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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인권

[‘박근혜 복지’ 어디로](1) 4대 중증·기초연금 공약 수정인가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2.
윤희일·남지원 기자 yhi@kyunghyang.com

 

ㆍ돈 때문에 이중고 겪는 ‘4대 중증질환’ 환자들
ㆍ“자가골수이식 끝에 기증자 찾았지만 세번째라 건보적용 안돼 포기”

한국에서 가족 중 한 명이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걸린다는 것은 가정이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는 신호다. 대부분의 환자 가정은 건강보험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비싼 검사비와 약값,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1~4인실)료, 간병료로 1~2년 사이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써야 한다. 특히 가장이 병에 걸리면 주수입원마저 끊겨 ‘가계의 몰락’은 가속화된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4년 째 투병하고 있는 김규원씨가 지난 8일 서울 중계동 집에서 치료과정과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다발성골수종’ 앓는 김규원씨
매일 먹는 약 내성 생겨 비급여 처방약으로 변경
약값 수십배씩 더 들어


김규원씨(44·서울 노원구)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으로 4년째 투병 중이다. 온몸의 뼈에 통증이 오는 이 병은 지속적인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김씨는 자신의 뼈를 녹이는 혈액 속의 나쁜 단백질인 ‘M-단백’ 수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많은 양의 항암제를 투여한 후 미리 저장해 놓은 환자의 골수를 재주입하는 자가골수이식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병은 재발했다. 의사는 “타인의 골수를 이식하면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봄 기적적으로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골수 기증자가 나타났다. 수술비가 2000여만원이나 됐지만 김씨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수술 직전 김씨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수술비가 6000만원이라는 말이었다. 담당의사는 “골수이식은 평생 2차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어, 세 번째 수술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수술을 포기했다. 김씨는 “보통사람이 통장에 6000만원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씨는 아프기 전만 해도 빔 프로젝터 판매·설치를 하는 개인사업자였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발병한 다발성 골수종은 그의 현재와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투병 후 일을 할 수 없는 김씨 가족은 미리 들어둔 민간보험에서 매달 입원보험금명목으로 나오는 100여만원으로 생활한다. 통장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때문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이제 그가 가진 재산은 서울 노원구의 집 한 채가 전부다.

암환자는 병원비의 5%만 내면 된다고 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항목이 너무 많다.

두 차례 자가골수이식 수술을 받았을 때도 특진비에 비급여 약품 값으로 적지 않은 돈을 썼다. 김씨가 현재 매일 먹는 약인 ‘탈리도마이드’의 한 달 치 약값은 2만7000원이다. 그러나 치료 목적이 아닌 유지 목적으로 먹으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이 60만원으로 뛴다. 김씨는 2010년 말부터 1년여 동안 이 약을 먹어도 M-단백 수치가 떨어지지 않아 ‘유지 목적’이 됐다는 이유로 약값을 한 달에 60만원씩 냈다.

김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탈리도마이드는 언젠가 내성이 생기는 약이다. 그때는 ‘레블리미드’라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건강보험공단이 약값이 너무 비싸다며 건보 적용을 거부했다. 이 약은 한 달 치 값이 500만원에 달한다.

▲ ‘결절성경화증’ 앓는 조수영양
작년 뇌 결절 제거 수술… 남은 치료 방법은 신약뿐
월 280만원 감당못해 포기


충남 금산군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생 조수영양(12·정신지체1급)은 소아희귀질환인 ‘결절성경화증’을 앓고 있다. 피부나 중추신경계 등 다양한 신체 부위에 결절이 발생하는 이 병을 앓는 상당수 환자들은 정신지체와 뇌전증(간질) 증상을 보이고 피부에 병변(피지선종이나 흰색 반점)이 나타난다. 결절이 뇌에 발생해 뇌척수액의 흐름을 막거나 뇌압을 상승시키면 사망으로도 이어진다.

수영양은 지난해 10월 오른쪽 뇌의 결절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받았다. 왼쪽 뇌와 얼굴 등 몸 곳곳에 아직도 결절이 남아있지만 더 이상의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다. 결절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근 새로 개발된 신약을 쓰는 것뿐이다.

어머니 박민옥씨(44)는 자신의 능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약값 때문에 절망하고 있다. 신약을 투약하기 위해서는 매월 최대 280만원까지 든다. 하지만 박씨가 미용실을 하며 버는 돈과 남편(44)이 농사를 지으며 버는 돈을 합해봐야 월수입이 100만원에 불과, 투약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씨 부부가 요즘 수영양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월 5만~6만원을 들여 뇌전증(간질) 약을 사먹이는 등의 ‘간이 치료’뿐이다. 박씨는 “비싼 신약 값이 비급여진료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는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특진비’이다. 난치병은 특성상 병원에서 특진을 많이 받게 되지만 모두 비급여항목으로 정해져 있다. 박씨는 “지난해 수술비 2000만원 중 자부담 비용 900만원은 대부분 특진비와 1인 병실 비용이었다”며 “특진비 등은 국가가 책임을 져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특별학급에 다니는 수영이가 한번 들은 노래를 바로 따라서 흥얼거릴 정도로 음감이 좋고,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해 뮤지컬 배우로 키우고 싶은데 몸속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결절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