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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환경노동

2라인은 일감 줄어 생활고…신차 개발도 미뤄져 ‘불안한 미래’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16.

등록 : 2013.01.15 20:46 수정 : 2013.01.16 16:58

쌍용자동차와 기업노조가 무급휴직자 455명을 복직시키기로 합의한 가운데, 11일 오후 경기 평택 칠괴동 쌍용차 공장이 보이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철탑농성장에서 한 노동자가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평택/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뉴스쏙] ‘정상화’ 됐다는 쌍용차 평택공장 들여다보니

8일 밤 10시 자살 기도를 한 쌍용차 직원 류아무개씨가 일하던 곳은 평택공장 조립 2라인이었다. 5년 남짓 이어져온 ‘쌍용차 사태’ 와중에 일어난 20여건의 자살·사망 사건이 모두 평택공장 ‘울타리 바깥’에서 일어났던 것과는 달라 이례적이었다. 류씨의 자살 기도는 그간 가려져 있던 평택공장 내부에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비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다.

 

 

■ 가동률 83%의 의미
15일 금융감독원과 쌍용차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지난해 쌍용차 평택공장의 가동률(잠정)은 83%(1교대 기준)이다. 완성차 생산공장에서 가동률은 생산능력에 견줘 실제 생산량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평택공장의 가동률은 25%(2교대 기준)에 불과했던 2009년 이후 2010년 67%, 2011년 85% 등으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동률은 ‘쌍용차 정상화’의 근거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평균’ 가동률은 착시현상을 불러온다. 완성차 공장은 대체로 여러 생산라인으로 나뉘고, 라인별로 생산 차종이 다르다. 시장 반응이 좋은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과 그렇지 않은 라인 간의 가동률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쌍용차는 그 격차가 매우 크다.

 

평택공장에는 모두 3개의 조립라인이 있다. 이 중 3라인은 일감이 넘쳐나 잔업과 특근이 반복된다. 3라인에서 생산되는 렉스턴W는 2012년 초 출시된 차로, 지난 한 해 동안 5만대 가까이 생산됐다. 신차 효과 덕에 가동률이 122%에 이른다. 반면 대형 세단인 체어맨과 대형 스포츠실용차(SUV) 로디우스가 만들어지는 2라인은 4시간 근무, 4시간 휴식이 반복될 정도로 정상적인 가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체어맨 판매량은 2011년 대비 40%가량 줄었다. 가동률은 37%로 전년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자살을 기도한 류씨가 일한 곳도 바로 2라인이다. 그가 남긴 유서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구조조정으로 급여가 삭감되고, 제때 지급이 안 되고… 1년, 2년 생활은 궁핍해지고 아이들 학비와 병원비 등 모자라는 돈을 빌리고 또 빌리면서 살아도 쌀독에 쌀이 떨어져 아이들 라면 먹인 게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코란도C가 생산되는 1라인은 2라인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10년엔 가동률이 10%에 불과했지만, 그해 말 코란도C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2011년 75%, 2012년 89%까지 치고 올라왔다.

 

 

■ 내수시장의 질적 변화 쌍용차 사태의 시작점인 2005년 1월 중국 상하이차의 인수 이후 7년 남짓 동안 내수시장은 질적으로 큰 변화를 겪었다. 수입브랜드 점유율이 2%대(2004년 기준)에서 10%대(2012년 기준)로 늘어났다. 현대·기아차는 2011년 이후 2년 연속 세계 5대 완성차 회사에 올랐다. 지난 7년 동안 쌍용차 경쟁업체들이 양적·질적으로 커져버린 것이다.

 

이런 내수시장의 변화는 쌍용차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한국지엠(GM)·르노삼성 등 나머지 국산업체들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 내수시장의 10%까지 차지했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점유율이 4.2%로 추락했다. 2011년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두자릿수 점유율(10.3%)을 기록했지만, 생산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생산물량 일부를 국외로 이전하고 있다. 당장 주력 모델인 준중형차 크루즈 후속 모델은 한국에서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 신청을 받으며 ‘군살’을 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제너럴모터스와 르노·닛산이라는 세계 굴지의 완성차 회사들이 대주주로 있지만, 변화한 시장 환경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조립 라인별 가동률 격차 너무 커
렉스턴W 생산 3라인 122%
체어맨 만드는 2라인은 37%뿐
삭감된 급여 그나마 제때 안나와
자살시도 직원 “라면으로 자식 끼니”

 

 

쌍용차가 스포츠실용차 전문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프리미엄을 얹어 팔았던 2000년대 초·중반과는 다른 상황이다. 렉스턴이 최초 출시될 당시에 내걸었던 광고 문구는 “대한민국 1%를 위한 차”였다. 하지만 이 카피는 이제 사용되지 않는다. 독일계 수입브랜드의 판매담당자는 “소비자들이 렉스턴=고급차라는 이미지를 갖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잘라말했다. 게다가 지난해 12만대 판매는 렉스턴의 신차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올해도 이 정도의 판매량을 유지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단적인 예로 2011년 나온 코란도C는 그 이듬해 판매량이 10%쯤 떨어졌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쌍용차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들이 지속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 연구·개발 능력 저하, 지속가능성 불확실
완성차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력에서 엿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보면, 쌍용차가 2005년 상하이차에 인수되기 전엔 연간 연구·개발비가 1400억~1600억원 안팎이었지만, 2009년 890억원으로 뚝 떨어진 이래 2011년까지 1000억원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그것도 고정비에 가까운 인건비가 30%가량을 차지한다. 연구·개발 투자가 수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현대차가 중형 세단 쏘나타 완전변경 모델을 만드는 데 투입하는 순수비용이 통상 4000억~5000억원 수준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쌍용차의 연구·개발 투자는 현상 유지에 급급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경쟁업체와 비교해보면 쌍용차의 연구·개발비의 초라함은 도드라진다. 2011년 기준 현대차는 1조4453억원, 기아차 9922억원, 한국지엠 6223억원, 르노삼성 1545억원을 쏟아부었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의 경우, 연구·개발의 상당 부분을 모그룹인 지엠과 르노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연구·개발비는 이보다 훨씬 많다. 1000억원 안팎의 연구·개발비를 집행하는 쌍용차에 경쟁력을 갖춘 차를 기대하기 힘든 셈이다.

 

내수 점유율 8년새 8.9%→3.4%
연구개발 투자도 1천억 안팎으로
현대차의 10% 못미쳐 성장전망 암울
차기 신차도 2015년에나 선뵐듯
마힌드라 1조원 투자 계획에 기대

 

실제 쌍용차는 연구·개발의 결정판인 신차 출시 계획이 당분간 없다. 2011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인 소형 스포츠실용차 XIV-1(프로젝트명 X100)이 차기 신차로 예정돼 있으나, 개발 지연 등으로 2014년 말 혹은 2015년 초에나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쌍용차가 2~3년간은 ‘보릿고개’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의료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류씨는 유서에 “무잔업 3년 불규칙했던 급여보다 더욱더 가슴이 아픈 건 신차 개발 한 대도 이루어지지 않는 회사의 현실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쌍용차 쪽은 앞으로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놓지 않고 있다.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지난해 10월 국회 쌍용차 청문회에서 밝힌 2016년까지 1조원가량의 추가 투자 계획에 쌍용차 임직원들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곽용섭 쌍용차 홍보팀장은 “작년부터 연구·개발비가 늘어나 현재 진행중인 신차 개발 연구 프로젝트만 3개이다. X100 출시 이후 연이어 새로운 차급의 스포츠실용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