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최장집 교수 후임은 소설가 조정래?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8. 25.

등록 : 2013.08.25 13:57 수정 : 2013.08.25 13:57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주최한 국정원 개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경호기자 jijae@hani.co.kr

[정치] 안철수 의원 쪽 인재 영입을 위해 국민운동본부 성격의 단체 준비 중… 정치·정책 결사체의 지향점은 무엇이 될 것인가

 

 


▷ 한겨레21 바로가기

 

 

 

안철수 무소속 의원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당신의 정치는 무엇이 새롭소?’ 사람들은 또 묻는다. ‘그다음엔 무엇을 할 것이오?’ ‘새정치’를 내건 이상, 뭔가를 할 때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두 질문은 끊이지 않을 게 분명하다.

 요즘은 특히 더하다. 8월11일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이었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취임 석 달 만에 직을 물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의원은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하시는 말씀들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주위에서 해석을 하다보니 많이 힘드셨던 걸로 들었다”며 최 교수를 감쌌다. 반면 최 교수는 부쩍 언론과의 접촉을 늘리더니 “권한 없이 책임만 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실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정책 네트워크 내일’은 정책 분야에 집중

 

최 교수와의 결별은 안 의원에게 큰 타격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독자적인 제3세력’을 목표로 내걸었으니 지금부터 사람들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도리어 ‘십고초려’해서 모셨다는 상징적 인물이 빠져나갔다. 오는 10월엔 재보선이, 내년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치세력화에 있어 선거에 후보를 내서 당선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안 의원에게는 또다시 질문이 날아들었다. ‘최장집 이후’는 무엇(또는 누구)인가? 그래서 무엇이 새로운가?

 최근 안 의원은 원혜영·조경태·최재천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해 여러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 다닌다고 한다. 같은 부산고 출신의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19대 국회에서 부산고 출신은 안 의원과 김정훈·나성린·정의화 의원 등 4명이다. 안 의원 쪽에선 “원래 사람 만나고 다니는 게 정치인의 일 아니냐”고만 한다. 안 의원은 6월 중순 기자들에게 “지금은 인재 영입 목적이라기보다 많은 분들 만나뵙고 이야기 나누고 그런 상황이다. 특별히 목적 갖고 만나고 그러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른바 ‘인재 영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여의도 정가에선 ‘안 의원 쪽이 누구를 만났다더라’ ‘어느 지역의 출마 의사를 물어봤다더라’는 소문이 떠돈다. 한 언론은 내년 지방선거 예상 대진표를 만들어 아예 ‘안철수 진영’의 후보를 새겨넣기도 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10월 재보선이나, 열 달이 남은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하면, 때이른 법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선거에 임박해서 인물을 구하는 것은 위험이 많다. 미리 일정 정도의 풀을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

 

8월11일 안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 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이었던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취임 석 달 만에 직을 물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안 의원 쪽은 인재 영입을 위해 국민운동본부 성격의 단체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치권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정당 색채’를 최대한 제거한 대중적 참여형 조직을 구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의원 쪽은 영입을 목적으로 한 각계각층 인사들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시인하는 분위기다. 안 의원 쪽의 한 인사는 “선거에는 대체로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의미 있는 지역에는 후보를 낼 것이고, 사람들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영입 과정을 오픈(공개)하기는 힘들다. 노출되자마자 사방팔방에서 공격을 받을 게 뻔하다”고 말했다.

 

 ‘국민운동본부’가 발족해서 정치세력화 기능을 전담하게 된다면, ‘정책 네트워크 내일’은 본연의 구실인 정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효과도 거두게 된다. ‘내일’은 탄생 때부터 정책연구소를 표방했고 정책 기능을 맡았음에도, 외부에서는 정치기구로 여겨왔다. 이 때문에 어느 쪽의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성공적으로 기능 분화가 이뤄진다면, 안 의원은 두 단체를 정치와 정책의 양 날개로 삼을 수 있게 된다. 최근 최장집 교수의 후임 이사장으로 안철수 대선캠프 후원회장이던 소설가 조정래씨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이치로 보인다. ‘정치적’이란 오해의 소지를 최대한 제거해 상징적 인물을 앉히고, 본연의 구실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맥락이다.

 

‘비새누리 비민주’와 ‘선택받지 못한 인물들’

 

 문제는 안 의원이 조직하게 될 정치·정책 결사체의 지향점이다. 어떤 가치와 철학을 내걸고, 사람들을 모을 것이냐의 질문이다.

 

 

최장집 교수의 후임 이사장으로 안철수 대선캠프 후원회장이던 소설가 조정래씨가 거론되고 있다. 작가 조정래씨가 20일 오후 자신의 소설 <태백산맥> 무대인 전남 보성군 벌교읍 ‘현 부자네 집’ 마당에서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주최 문학기행 참가자들에게 소설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8월20일 ‘정책 네트워크 내일’과 안철수 의원실은 차명거래 방지 및 자금세탁 근절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국회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송호창 의원과 최상용 전 주일대사(안 의원의 후원회장) 등 안 의원 쪽 인사들 외에, 민병두 민주당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참석했다. 눈에 띈 것은 김희철·조배숙 전 의원이다. 두 사람은 민주당 의원이었지만, 지난해 19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고 이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안철수 의원실 관계자는 “두 사람은 행사 때마다 온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목표로 삼은 ‘독자적 제3세력’에 닥칠 수 있는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비새누리 비민주’를 목표로 하면 기존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지지층이 몰려들 듯하지만, 정작 후보감으로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서 ‘선택받지 못한’ 인물들이 몰려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인재 영입을 준비하는 쪽에서도 기존 정당 출신 인사를 배제하진 않으려 한다. 한 관계자는 “공천을 못 받았다고 해서 모두 무능한 것은 아니다. 능력은 있지만 기회가 가지 않았거나, 당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못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양비론 딜레마’를 극복하려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가치와 철학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다. 안철수 의원실에 지난해 대선 때 냈던 정책공약집 <안철수의 약속>이 쌓여 있고,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 다시 좀 들여다보고 있다. 그때 얘기했던 것과 지금 우리가 하려는 걸 비교해보려 한다”고 한다. 그러나 비교에서 그칠 게 아니라 다시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 공약 작성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당시 공약집은 안철수가 대선 후보로 불려나오는 상황에서 요구된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것이다. 그렇게 보면, 전체를 꿰는 이념이나 철학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초 안 의원 또한 대선 당시 공약에 대해, “대선 때는 급하게 준비해서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 차근차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서 세미나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여기서의 성공 여부가 곧 안 의원의 공력과 향후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여전히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  

 

 야권에서 안철수 의원은 꾸준히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신당 창당시 지지율은 20%대 중반으로 새누리당에 이어 2위다. 안 의원의 ‘세력화’에는 가장 굳건한 자산이다. 흔히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라고 하듯, 안 의원의 제3세력도 집권을 목표로 할 것이다. ‘무엇이 새롭냐’ ‘그다음은 뭐냐’는 질문은 대중적 관심의 다른 표현이다. 오히려 두 질문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를 주목하는 이유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 한겨레21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