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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안철수가 호남의 적자는 아니지만 호남의 사위 아닌가”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3. 24.

등록 : 2013.03.24 16:40 수정 : 2013.03.24 18:18

953호 표지이야기

 [표지이야기] 광주 안철수 지지모임 조정관 전남대 교수… “일단 신당으로 경쟁 구도 만들어야, 순조로우면 내년 호남 지방선거에서 3분의 1 확보할 것”

광주에는 ‘안철수 세력’을 자처하는 조직이 2개다. ‘진심포럼’과 ‘시민포럼’이다. 두 조직의 관계는 미묘하다. 먼저 출범한 것은 진심포럼이다. 조직 운영을 둘러싼 내부 갈등을 겪으며 일부 인사들이 뒤에 출범한 시민포럼으로 옮겨갔다. 지난 대선 때에는 광주를 방문한 안철수 전 후보를 두고 치열한 ‘모시기’ 경쟁을 벌였다.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빚어졌다. 안 전 후보가 출마를 포기한 뒤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두 조직의 ‘적통 다툼’은 안 전 후보가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다시 격화되고 있다. 상대를 향해 ‘껍데기 조직’이라 깎아내리기도 한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정치학)는 “정치적 세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초기 산통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하는 구도를 호남에서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에 대거 합류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교수는 진심포럼 공동대표를 지내다 탈퇴해 시민포럼에 합류한 이 지역의 대표적 친안철수 인사다.

“민주당이라는 조직이 묘해서 아무리 개혁성과 참신성을 갖춘 사람들도 현역이 돼 기득권 구조에 편입되면 모두 변해버린다. 민주당 문을 두드렸든 안 두드렸든 신인들은 그런 점에서 현역과 다르다.”

[관련영상] 호남민심르포…굿바이 민주당, 안철수는? (한겨레캐스트#60)

 

신당 뜰 때 ‘루저 집단’으로 안 보이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지역 민심을 충분히 반영한다고 보는가.

 

충분하지 않다. 여론조사 수치로는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20% 후반에서 30% 초반까지 나오는데, 실제는 이것의 2배 정도 된다고 본다. 지역 민심을 살펴봐도 ‘민주당이 그래도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최근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것과 당이라는 세력을 만들어 선거에 나서는 것은 다르다.

 

호남에선 특히 그렇다. 정치를 해온 사람들은 이미 민주당 소속이거나, 그쪽에 줄을 섰다. 그러니 신당이 뜰 때 모여드는 사람들은 자칫 ‘루저 집단’으로 보이기 쉽다. 참신하고 좋은 인재들을 모아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노원병 보궐선거가 그래서 중요하다. 선거를 통해 안철수의 전국적 파괴력을 다시 입증해야 인재가 모여든다.

 

안철수를 지지하는 세력은 어떤 사람들인가.

 

교수 등 지식인 그룹의 호응이 상당하다. 시민사회에도 새 정치에 뜻을 두고 안철수를 지원하려는 젊은 세력이 있다. 민주당 주변에도 있다. 민주당을 통해 정치에 뛰어들었지만, 당내 계파 구도에 막혀 좌절한 사람들이다. 전·현직 지방자치단체장 중에도 뜻을 함께할만한 분들이 있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가 그룹에서 정치를 시작하려는 분들도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기득권 구조에 진입하지 못했을 뿐 지속적으로 민주당을 노크해왔던 분들 아닌가.

 

민주당이라는 조직이 묘해서 아무리 개혁성과 참신성을 갖춘 사람들도 현역이 돼 기득권 구조에 편입되면 모두 변해버린다. 민주당 문을 두드렸든 안 두드렸든 신인들은 그런 점에서 현역과 다르다. 그분들이 함께하면 신당의 경쟁력이 민주당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수준으로 전국적 전선을 만들 수는 없다. 지방선거에서는 좋은 후보가 있고 경쟁력이 있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

 

‘호남의 안철수 세력’을 자임하는 분들에 대해 지역 여론이 썩 우호적이진 않던데.

