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
전략부재 등 9가지 패인…지지층 이탈 못막아
“안철수, 단일화 헌신했지만 선거지원 아쉬워”
이해찬·박지원 등 당 지도부도 조목조목 비판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9일 발표한 대선평가보고서는 지난해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총선·대선 지도부였던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선 패배의 책임을 조목조목 묻고 있다. 또 평가위는 보고서에서 “민주당은 대선에서 세대·지역·계층·직능 전략에서 모두 실패했다. 과거 지지층의 이탈을 막을 만한 대선전략과 지도부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며 지난 대선을 사실상 총체적 실패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대선 전략 부재 △계파갈등 △두뇌기능 미흡 △취약한 리더십 △평상시 정당활동의 부재 △방만한 선대위 △당내 협력문화 부진 △정책 부족 △후보요인 등을 선거의 주요한 패인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유권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변수는 문재인 후보”라며, 문재인 전 후보의 정치적 책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보고서는 먼저 대선 이후 유권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 비해 국정운영의 능력을 포함해 여러 차원에서 능력이 부족하여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 곳곳에 “문재인은 상황대처 능력이나 토론실력 등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으나 당 장악력과 캠프 운용 등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제민주화나 복지가 2010년 지방선거때부터 민주당이 선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문제인 후보가 경제적 불안감을 느끼는 상당수 지지층을 끌어들이는 데 실패했다”며 문 후보의 책임을 적시했다. 문 전 후보의 용인술에 대해서도 “참모운용에서, 특히 후보 비서실은 청와대 출신들의 재회장소 같았다는 비판을 살정도로 사적 인맥이 공조직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혹평했다. 친노 중용책이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됐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문 전 후보에 대해 “정치적 책임윤리의 실천이란 자율적 선택에 맡긴다”면서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이같은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공적 책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공개적으로 ‘내 탓이오’라고 외치면서 머리를 숙여야한다”고 밝혀, 사실상 문 전 후보의 거취를 포함한 책임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동시에 기술됐다. 보고서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 선거 지원을 선언한 이후에도 독자적인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한 것은 양쪽 지지자들이 갈등을 봉합하고 융합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장애가 되었다고 본다”며 단일화 이후의 태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최후의 순간에 후보직을 던져 단일화라는 대의에 헌신했다”, “안철수 현상과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 상당한 수준임을 확인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를 두고는 “결과적으로 쌍방이 무능력했다”고 평가했다. “양 쪽은 자신이 승리한다는 기본 가정 위에서 협상을 했을 뿐 다른 가능성을 예상하지도 준비하지도 않았다”며 “(단일화를 전제로 한) 승리주의에 빠졌다”는 것이다.
대선평가위는 또 당내 설문조사를 통해 4월 총선에서 대선까지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적 책임을 수치로 계량해 발표했다. 4월 총선에서 참패한 한명숙 전 대표가 76.3점으로 책임이 가장 무거운 것으로 나타났고, △이해찬 전 대표(72.3점) △박지원 전 원내대표(67.2점) △문재인 전 후보(66.9점) △문성근 전 대표대행(64.6점)이 뒤를 이었다.
이해찬 전 대표에 대해서는 “후보단일화 필승론을 과신한 나머지 자신이 충분히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던 과학적 정세분석과 유권자 지형변화의 청취를 소홀히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해서도 “수도권의 최고 지역맹주에 해당하는 고위인사가 당내 후보경선에 진 뒤 선거운동을 돕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연대가 대선과정에서 언론과 국민여론주도층에 의해 ‘밀실담합’과 ‘각본 경선’이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 때문에 민주통합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당했다고 비판했다. 대선평가위원회는 지난 1월21일 대학교수인 외부위원 5명과 당내 위원 4명으로 출범해 지난 8일까지 78일동안 활동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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