 문화적인 기반은 인재의 성장과 지도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등이다. 나라의 흥망성쇠를 다룬 이야기인 만큼 다소 무거운 주제이나 무척 쉽고 재미있게 쓴 책이라 잘 읽힌다. 특히 망국의 책임을 지지 않고 역사적 비판에서 제외됐던 조선의 임금들과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은 후세가 반드시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일본도 나빴지만 조선의 지도자들 역시 굉장히 무능하고 나빴다. 293쪽, 1만4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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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03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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