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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영도구/남구

이야기 공작소 <1-5> 신선대 스토리텔링- 에필로그: 전문가 방담

by 부산중구마중물 2013. 1. 15.

문화·교육 이벤트 '神仙한 음악회' '신선놀음' 만들자

   
왼쪽부터 이상섭, 채영희, 김성배, 이미연, 김용민, 이정은 사진=김성효 기자
"부산 남구 신선대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신선놀음 이벤트를 해 보자."

국제신문의 신선대 스토리텔링 연재 이후,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상섭 작가가 풀어 쓴 신선대 팩션은 잠에 빠져 있던 신선대를 깨워 원소스 멀티유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앞으로 신선대에는 어떤 재미난 일들이 벌어질까. '신선한 음악회'나 '신선놀음' 같은 문화·교육 이벤트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신선대 스토리텔링 작업을 1차 정리하면서 후속 사업과 과제를 놓고 전문가 방담 자리를 마련했다.

◇ 일시 : 10월 16일 오후 5시

◇ 장소: 부산 연제구 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회의실

◇ 참석자(무순)

▶이상섭(소설가)

▶채영희(부경대 국문과 교수)

▶김성배(부산문화연구회 대표)

▶이미연(As if 연극놀이연구소 소장)

▶김용민(부산 남구 홍보계장)

▶이정은(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간사)

◇ 사회·진행: 박창희 선임기자


- 이상섭의 팩션, 연극 등 다양한 활용 물꼬
- 영국 해군 용당포 정박 기념 '앤드류 비석'
- 명칭 정리후 윌리엄 왕자 부부 초청 추진
- 이기대·오륙도·유엔공원으로 사업 확대

-(사회)이번 기획의 포인트는 이상섭 작가의 팩션 '저기 둥둥 떠 있던'일 것이다. 1797년 영국 해군이 신선대 인근 용당포에 정박하면서 일어난 일들을 상상력을 동원해 흥미롭게 풀어냈다. 어떻게 보았는가.

▶이미연= 흥미롭게 읽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빠른 장면 전환을 가져가는 등 긴장감이 있었다. 18세기 말 조선후기 사회를 가볍게나마 복원한 것도 성과일 것이다.

▶김성배= 전체적으로 조금 짧은 감이 있었다. 스토리텔링 차원에서 원소스가 만들어졌다는 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제 멀티유즈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채영희= 울산시가 '반구대'를 다양한 장르로 스토리텔링 했듯이, 이번 팩션을 계기로 남구에서도 신선대 스토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이정은= 술술 읽혔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지역사가 잘 짜인 플롯에 실려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교육자료로 활용해도 될 것 같았다.

-작가의 연재 소감도 한번 들어보자.

▶이상섭= 영국 해군과 조선의 첫 조우라는 역사적 모티브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 풍과 영국인 존의 우정을 에피소드로 엮어 보았다. 풍이와 단점이가 함께 이양선을 탄다는 결말은 새로운 세계에의 동경이다. 이양선 묘사와 영국 선원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전개하지 못한 건 다소 아쉬움이다. 하지만 작품이 의외로 쉽게 풀려 기분이 좋았다. 서사 중심으로 풀었기 때문에 연극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이다.

-신선대 정상에는 1797년 영국 해군의 용당포 정박을 기념하는 비석이 서 있다. 좋은 스토리텔링 감이다.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김용민= 지난 2001년 4월 20일, 영국 해군 중령 앤드류 왕자(요오크 공작)가 국빈 자격으로 남구 신선대를 방문해 세운 비석이다. 그런데 아직 공식 이름이 없는 상태다. 남구에선 '한·영 만남 200주년 기념비'라 부르고, 주민들은 그냥 '앤드류 왕자비'라 부른다. 명칭 정리가 필요하다.

▶채영희= 역사적 의미를 살려 '한영 첫 만남 기념비' 정도가 좋지 않을까.

▶이상섭= 좋은 작명이다. 이름은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야 한다.

-당시 앤드류 왕자는 기념비 제막과 함께 기념 식수를 했다. 부산항을 굽어보는 멋진 자리인데, 그 나무가 말라죽고 있더라. 무슨 대책이 없을까.

▶채영희= 상상력을 발휘할 대목이다. 영국 왕실에 SOS를 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앤드류 왕자가 심은 나무가 죽고 있다! 살려달라! 하는 메시지를 띄우는 거다.

▶이정은= 지난해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됐던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미들턴을 오게 하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명분과 계기를 만들면 전혀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김성배= 남구청에서 주한 영국대사관이나 영사관에 정중하게 편지를 보내 문제를 풀어볼 수도 있다. 성사된다면 대박이다. 그때 기념비 명명식도 하면 된다.

▶김용민= 유엔공원이 있으니 명분은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상섭= 나무심는 4월에 영국 왕자가 아이를 데리고 오면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다. 이번 팩션을 보완할 기회가 있으면 이 내용을 추가하고 싶다.

