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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단독] 4개 정부펀드액 870억…‘컴퍼니케이’ 덩치 2배 불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4. 10. 13.

 

[단독] 4개 정부펀드액 870억…‘컴퍼니케이’ 덩치 2배 불어

등록 : 2014.10.13 01:02수정 : 2014.10.13 10:49

 

박 대통령 외조카 회사 급성장

박 대통령 취임 직후에
정원석씨, 컴퍼니케이 이사 취임
정부 ‘벤처펀드 활성화’ 발표 직후엔
소유지분 늘려 최대주주 올라
정부펀드 선정 발판으로 승승장구
운용액 1천억대서 2천억대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역점 사업의 하나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벤처펀드 활성화를 올해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박 대통령 이종사촌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창업투자회사가 정부 주도 모태펀드에 잇따라 선정된 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이러한 정부 정책 방향과 시기가 묘하게 맞물리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2월25일, 집권 2년차 국정운영 구상의 핵심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가 벤처·창업 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성장이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투자는 보름 뒤인 3월13일 “올해 벤처펀드를 지난해(1조5374억원)보다 30% 늘어난 2조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정부 재정도 전년도 4126억원에 비해 32.6% 증가한 5470억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정부 주도 모태펀드에 잇따라 선정된 과정에 대해 외형적으로 뚜렷한 하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컴퍼니케이는 창업투자회사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견실한 회사로 평가받고 있으며, 업계에서도 선정 과정에 문제점이 있다는 이야기는 크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종사촌 일가가 소유한 금보개발이 컴퍼니케이의 최대주주가 된 것은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방침 발표와 비슷한 시기다. 또 박 대통령의 이종질(이종사촌의 아들)인 정원석씨가 컴퍼니케이 이사로 취임한 것은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이고, 올해 3월 정씨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금보개발이 지분을 추가 인수해 컴퍼니케이 최대주주가 된 직후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 4곳에 잇따라 선정됐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컴퍼니케이는 2008년부터 1년에 1~2개씩 펀드를 결성해왔고, 주로 게임·방송·영화 등의 분야에 집중해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에도 금융위원회 성장사다리 사무국이 주도하는 1차 성장사다리펀드에 신청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그런데 올해 정씨 일가가 컴퍼니케이의 사실상 최대주주가 된 직후, 농림축산식품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진흥공단, 금융위원회 등이 각각 주관하는 4곳의 정부 모태펀드 운용사 선정에 지원했고, 4곳 모두에 선정됐다. 이 중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상반기 선정된 23개의 펀드 운용사(5383억원) 가운데 2개(350억원)에 해당된다.

 

4개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면서 컴퍼니케이는 지난해까지 1000억원 수준이던 운용액을 올해 2020억원으로 갑자기 배 이상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펀드운용사는 약정 총액의 2.0~2.5%(17억4000만~21억8000만원)에 해당하는 관리보수와, 기준수익률을 초과한 수익의 20% 이내에서 성과보수를 지급받는다. 벤처투자업계의 한 변호사는 “운용액이 1000억원을 넘어가면 중상위 수준의 창업투자회사, 2000억원이 넘는 것은 상위 수준으로 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씨 일가가 사실상 최대주주가 된 직후, 회사가 정부의 모태펀드를 발판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이를 두고 “대통령 친인척 특혜 의혹과 논란이 제기되기에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정원석 대표가 컴퍼니케이의 대주주가 된 것은 업계에 이미 알려진 사실로 펀드 선정 심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정 대표가 2013년 8월 한 게임회사에 20억원을 투자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해당 회사가 ‘박근혜 테마주’로 분류되며 상한가를 친 적도 있다. 펀드 운용사 선정은 한국벤처투자 대표와 교수·변호사 등 외부 인사들이 출자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하고 있다.

 

반면 컴퍼니케이의 김아무개(47)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오래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온 만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올해 정부 정책자금 펀드가 많이 늘어 많은 회사들이 더 큰 규모로 펀드를 결성했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또 정씨 일가가 최대주주가 된 것에 대해서도 “(정원석 대표는) 2006년 회사 설립 초기 주주 가운데 한 분이고, 주주들끼리 회사 지분을 확보한 것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