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2.12 03:02
1948년 建國 始祖들의 '사회계약' 무시하고 깨뜨리려 한 NL 세력이
우리 사회 갈등과 이간질의 主犯… 민주당은 여야의 공동 主敵인
그들과 연결 끊고 출발 원점의 '리버럴 개혁 정당'으로 돌아와야
- 류근일 언론인
건국(建國)의 '순례(巡禮) 시조들'이 당초에 대한민국을 세우기로 한 '사회계약'의 주제는 한반도의 가능한 지역에서나마 봉건 왕조도, 식민지도, 파시스트도, 볼셰비키도 아닌 근대적인 자유·민주·공화의 가치를 구현하자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한반도인(人)들에게 문명적인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기약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있었고 정쟁(政爭)은 있었지만, 이 공유(共有) 가치에서만은 이승만 박사도, 한민당도, 족청계(族靑系)도 생각이 한 뿌리였다.
6·25 남침 전쟁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이 국가적 통합은 한층 더 공고해졌다. 그러나 자유당 정권이 장기 집권을 강행하면서부터 이 일체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갈등은 그 균열(龜裂)을 더욱 극한적으로 몰고 갔다. 1980년대에 이르러선 "건국의 공유 가치 따위는 없었다. 누가 있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극단적 변혁론이 출현했다.
그들은 한국 정치를 다시 건국 이전의 8·15 해방 공간으로 되돌려놓으려 했다. 이미 반세기를 넘긴 대한민국 건국 노선을 단정(單政) 노선이라고 새삼스럽게 매도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아예 '없었어야 하는 것' '취소해야 할 것'이란 투였다.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8·15 경축식을 따로 치렀다. 공유하는 가치, 공유하는 마당, 공유하는 하늘이란 없다는 식이었다. 단순한 정쟁을 넘는 국가 통합성의 위기였다.
지난 대선(大選)을 전후해서 이 끝없는 내상(內傷)의 악순환엔 다행히 약간의 치유 조짐이 보였다. 박근혜 후보는 원주의 지학순 주교 묘소를 참배했다. 문희상 위원장은 대선(大選) 패인과 관련해 자기들에게도 문제가 있었음을 자괴(自愧)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이어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문희상 위원장도 전방(前方) 부대로 안보 행보(行步)를 이끌었다.
서로 다가서는 이런 몸짓이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양쪽이 변신의 용의를 비친 것만으로도 의미는 있다. 그렇다면 이 조그만 변화를 키워 더 큰 통합의 시대를 여는 것이 박근혜 시대와 민주당에 주어진 공동 책임일 것이다.
박근혜 예비 정부와 민주당이 그 책임을 정말로 무겁게 절감한다면 양쪽은 오늘의 통합 위기가 어느 시점에서부터 피차 감당할 만한 수준을 넘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것은 1980년대에 음지에 있던 '민족해방(NL)' 계열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양지로 나와 집권 세력의 멤버가 됐을 때부터였다. 그들은 줄기차게 "북은 주적(主敵)이 아니다. 북핵(核)은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다. NLL은 땅따먹기다"라며 통념을 갑자기 물구나무 세우려 했다. 이때부터 국민적 공유 가치와 국가적 통합은 깨져나갔다.
사정이 이렇다면 여당도 야당도 이제는 다시 위기의 리스크를 피차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유턴시켜야 한다. 무한 분열에서 재통합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러자면 여야는 이제 자신들의 진짜 공동의 주적(主敵)이 누군지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라는 2001년 당시의 한 교사용 교재(敎材)는 이렇게 적고 있다. "미군은 건국준비위원회가 선포한 조선인민공화국과 중경 임시정부를 주권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고 바로 군정(軍政)을 실시했다. (중략) 그러나 이북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인민위원회를 결성해 행정을 이양하고 토지 개혁과 친일파 청산의 기반이 형성되었다." 대한민국은 종속적, 북은 '민족적'이란 이야기다.
이런 역사관이 지난 시대 갈등에 끼어들어 깨어짐을 뻥튀기해왔다. 이걸 놓아둔 채, 그 이간질 앞에서 우리 내부의 여야가 서로 주적일 순 없다. 그렇다면 '박근혜의 국민 통합'도 할 바를 해야 하지만 민주당도 결단해야 한다. NL과 단절하고 '리버럴 개혁 정당'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 통합이 되고, 민주당이 서고, 대한민국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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