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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선데스크] 주인은 떠난 민주당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4. 16.
  • 배성규 정치부 차장
  • 입력 : 2013.04.15 23:08

     
    배성규 정치부 차장
    민주통합당의 친노 주류와 비주류가 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요란한 공방을 벌이던 지난주 당에선 작은 보고서가 나왔다. 당비를 내는 권리 당원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서였다.

    해묵은 계파 싸움에다 5·4 전당대회의 당권 다툼까지 겹치면서 이 보고서는 슬그머니 묻혀 버렸다. 그러나 보고서엔 '주인 없는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현주소가 잘 드러나 있다. 민주당이 지난 총·대선에 연속으로 패하고 '60년 전통'이란 명색이 무색하게 쪼그라든 숨은 이유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원 수 210만명, 세 차례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 당원은 17만명을 넘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실태 조사 결과 일반 당비 1000원을 한 번이라도 낸 당원 수는 8만9700명, 1년간 당비를 낸 당원은 4만2000명에 불과했다. 통합진보당의 3개월 이상 당비 납부 당원 수(4만1000명)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체 당원 중 90%가량이 당비도 안 내고 연락조차 안 되는 유령 당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 지도부나 공직 후보 경선이 치러질 때마다 출마자들이 끌어모은 '종이 당원'이다. 누군가 당비를 대납하거나 당비 납부 약속만 한 뒤 경선이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다. 이들이 쌓이고 쌓여 진짜 당원의 9배가 넘는 거대한 '뻥튀기 당원' 매립장이 된 것이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고 활동을 하는 당원이 많아야 강하고 오래간다. 그런데 민주당은 당원을 모으고 당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은 뒷전이었다. 외부 세력과 연대해 선거에서 반짝 승리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외연을 확대하고 국민 참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당원보다 국민참여선거인단과 외부 대의원에 훨씬 더 큰 투표 몫을 줬다. "당비 내고 고생한 당원들을 홀대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당 지도부는 무시했다. 대선·총선 때만 되면 당원 의사와는 상관없이 수시로 당을 해체한 뒤 새로운 당을 만들고 당명 바꾸기를 반복한 것이 2000년 이후 15일까지 총 8차례다. 이 과정에서 진짜 당원들은 빠져나갔고, 민주당에 남은 것은 총·대선 4번 패배와 '주인 떠난 정당'이다.

    당원 없는 정당은 '앙꼬(팥소) 없는 찐빵'과 같다. 앙꼬가 없는데 부피만 키워봤자 텁텁한 밀가루의 외피 맛만 날 뿐이다. 주인이 없으니 선거 때마다 통합진보당이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등 외부 세력에 휩쓸리고 당의 정체성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고질적 계파 다툼도 '당원 실종'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진성 당원이 수만명인 진보당 종북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을 접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당권 주자들은 지금도 주류·비주류로 갈려 대선 패배 책임론과 '안철수 영입론'으로 다투고 있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어느 계파가 키를 잡을 것이냐, 옆 배 선장을 데려올 것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거창한 '혁신' 구호를 내세우며 계파 간 공방을 하기에 앞서 집 나간 '당원 찾기'부터 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