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어쨌든 ‘줄푸세’ 공약 대신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앞세워 청와대 입성에 성공한 박근혜 당선자다. 기초연금 도입과 무상보육 0~5살 확대, 아빠의 유급 육아휴직은 박 당선자의 핵심 복지 공약이었다. 보육 예산의 국고 부담률을 70% 수준(서울은 40%)까지 올리겠다는 얘기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실행 의지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문제는 역시 ‘돈’이다.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무상보육 부활
5년 전 이명박 대통령도 굳게 약속했다. “2012년까지 모든 0~5살 유아에 대해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 하지만 그 약속은 ‘돈 없다’는 핑계로 사실상 사장됐다. 무상보육 약속이 되살아난 것은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앞둔 2011년 8월이었다. 야당의 무상급식 공세에 맞선 정치적 대항 카드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정부는 1년 뒤인 2012년 9월 0~2살 무상보육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역시 ‘돈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전면 무상보육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승계됐고, 지난 1월1일 관련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2013년 예산에는 보건복지부 보육 예산이 4조1778억원 책정됐다. 원래 3조4483억원이던 정부안보다 21.2%(7295억원) 늘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34.8%(1조779억원) 증액된 수치다. 여기에 3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만 3~5살 누리과정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원하는 유아교육 예산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보육 예산의 집행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들은 전전긍긍이다. 올해 전국의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무상보육 예산은 3조6157억원. 국비 예산 3조4792억원보다 1365억원이 많다. 무상보육을 위한 국비와 지방비 부담 비율이 49(국비) 대 51(지방비)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책정된 보육 예산을 다 쓰게 되는 올가을쯤이면 다시 한번 ‘보육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은 경기도와 서울시가 특히 심각하다. 두 곳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보육예산이 1200억~1700억원에 달한다.
서울시도 시비 3263억원과 구비 1405억원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뾰족한 수가 없다. 서울시는 8~9월쯤 보육 예산이 바닥나 지난해처럼 카드로 막아야 하는 사태가 빚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서울시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국비 지원 비율이 20%밖에 되지 않아 타격이 크다.
서울시 ‘보육 예산, 카드로 돌려막기?’
경기도와 서울시의 부담이 큰 것은 지역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0~5살 영유아 수가 많고, 올해부터 무상보육 혜택을 받는 소득 상위 30% 이상 가구의 비율이 다른 지자체보다 높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는 국회에서 정부안보다 예산이 증액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예산이 20억~130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낮은 재정자립도에 경제난까지 겹쳐 세수 확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들은 유치원·어린이집 통합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만 3~4살로 확대하는 데 소용되는 재정 분담 문제를 두고 한 차례 격돌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전국 17개 시·도의회의장단협의회가 누리과정 확대 시행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소요 예산을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지 않을 경우 2013년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하겠다고 결의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초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가 누리과정 예산 708억원과 279억원을 전액 삭감했다가 10일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경기도의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8개월분 누리과정 예산 4975억원을 6개월분으로 삭감했다. 부산과 울산시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10개월치만 편성했다.
지자체들의 집단 반발 뒤에는 정부가 필요 예산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지방재정을 악화시킨다는 불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국교육자치포럼’ 소속 교육의원들은 지난해 11월 초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4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의 무상급식 공약에 맞불을 놓기 위해 무상보육을 덜컥 약속해 생색은 다 내고 정부 예산은 한 푼도 증액 않은 채 돈은 시·도교육청에 떠넘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서울시의회는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서울시교육청의 2013년 예산안 의결을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뤘다. 예산 증가분이 중앙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가분보다 2배 이상 많다는 점이 이유였다.
실제 교과부는 서울시교육청에 배정한 교부금을 1201억원 늘렸지만, 서울시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누리과정 예산 증가분은 2573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시교육청은 2013년 교육환경개선사업비를 전년보다 1195억원이나 삭감한 399억원만 편성했고, 시행 중이던 13개 사업 가운데 화장실 개선 등 8개 사업은 예산을 짜지 못했다.
지자체들이 기대를 거는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다. 보육 예산의 국비 비율을 지금의 50%에서 70%로 늘리는 게 주요 내용(서울시는 20%에서 40%로 상향)인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자체 부담은 1조7천억원 정도 줄어든다. 지자체들은 “국비 지원 비율을 점차 확대해 전액을 국비에서 지원하는 것만이 보육 예산 부담 증가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마침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행정안전부가 무상보육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을 20%포인트 늘리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국고보조 비율을 높여 지자체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은 박근혜 당선자의 지방재정 관련 공약이기도 했다. 교과부가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유아학교로 통합해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교과부가 관할하는 유치원과 복지부가 관할하는 어린이집을 교과부 단일 감독 체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여당 일각 ‘보육 예산 증액, 복지 포퓰리즘’
문제는 관료들의 ‘복지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여당 일각에서도 보육 예산 증액을 ‘복지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보수 언론들은 ‘약속 지키려다 나라 곳간 거덜 난다’며 공약 파기를 노골적으로 주문하는 형국이다. 대통령 박근혜의 리더십이 일찌감치 시험대에 올랐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복지인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후 종잣돈, 퇴직연금도 양극화 (0) | 2013.02.05 |
---|---|
[비즈 칼럼] 복지·나눔, 농어촌 미래 위한 쌍두마차 (0) | 2013.01.29 |
"4대 중증질환 전액지원은 도덕적해이·형평성 문제" (0) | 2013.01.24 |
[싱크탱크 시각] 연금개혁을 위한 제안: 사회적 대화 기구 / 이창곤 (0) | 2013.01.24 |
기초노령연금 20만원 누가받나? (2) | 2013.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