 

 

밖에서 볼 때 안철수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내부 갈등도 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는 초기 진통이다. 대안을 만들기 위해선 유력한 대선 주자가 나서 사람들을 끌어모아야 하는 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안철수가 호남의 적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호남의 사위 아닌가. 호남은 민주당이라는 독점 정당의 폐해가 너무 크다. 그걸 깨뜨리려면 먼저 힘있는 비민주당 전선을 형성해야 한다. 그 구심이 안철수 말고 지금 누가 있는가.

 

안철수는 중간 기착지?

 

민주당의 무엇이 가장 문제인가.

 

정당정치의 기본은 책임성, 반응성, 민주성이다. 그런데 어느 한 정당이 지역을 독점하면 셋 다 안 된다. 경쟁력 있는 자원들이 밑으로 줄을 서는데, 정당 입장에선 굳이 민심에 반응하면서 책임 있게 민주정치를 펼칠 이유가 있겠는가. 문제는 대안이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일부는 새누리당에 힘을 실어주려고 했다. 그런데 지난 총선과 대선 결과에서 드러나듯 그 한계는 뚜렷했다. 또 하나의 시도가 ‘민주노동당을 키워주자’였다. 그런데 2012년 분당 사태를 겪으며 완전히 신망을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비슷한데 좀더 보수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안철수가 등장한 거다.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은 손학규·김두관을 저울질하다가 안철수에 열광했고, 대선에선 문재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안철수 역시 잠시 쉬어가는 중간 기착지 아닐까.

 

지역의 여론 주도 그룹에도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지난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을 지지했던 분들이다. 그런데 대선이 끝나니, 이제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입에 올린다. 이분들은 애초부터 안철수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민주화운동 경험도 없고, 정치적·이념적 색깔도 모호하다는 거다. 대중은 다르다. 민주화운동 경력, 표방하는 가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박근혜를 지지해서라도 공장을 더 들여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안철수의 새 정치가 지역에 공장을 더 짓는 건 아닐 텐데.

 

새 정치의 핵심은 반응성이다. 소통하는 것. 대중이 느끼고 필요로 하는 것을 정당에 있는 사람들, 시민사회 리더라는 사람들이 못느끼니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그들은 안철수를 포퓰리스트라고 하는데, ‘당신들도 그렇게 소통하라’는 게 안철수의 메시지다. 대표적인 게 국회의원 세비를 줄이자는 거다. 지식인이나 정당 사람들은 그게 본질이 아니라는데, 안철수는 본질·비본질 따지지 말고 거기서 시작하자는 거다. 물론 대중의 열망에 어떤 형태로 화답할 것인지는 어려운 문제다. 중요한 건 지난 대선에서 대중은 그런 느낌을 안철수에게 받았다는 거다. 그래서 실체가 없는 상황임에도 안철수 신당에 기대감을 투사하고 있다.

 

그 기대감에 어떻게 부응하겠다는 건가.

 

일단 신당을 만들어 호남에서부터 민주당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순조롭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에서 3분의 1 정도의 몫을 확보할 수 있다. 그 여세를 몰아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의석의 3분의 2 정도를 확보한다면 2017년 대선 국면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본다.

 

진보 정책 지지도 높지만 생활 방식은 그렇지 않아

 

정치학자로서 호남의 정치의식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 지역의 민주당 몰표가 민주·진보라는 가치에 충실했던 결과인가.

 

이 문제로 논문도 여러 편 썼다. 정책적으로는 다른 지역보다 진보적 색채가 강한 것은 맞다. 설문을 하면 진보적 정책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 남북관계에 대한 태도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김대중을 통한 학습효과다. 김대중을 지지하다보니, 그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도 지지하게 되는 거다. 하지만 생활 방식을 보면 그리 진보적이거나 인권 감수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실생활에선 위계와 서열을 끊임없이 의식한다. 이 점은 시민사회나 진보정당도 마찬가지다. 운동권 연줄과 학번이 힘을 발휘한다. 여성과 이주노동자, 소수자에 대한 존중의식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것도 아니다. 이렇게 된 데는 민주당의 책임도 크다. 밖에선 새누리당을 욕하면서 자기들 안마당에선 새누리당이 영남에서 하는 것보다 더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었으니까. 이 구조를 바꿀 적임이 안철수 세력이라고 본다.

 

광주=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