-자, 이번에는 신선대 스토리텔링 후속 사업에 대해 얘기해보자.

▶이미연= 신선대 팩션을 읽으면서 줄곧 연극놀이를 상상했다. 이 정도의 팩트라면 놀이를 가미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참여시켜 다양한 역할놀이를 통해 '공간과 역사와 나'를 느껴보게 하는 것이다. 지역사 공부와 함께 문화예술 교육체험이 될 수 있다.

▶김성배= 좋은 제안이다. 예술 장르의 창의적 스토리텔링이 기대된다. 교육청과 연계해 남구에서 먼저 시행하고,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채영희= 신선대 스토리는 영국과의 첫 교류란 점에서 오늘날 다문화 문제를 접목시킬 수도 있다. 낯선 이방인을 어떻게 대하고 수용하느냐는 것은 국가적 과제 아니냐.

▶김성배= 배를 빌려 체험학습(연극놀이)을 하도록 하면 더 신나겠다. 이양선을 연상해 타임머신 보트를 띄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미연= 야외도 좋겠지만 박물관 강당 등에서 하면 집중도가 높아질 것이다.

▶채영희 = 연극놀이 제목을 '신선놀음'으로 하면 어떨까. 이를 다문화와 연계하여 연극놀이 프로젝트로 만들 경우 예산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상섭= 신선놀음! 참 좋은 이름이다. 프로그램만 좋으면 예산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곳은 영국 해군의 첫 방문지니까, 신선대 아래에 있는 우리 해군작전사령부와도 무관하다 할 수 없다.

-후속 사업에 대한 또 다른 아이디어는 없을까.

▶김용민= 신선대에 클라이밍(암벽 등반) 시설을 하거나, 인근 백운포에 번지점프대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하다. 오륙도 축제에 연극놀이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방안도 있을 것 같다.

▶채영희= '신선(神仙)한 음악회'란 콘셉트가 와닿는다. 퓨전 환타지 음악 축제를 만드는 거다. 중국 서주에 가보니, 장이모 감독이 '양귀비 이야기'를 끌어와 인상적인 뮤지컬을 만들었더라. 우리도 만들 수 있다. 신선놀음, 신선 음악회란 콘셉트를 살려 뭔가 만들어 봤으면 한다.

▶김성배= 돈이 문제다. 남구에서 실마리를 풀어줘야 한다. 우선 부산박물관을 적극 활용했으면 한다. 여기서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해 신선놀음 축제를 해도 된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스토리노믹스(Storynomics·이야기 경제)는 결코 거창한 개념이 아닌 것 같다. 신선대에서 스토리텔링 사업의 물꼬를 틔웠으니, 앞으로 이기대, 오륙도, 유엔공원 등으로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


# 창의적 스토리텔링- 연극놀이

- '英함대와 첫 만남' '최치원 전설' 소재 톡톡

부산 남구 신선대 일대에서 뽑아낼 수 있는 스토리텔링 소재는 ▷영국 함대와 용당포 주민과의 첫 만남 ▷최치원 전설 ▷신선대 소재 이벤트 또는 테마 걷기 등이다.

이미연 'As if' 연극놀이연구소 소장은 신선대를 소재로 한 창의적 스토리텔링 방안으로 '연극놀이를 활용한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 소장은 지난 8월 부산대 대학원(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에서 '옛 이야기를 활용한 연극만들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가다.

이 소장은 먼저, 최치원 전설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치원 전설의 경우, '신선대는 □이다'는 식으로 정의를 내린 후 장면을 만들 수 있고, 신선이 사는 공간 창조하기, 마을지도 그리기, 용당의 용에 얽힌 전설만들기(소문 전달하기), 최치원과의 즉흥대화, 신선대 소재 시 쓰기 같은 세부 프로그램을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선대 세기의 만남'을 주제로 영국 선원들과 조선시대 동래부 주민 간의 낯선 접촉, 브라우턴 함장과 선원들의 부산항 탐사, 이들 간의 갈등과 우정, 200여년 후 영국 앤드류 왕자의 방문 등을 연극놀이로 흥미롭게 풀어낼 수도 있다. 이른바 DIE(Drama In Education) 프로그램이다.

이 소장은 "신선대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참여자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아 살아보는 가운데 자신의 관점에서 신선대를 바라보고 상호 교감하는 데 있다"면서 "리더를 통해 정교한 프로그래밍이 되면 교육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역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는 연극놀이 프로그램의 성공 사례로는 영국의 공동체 연극 '포어사이트(Foresight)'가 있고, 국내에서는 전주의 예술교육 프로그램 '레인보우 동문', 서울 종로의 거리극 '오늘 같은 날' 등이 꼽힌다.

※ 공동기획: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051-505-2030), 부산광역시 남구, 국제신문