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지인권

제2의 안티연금사태 오나…세대갈등 도화선될라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2. 18.
[CBS노컷] 입력 2013.02.18 06:12

 

 


[국민연금 이대로 안된다 ①] 2030 세대 국민연금 불신, 논란 확산


[CBS 조은정 기자] 국민연금이 출범 15년째를 맞았다. 짧은 역사동안 두 차례의 개혁을 거쳤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와 불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기초연금과 맞물리면서 국민연금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5년마다 돌아오는 국민연금 추계(推計)의 해이다. 연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그대로 손을 놓고 있을 것인가.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해외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국내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해 국민연금의 앞길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1. 여성 의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남 모(35 자영업, 서울 방배동)씨는 계속되는 불경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쌓이는 재고에 각종 세금을 내다보면 남기는 돈이 거의 없는데 매달 10만원씩 나가는 국민연금이 부담스럽다. 벌써 수개월째 체불해 밀린 금액이 100만원 가까이 된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연금 혜택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는 뉴스에 우울하기만 하다. 남 씨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국민연금을 탈퇴하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직장에 다니는 김대진(30 회사원, 경기도 일산) 씨는 최근 국민연금 관련 기사들을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이제 갓 서른으로 연금을 수령할 날은 까마득한데 기금은 고갈되고 혜택은 줄어든다는 불안한 소식들뿐이다.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에도 국민연금이 자주 화제에 오르내린다고 한다. 김 씨는 “지금 연금을 받는 분들은 얼마 안내고 혜택을 많이 받고 있지만 우리 세대는 3,40년 뒤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솔직히 믿음이 안간다”며 “개개인이 알아서 노후준비를 하고, 국민연금이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 택시기사 박 모(55 서울 서대문구) 씨는 한 달에 10만원씩 국민연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김 씨가 버는 돈은 한 달에 150만원 남짓. 밥값을 빼면 7,8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늙어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에 국민연금에 기대를 걸고 있었는데 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기초연금 공약으로 65세가 되면 누구나 20만원씩 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스러워졌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고 10만원씩 따로 모으면 65세까지 1200만원은 저축할 수 있는데 매달 10만원씩 내고도 23만원 받으면 손해가 아니냐”고 되묻는다.

 
◈ 떠도는 연금괴담에 불만 폭발하는 2030

젊은 세대들의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심상치 않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은 2004년 참여정부 때 국민연금 파동이 일어나면서 정점을 찍었다가 서서히 잦아들어 신뢰를 구축하는 듯 했지만 최근 다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이후 세대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데다 기초연금 공약으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해묵은 국민연금 문제에 불을 지폈다. 연금 수령액을 더 늦춰야 한다는 국민연금공단의 내부 보고서가 공개된 것도 한몫했다.

인터넷에서는 2030세대가 희생양이라는 '국민연금 괴담'이 떠도는가 하면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냉소적인 댓글이 넘쳐난다. 한 단체가 주도한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은 한 달 만에 6만여 명을 넘어섰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중장년층 국민연금 가입자들도 기초연금 문제로 심기가 불편하다. 모든 노인에게 준다던 기초연금 20만원이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는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확연히 줄어든 임의가입자 수치로 확인된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수는 최근 3년간 한달 평균 3천여명씩 폭발적으로 증가해왔지만 지난달에는 20만7890명에서 20만8754으로 불과 864명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지역 창구별로 가입 해지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오는 3월에 5년마다 한번씩 나오는 국민연금 추계가 발표되면 분위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대한민국을 휩쓴 국민연금 안티 파동이 재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뿌리깊은 불신의 원인은? 기금고갈에 대한 오해 때문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은 기금 고갈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2060년, 또는 그보다 앞서 기금이 바닥나고 나면 이후 어떻게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못미더운 것이다.

일반 가입자들에게 '기금 고갈은 곧 연금 파탄'이라는 등식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는 기금이 바닥나도 부족분을 어떻게 해서든 세금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안심시키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낸 돈을 돌려받는다는 개념이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단순히 낸 돈을 돌려받는 재테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후세대에게 돈을 끌어다 쓰는 방식을 포괄하고 있다. 후세대에게 빌린 돈을 추가로 얹어주기 때문에 애초부터 기금은 점점 줄어들게 설계돼 있다.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한 늦추면서 연금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금 고갈이 모두 정부의 잘못이고, 후세대는 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리라 여기는 것은 오해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뿌리깊은 오해를 풀어야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오해가 불신을 낳고, 이는 연금 개혁을 지연시키는 연쇄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정부 운영상의 잘못도 있겠지만 국민연금의 기본 개념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령 사회에 노후보장은 필수인 만큼 국민연금을 어떻게든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후세대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 연금 추계 앞두고 정치권은 폭탄 돌리기 급급

5년마다 재정상태를 점검하는 국민연금 추계는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켜왔다. 정부는 두차례의 연금 개혁을 통해 기금 고갈 시점을 다소 늦췄지만 오는 3월 말 공개되는 추계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인구 고령화와 평균수명 연장으로 연기금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했던 2060년보다 다소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올해는 박근혜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기초연금 문제가 어떻게 조정될지 지켜봐야 한다. 인수위에서 일괄 지급이 아닌 기존 연금수급자들에게는 차등 지급으로 방향을 결정한 만큼 반발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해법을 찾고 설득하는 대신 폭탄 떠넘기기에 바빴던 것이 현실이다. 부글부글 끓는 여론 때문인지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연금 개혁 문제를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각계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회 연금특위는 수년째 가동되지 않고 있다.

자칫하면 어느 쪽에서건 공격받기 쉬운데다 워낙 복잡한 영역이다 보니 대다수 정치인들도 문외한이거나 다루기를 꺼린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 업무 보고를 하다보면 의원들이 연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연금 문제는 세대간, 계층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포괄하고 있어서 민감한 주제이다. 솔직히 의원들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정부도 추계와 제도개선을 함께 논의한다는 규정에 따라 '제도개선위원회'를 가동하고 있지만 여론과 국회의 눈치를 보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 감추려다 곪는다. 오해 풀고 개혁 서둘러야

이대로 손을 놓고 있어도 될까? 연금학자들은 대체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 교수는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2060년을 맞는다면 연금액의 절반을 세금으로 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세금 충당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2배로 인상하는 보험료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전에 미리미리 조치를 취해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윤석명 센터장은 "현재는 연금 수령자가 많지 않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개혁이 오히려 쉬울 수 있다"며 "5년, 10년 뒤에는 고액 연금 수령자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이해관계가 커져 개혁이 더 어렵게 된다. 지금 연금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연금에 대한 오해와 기금 고갈에 대한 공포심을 해소시킴과 동시에 합리적인 연금 개혁안을 찾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CBS는 국내 연금 전문가들과 함께 인구 구조에 대한 치밀한 분석, 해외 사례 등을 다루며 3차 연금 개혁을 위한 밑그림을 논의해본다.
aori@cbs.co.kr

[관련기사]
국민연금 받으면 기초연금은 수만원 깎인다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신호탄…양날의 칼?
국민연금 개시연령 68세로 연장? 사실 아니야 해명
국민연금 빼다 공적부조에? …논란 '가열'
국민연금 4,500억 원 더 걷어갔다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