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12.31 08:31 수정 : 2012.12.31 15:17
부장검사 “법·원칙 따라” 주문
담당검사, 징계 감수하고 구형
5·16 군사쿠데타 직후 혁신계 정치인들에 대한 탄압 과정에서 옥살이를 한 윤아무개씨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한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임은정(38) 검사가 ‘무죄 구형’을 놓고 부장검사와 마찰을 빚은 경위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렸다. 임 검사는 지난 9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던 박형규(89) 목사의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하면서 ‘검찰의 참회’를 담은 논고를 펼쳐 눈길을 끈 바 있다.
30일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28일 임 검사는 1962년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위반(반국가행위)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1968년 출소한 윤씨의 재심사건 결심·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는 검찰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이 사건의 공범 5명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점 등을 들어 ‘무죄 구형’ 의견을 냈으나, 김국일(44) 공판2부장검사는 당시 판결문에 나타난 당사자 진술이 고문·협박에 의한 것이 아니고 수사·재판 기록도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고 구형할 것을 주문했다. 검찰은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달라’고 구형한다. 김 부장검사는 공소심의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도 제안했으나, 임 검사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임 검사의 동의 아래 다른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됐다.
그러나 임 검사는 이를 무시하고 윤씨의 재판에 직접 들어가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임 검사는 앞서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e-pros)에 올린 ‘징계 청원’이란 제목의 글에서 ‘공심위에서 무죄 구형이 아닌 다른 의견이 결정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다른 검사에게 재배당됐지만 (내가 직접) 무죄를 구형하러 간다’는 취지로 썼다. 임 검사는 미리 글을 써둔 뒤 재판이 끝나면 게재되도록 했다. 임 검사는 ‘절차 위반과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며 어떤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임 검사의 글이 올라온 직후 김 부장검사도 사건처리 경과를 담은 글을 올렸다.
검찰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와 임 검사의 의견이 정반대로 맞선 사안이 아니다. 위헌으로 법 효력이 없어진 사건이나 불법 고문 및 협박·감금에 의한 재심사건은 전향적으로 무죄 구형을 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김정필 김원철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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