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4.15 23:08
- 배성규 정치부 차장
해묵은 계파 싸움에다 5·4 전당대회의 당권 다툼까지 겹치면서 이 보고서는 슬그머니 묻혀 버렸다. 그러나 보고서엔 '주인 없는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의 현주소가 잘 드러나 있다. 민주당이 지난 총·대선에 연속으로 패하고 '60년 전통'이란 명색이 무색하게 쪼그라든 숨은 이유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당원 수 210만명, 세 차례 이상 당비를 내는 권리 당원은 17만명을 넘는다고 자랑해 왔다. 그러나 실태 조사 결과 일반 당비 1000원을 한 번이라도 낸 당원 수는 8만9700명, 1년간 당비를 낸 당원은 4만2000명에 불과했다. 통합진보당의 3개월 이상 당비 납부 당원 수(4만1000명)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체 당원 중 90%가량이 당비도 안 내고 연락조차 안 되는 유령 당원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당 지도부나 공직 후보 경선이 치러질 때마다 출마자들이 끌어모은 '종이 당원'이다. 누군가 당비를 대납하거나 당비 납부 약속만 한 뒤 경선이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다. 이들이 쌓이고 쌓여 진짜 당원의 9배가 넘는 거대한 '뻥튀기 당원' 매립장이 된 것이다.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고 활동을 하는 당원이 많아야 강하고 오래간다. 그런데 민주당은 당원을 모으고 당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은 뒷전이었다. 외부 세력과 연대해 선거에서 반짝 승리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외연을 확대하고 국민 참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당원보다 국민참여선거인단과 외부 대의원에 훨씬 더 큰 투표 몫을 줬다. "당비 내고 고생한 당원들을 홀대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지만 당 지도부는 무시했다. 대선·총선 때만 되면 당원 의사와는 상관없이 수시로 당을 해체한 뒤 새로운 당을 만들고 당명 바꾸기를 반복한 것이 2000년 이후 15일까지 총 8차례다. 이 과정에서 진짜 당원들은 빠져나갔고, 민주당에 남은 것은 총·대선 4번 패배와 '주인 떠난 정당'이다.
당원 없는 정당은 '앙꼬(팥소) 없는 찐빵'과 같다. 앙꼬가 없는데 부피만 키워봤자 텁텁한 밀가루의 외피 맛만 날 뿐이다. 주인이 없으니 선거 때마다 통합진보당이나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 등 외부 세력에 휩쓸리고 당의 정체성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고질적 계파 다툼도 '당원 실종'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진성 당원이 수만명인 진보당 종북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을 접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당권 주자들은 지금도 주류·비주류로 갈려 대선 패배 책임론과 '안철수 영입론'으로 다투고 있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어느 계파가 키를 잡을 것이냐, 옆 배 선장을 데려올 것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거창한 '혁신' 구호를 내세우며 계파 간 공방을 하기에 앞서 집 나간 '당원 찾기'부터 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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